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만료까지 기다려라".. 김명수, 임성근 사표 두 번이나 거부
"탄핵 염두 두고 사표 수리 않은 것 아니냐"
거부 뚜렷한 근거 없어 여권과 교감 의혹
임, 징계 받아 '면직제한 예규' 적용 어려워
국민의힘, 김명수 탄핵 카드 사실상 접어
"국회 통과 확률 희박하고 역공 당할 우려"
민주는 보선 앞두고 탄핵 강행 비판 촉각
시민단체 "김명수 인권 침해".. 인권위 진정
임 부장판사 측 윤근수 변호사는 7일 “임 부장판사가 지난해 12월 법원행정처 측에 사의를 표명했으나 ‘곤란하다’는 취지의 답변을 받았다”며 “사표를 수리하지 않을 근거가 없는데 어떤 이유로 받지 않은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임 부장판사 측은 당시 김 대법원장이 사표를 수리하지 않은 근거가 뚜렷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대법원 내부에 비위를 저지른 법관이 처벌을 피해 사직하는 것을 막기 위한 ‘법관의 의원면직 제한에 관한 예규’가 있지만, 임 부장판사에게 이 예규를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임 부장판사는 앞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이란 이유만으로 3년째 재판업무에서 배제돼 있는 것은 국민과 사법부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며 사의 표명 배경을 밝힌 바 있다. 윤 변호사는 “정기인사가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어중간한 위치에서 인사를 방해하지 않도록 먼저 나가겠다는 취지였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의 사표 반려를 두고 법조계에선 의견이 분분하다. 탄핵 사유가 있는 공무원의 사표 수리 여부에 관한 명시적 규정이 국가공무원법, 법관징계법 등에 없기 때문이다. 임 부장판사와 함께 ‘탄핵 법관 명단’에 올랐던 이동근 전 부장판사는 사표가 수리돼 오는 9일 퇴임한다. 이에 법원 안팎에서는 “김 대법원장이 뚜렷한 설명 없이 임 부장판사의 사표만 반려한 데다 거짓말까지 해 화를 자초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김 대법원장 탄핵 카드를 여권의 ‘탄핵 거래’ 진상규명에 활용하자는 의견을 주호영 원내대표와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판단은 국민의힘 의석 수를 고려했을 때 김 대법원장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할 확률이 희박한 것과 임성근 부장판사 탄핵을 비판하던 논리에 역으로 공격당할 가능성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1987년 체제 이후 사법부 수장이 ‘법비’(法匪: 법을 악용해 사적인 이익을 취하는 무리)라는 욕을 먹고 권력의 심복이라는 비판을 당한 적이 있느냐”며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뒤집어씌웠던 사법농단, 재판거래 혐의는 지금 보면 무슨 죄가 될까 싶을 정도”라고 비판했다. 주 원내대표는 8일 대법원 앞에서 김 대법원장 규탄 1인 시위를 할 예정이다.
김 대법원장을 엄호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는 마찬가지다.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방역·민생·경제에 당력을 집중해야 하는데 여당이 임 판사 탄핵을 정치적으로 밀어붙였다는 비판 여론이 나오고 있어서다. 거기에 김 대법원장의 녹취록까지 공개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야당의 공세를 방어하면서 당분간 여론 추이를 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시민단체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는 이날 오전 국가인권위원회에 ‘김 대법원장의 인권 침해 행위를 확인해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김 대법원장은 임 부장판사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일반적 행동의 자유, 양심의 자유, 인격권 등을 명백히 침해한 것”이라며 “특정 정당이 탄핵을 추진한다는 이유로 비난이 두려워 임 부장판사의 사표 수리를 거부한 것은 명백히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창수·곽은산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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