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이 유입·속도 안나는 백신·거리두기 반발..'사면초가' 방역당국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의 위협이 가시화하면서 방역당국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상당수 나라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우세종'으로 자리잡는 등 확산세가 심상치 않은데, 국내에선 고강도 방역 조치에 대한 저항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서다. 상황을 종결시킬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인 백신 접종마저 기대만큼 속도가 나지 않으면서 방역당국이 사면초가에 몰린 모양새다.
변이 바이러스, 18개국서 들어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7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372명으로, 사흘 연속 300명대를 유지했다. 1,000명 안팎을 기록하던 3차 유행 정점기에 비하면 완연한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으나, 신규 확진자가 가파르게 감소하지는 않고 있다.
문제는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더 센 해외발(發) 변이 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전날 방대본은 변이 바이러스 국내 감염자 12명을 추가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영국발 10건, 남아프리카공화국발 2건으로 국내 누적 변이 바이러스 확진자는 51명이다.
특히 변이 바이러스가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국가는 18개국에 달한다. 그만큼 세계 곳곳에 변이 바이러스가 퍼져 있어 아예 국경을 닫지 않는 한 변이 바이러스의 국내 추가 유입을 막기 힘든 상황이란 얘기다. 영국과 남아공 변이의 경우 전파력이 1.5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또 다른 재확산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해외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점점 더 빠르게 확산되며 우세종으로 올라가는 모습들이 보이고 있다"며 "방역 강화 조치를 (영국, 남아공, 브라질 이외에) 다른 나라에서 들어오는 입국자들까지 더 확대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석달째 고강도 방역조치...거세지는 저항
변이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정부의 대응 카드는 크게 '고강도 방역 유지'와 '백신 접종 속도전'의 두 가지다. 하지만 둘 모두 상황이 여의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수도권은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를 비롯해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등 강도 높은 방역 규제를 계속 적용 중이지만, 설 연휴 이후까지 끌고 가기가 쉽지 않은 형국이다.
결국 정부는 전날 수도권 다중이용시설만 기존 오후 9시 이후 영업제한을 유지하되, 비수도권은 오후 10시까지 1시간 연장하는 내용의 일부 방역조치 완화를 발표했다. 밤 시간대 영업을 허용하면 음주를 포함한 사적모임이 증가해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커질 수 있다는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완화 조치에서 제외된 수도권 자영업자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당장 이날 자정부터 음식점·PC방·카페·코인노래방 등 정부의 수도권 밤 9시 이후 영업제한 유지 조처에 반발하는 관련 업종 일부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이 방역불복 시위에 나설 예정이다. 이들은 9시 넘어서도 가게 불을 켜놓는 '점등 시위'를 3일간 이어가고, 이후에도 방역당국의 변화가 없을 경우 9시 지나 '불복 영업'을 할지 여부를 판단한다는 계획이다.
첫 백신 접종은 도대체 언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통한 집단면역 형성 목표에도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9월까지 국민 70%에 대한 백신 1차 접종을 마쳐 늦어도 11월까지 집단면역을 형성하겠다는 목표다. 그러나 전파력이 큰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될 경우 집단면역이 형성되려면 접종률이 더 높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접종률을 높이려면 더 빨리, 더 많은 접종이 이뤄져야 하는데도 아직 첫 접종 날짜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정부는 '2월 중순'부터 접종을 시작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글로벌 백신 공동구매기구 '코박스 퍼실리티'를 통해 들어오는 화이자 백신의 구체적인 공급 일정은 아직도 미정이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코박스의 의사결정 체계가 복잡하고 속도가 늦다"고 전했다. 화이자 백신과 함께 2월 접종 시작이 예정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고령자에 이어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효과 의문까지 제기되는 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설 연휴 이후 확산세가 하루 신규 확진자 100명 정도까지 줄어들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현재 수준이 유지된다면 3월 등교나 환절기, 변이 바이러스 등의 변수 때문에 재확산 위험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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