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4대책 '13만호'도 제자리..2·4 '공급쇼크'도 흐지부지되나?

김태준 2021. 2. 7.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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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공급대책 뻥튀기 논란
반년전 공급대책 뜯어보니
태릉골프장·서부면허시험장
與지역구의원 반대로 공전
과천시장은 주민소환 위기
땅주인 설득 필요한 이번 조치
기존 대책보다 더 어려울듯
정부의 2·4 부동산 대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공공기관이 도심 재개발·재건축 사업 등을 추진해 2025년까지 서울에 32만가구를 공급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정부가 단기 공급 확대 방안으로 밝힌 물량은 내년까지 5000가구에 불과하고, 용지 확보를 전제로 한 공급 물량은 변수가 많다. 토지 소유자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2·4 대책 또한 정부의 '설레발'로 끝날 거란 우려가 크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밝힌 공급량을 두고 '상상임신' '공갈빵' 같은 표현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반년 전 정부가 밝힌 8·4 대책의 진행 상황을 보면 마냥 기우만은 아니다. 정부는 8·4 대책을 통해 13만2000가구 이상을 서울과 정부과천청사 일대 용지 등에 공급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노원구 태릉골프장(1만가구) 등 서울 18곳의 공급용지는 서울에 집을 지을 수 있는 빈 땅을 '영끌'한 수준이었다. 빈 땅에 주택을 건설하는 것이라 토지 소유자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2·4 대책보다 난도가 낮지만 제대로 진행되는 곳은 없다.

노원구 태릉골프장은 지금도 노원구 주민과 구청에서 강하게 반대해 표류 중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도봉구 창동을 찾아 평당 1000만원의 반값 공공 분양 아파트를 짓겠다는 공약을 내놓자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난색을 표하는 상황마저 연출됐다.

노원구청장 출신인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노원병)은 "박영선 후보가 도봉구 창동을 방문해 차량기지 이전이 혹시 여의치 않으면 그곳을 복합화해 저렴한 공공 분양주택을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는 제안을 했다"면서 "서울 동북부가 모두 베드타운으로 일자리가 매우 부족한 특성을 감안해 차량기지는 아파트를 짓지 않기로 전제된 곳"이라고 반박했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노원을)도 "창동 차량기지는 아파트가 아니라 일자리로 채운다"면서 "박 후보가 창동을 다녀간 뒤 주민들 걱정이 크다"고 박 후보에 대한 반대 뜻을 분명히 했다.

4000가구가 계획된 과천청사 유휴지를 둘러싸고는 과천시민들이 김종천 과천시장(민주당)에 대한 주민소환 투표까지 추진하고 있다. 과천시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주민소환 추진위원회에 소환청구인대표자 증명서 및 서명부를 발부했다. 요건을 만족한다면 6월쯤 투표가 이뤄진다.

앞서 과천에서는 8·4 대책 후 정부의 주택 공급 계획 철회를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잇달아 열리는 한편, 과천시 역시 사업 대상지 일대에서 천막 야외시장실을 운영하며 정부 계획에 반대 성명을 냈다.

하지만 지난달 18일 정부가 과천 용지 주택 건설에 대해 개발 구상에 착수하고 지자체와 협의 중이라고 발표하자, 시민들 사이에서는 "김 시장이 시민 의사에 반하는 행동을 한다"는 비난이 일었다. 이에 김 시장은 "과천시에서 검토한 대안은 과천청사 용지와 유휴용지 두 곳에 한 채의 주택도 짓지 않는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마포구 서부운전면허시험장 용지 일대(6000가구)도 물 건너간 모양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시, 대한항공 간 3자 매각이 물거품이 돼서다. 앞서 서울시는 대한항공이 소유한 종로구 송현동 48-9 일대를 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해 매입을 추진했고, 국민권익위원회 중재하에 LH가 송현동 땅을 사들인 뒤 다시 서울시 땅인 면허시험장과 바꾼다는 구상을 구체화해왔다. 그러나 마포구와 서울시의회 반대로 LH는 지난해 말 서울시에 "교환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통보하면서 이 계획은 사실상 틀어졌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마포을)이 지난해 8·4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두고 "상암동은 이미 임대주택 비율이 47%인데 또 지어야 하느냐"며 공개적으로 비판했을 만큼 공공주택 건설에 대한 주민 반대 여론은 컸다. 결국 국토부가 내놓은 모든 공급 대책이 여당 의원들이 반대할 정도로 비현실적이었다는 뜻이다.

이렇듯 반년 전 발표한 공급 대책도 제대로 되는 게 없는 마당에 2025년까지 서울에 32만가구, 전국에 83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정부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실제로 이번 2·4 대책에 포함된 공급물량엔 8·4 대책의 13만2000가구는 빠져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2·4 대책의 물량은 8·4 대책에서 발표한 물량과는 별개"라고 설명했다.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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