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유통 강화] "안전성 높아져" 소비자 반색.."냉장 진열대 교체" 영세업체는 울상

양종곤·우영탁 기자 ggm11@sedaily.com 2021. 2. 7.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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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유통 10→5도로 강화 추진
식중독 감소 등 소비자 보호 기대
추가 비용에 중소 마켓들은 반발
[서울경제]

정부가 59년 만에 우유와 두부 등 냉장 식품 보존·유통 온도 상한 기준을 현행 10도에서 5도로 대폭 낮추기로 한 것은 식품 변질에 따른 소비자 안전 문제 때문이다. 실제 여름철 냉장 식품 변질로 식중독 환자 수는 지난 2017년 5,600여 명이던 것이 2018년 1만 1,000여 명으로 두 배가량 증가했다. 특히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앞두고 냉장·냉동 유통을 의미하는 ‘콜드체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냉장 식품 콜드체인도 국제적 기준으로 강화할 수 있는 적기라는 정부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영세 중소 식품 업체나 동네 슈퍼 등이 추가 비용 부담에 반발할 것이 불가피하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냉장 식품 보존·유통 온도 상한 기준은 10도로 59년째 유지되고 있다. 1962년 식품위생법을 제정하면서 냉장 온도 상한을 10도 이하로 정해놓고 지금까지 그대로 유지해왔다. 액란과 가금육 등 식중독균 증식이 일어나기 쉬운 일부 품목만 상한 온도를 5도 이하로 별도로 정해놓고 있지만 대부분의 선진국은 4~5도 이하로 정해져 있다. 글로벌 기준보다 상대적으로 느슨하게 관리돼온 것이다.

중국과 캐나다는 4도 이하이고, 미국과 호주는 5도 이하가 기준이다. 이웃인 일본 정도만 10도 이하를 온도 상한으로 정해놓았다. 글로벌 콜드체인 기준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과 함께 여름철 냉장 식품 변질에 따른 소비자 사고가 날때마다 유통 온도 상한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대기업 중심의 식품 제조 업체와 시민 단체들은 온도 상한 기준을 낮추자고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온도를 낮춰 식품을 생산·관리하면 유통기한이 늘어나게 돼 고질적인 식품 폐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식품 수출 여력도 확보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더구나 ‘K푸드’가 글로벌 유행처럼 번지는 상황에서 1960년대 기준으로 식품을 관리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지적도 끊임없이 나왔다. 한국식품산업협회 관계자는 “(냉장 온도) 상한이 낮아지면 식품 변질 가능성이 낮아져 유통 기간이 늘어나 재고 비용을 덜 수 있는데다 소비자에 더 안전한 식품을 전달할 수 있게 돼 안전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에서도 식품 운송 차량 부실 관리를 중심으로 냉장 온도 개선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됐다. 운전자가 기름 값을 아끼려고 온도 조작 장치를 사용하는 꼼수를 정부가 제대로 단속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시 “5년간 식품 운송 차량의 온도 준수 적발 조치가 5건에 불과하다”며 특단의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냉장 식품의 유통은 생산과 냉장 창고 보관, 판매 업체 보관 후 소비자로 넘어가는데 기준을 강화하면 가장 큰 비용이 발생하는 단계는 생산과 냉장 창고, 판매 업체다. 그나마 대기업 식품 생산 업체는 현대화 시설을 갖춰 별다른 비용이 들지 않는다. 반면 영세 중소기업 식품 생산 업체는 추가 비용 부담이 불가피하다. 정부가 기준 강화에 대한 의견 수렴 과정에서 생산 시설과 냉장 창고 개선에 따른 비용 부담이 클 것이라며 우려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세 중소기업이 강하게 반발하는 것은 식약처가 온도 강화와 함께 여름철 개방형 냉장고 사용 제한이나 개방형 냉장고에 차단막 설치 의무화 방안 등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특히 영세 업체가 난립하고 있는 두부 제조 업체들은 정부 기준에 맞춰 시설을 갖추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한 연식품협동조합 관계자는 “두부 제조 업체는 대부분 영세해 이번 정부안에 맞춰 시설을 갖출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며 “현재 유통 기준으로 정부가 관리·감독을 더 철저하게 하는 방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정부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영세 동네 슈퍼마켓의 우려도 크기는 마찬가지다. 전국 4만여 곳에 달하는 편의점에 밀려 경쟁력이 크게 쇠퇴한 상황에서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데 난색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경기권 슈퍼마켓협동조합 관계자는 “현재 냉장 온도 기준으로도 유통기한이 지나면 버리기 때문에 냉장 식품 변질에 따른 항의를 받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5도로 맞추려면 냉장 식품 쇼케이스 등을 교체해야 하는데 이미 코로나19 사태로 타격을 받고 있는 영세 슈퍼마켓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백신 상온 노출 논란으로 식품 역시 유통 과정에서 변질 가능성을 방지해야 하기 때문에 해외 콜드체인 기준과 맞추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업계 의견을 듣는 단계로 도입 시기와 방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양종곤·우영탁 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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