"야당이 대화 하자하면 巨與도 거절 못해"
예결위원장 맡아 6년만 예산안 협의처리
같은당 발언 주로 제지해 '여당 탄압' 불만도
야당 시절 與 찾아가 국정조사 등 관철
野가 거여 상대하는 방법은 끊임없는 대화
각자 지지층만 바라보는 행태 부끄러워해야
지난해 말 국회의 협치 실종 와중에서도 그가 위원장을 맡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6년 만에 법정 시한을 지켜 2021년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공수처법·경제 3법 등으로 여야가 극한 대립을 이어가던 때라 주목받지 못한 '깜짝 뉴스'였다.
예결위가 6년 만에 예산안 처리 기한을 준수한 것은 물론 소위와 전체회의 과정에서 야당이 자리를 뜨는 파행도 일절 찾아볼 수 없었던 점이 정 의원의 수상 동력으로 꼽힌다. 그는 "여야 간사인 박홍근·추경호 의원의 해박한 지식과 노력이 중요했다"며 공을 돌렸지만 위원장으로서 야당 배려에 각별히 신경 쓴 위원장의 운영 방식도 주효했다는 평가가 많다. 정 의원은 "위원장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상임위를 원만하게 운영해 합의 후 처리하는 일"이라며 야당 협조를 끌어내기 위해 노력한 일화들을 소개했다.
그는 "야당에서 발언 시간을 초과할 때는 조금씩 묵인하고 여당 의원만 제지했더니 위원장이 여당을 탄압한다는 이야기까지 있었다"고 말했다. 또 "야당 주장으로 정부부처 예산이 원안대로 반영될 때에는 부처에 적극 홍보해주며 야당 의원 체면을 세워줬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소한 부분부터 여야가 배려해주면 원만한 해결에 도움이 되고 쟁점이 부딪혔을 때 타협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며 이 같은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명예로운 상을 받았지만 정 의원은 "부끄럽다"고 했다. 대화와 협상보다 각자의 지지층만 바라보는 국회 행태에 아쉬움을 나타낸 것이다. 그는 "상대의 가치를 존중하고 다양한 가치가 존중된다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이라며 "상대의 주장도 국민을 대변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회가 극한 갈등 양상으로 치닫는 데 대한 해법을 묻자 정 의원은 2013년 야당 원내수석부대표로 일했던 경험을 전했다. 당시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1년 새 총선·대선에서 연승 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정 의원은 여당과의 대화를 포기하지 않고 상대당 원내수석부대표를 찾아가 설득하는 작업을 끊임없이 이어갔다.
그는 "매일 아침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 의원실을 찾아가 그냥 앉아 있었다"며 "그리고 저녁에 또 만나 대화하자고 하고 이렇게 당시 여당 지도부와 청와대를 설득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노력 끝에 국정조사 3건과 청문회 2건을 끌어내는 등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
정 의원은 "다수 여당은 항상 일방적으로 진행하려는 욕망이 있다"면서 "야당은 이를 비판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데, 지금 야당 지도부가 여당을 설득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야당이 대화를 시도하면 다수 여당이라 할지라도 정치적 명분을 위해 응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총선이 한 번 치러질 때마다 의원이 절반씩 바뀌는 현상도 의회정치 위기의 단면이라며 우려했다. 그는 "한국 국회는 특이하게도 선거할 때마다 초선의원이 40~50%씩 들어온다. 국회 신뢰도가 바닥이기 때문에 새로운 인물을 뽑아올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결국 의원들도 차분히 상임위에 충실하기보다 카메라에 더 자주 잡히기 위해 소란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문재용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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