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간 대학 등록금 동결에.."교실 벽에 금가도 못 고쳐요"

김제림,문광민 2021. 2. 7.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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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등록금 동결의 그림자
물가 18% 오를동안 학비 동결
코로나로 등록금 반환 이중고
실험도구·도서구입 줄이고
비전임교원 수업 비중 늘려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 몫"
교육부 말뿐인 '등록금 자율'
"등록금 인상땐 장학금서 제외"

◆ 코로나發 대학위기 ② ◆

코로나19 확산으로 작년 서울의 A대학은 온·오프라인 동시 수업이 가능한 150여 개 강의 녹화실을 구축하는 데 1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입했다. 여기에 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요구가 거세지자 등록금의 7.9%를 특별장학금 형태로 돌려주기로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A대학 관계자는 "올해도 1학기는 원격수업을 할 수밖에 없는데, 작년처럼 수업 부실 비판이나 등록금 반환 요구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코로나19 시대에 대학들이 '비대면 강의 환경 구축'과 '등록금 반환 요구'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13년째 등록금 동결로 재정이 한계에 직면한 상황에서 원격수업을 위한 설비투자는 늘려야 하는데, 학생들은 등교하지 않는다고 등록금을 일부 돌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A대학 관계자는 "대학이 재정난에 대응하려면 결국 실험실습비나 도서구입비, 인건비 등을 줄일 수밖에 없다"며 "코로나19로 교육의 질적 하락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광주의 B사립대 체육대학 강의실은 환기도 제대로 되지 않는 으슥한 곳에 위치해 있다. 천 재질인 의자도 사용한 지 10년이 지나 여기저기 지저분하게 얼룩져 있다.

B사립대 관계자는 "학교 시설 개·보수에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은 한정돼 있어 가장 열악한 곳 위주로 지원하고 있다"며 "아직 이용에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는 곳들은 지원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방에 비해 상대적으로 재정 여건이 나은 서울 사립대도 일부 대학을 제외하면 형편이 다르지 않은 분위기다.

서울의 C사립대학은 교수 연구실이 몰려 있는 건물의 외벽과 내부 타일이 훼손된 상태지만 그대로 방치한 지 오래다. 외관상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시설을 이용하는 데는 불편함이 없기 때문이다. 대학 관계자는 "대학 경영에 학생 참여가 강조되면서 교수 연구실이 낡아도 재정은 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곳 위주로 투입하고 있다"며 "한정된 예산이다 보니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게 매년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교육부는 대학의 등록금 동결을 강요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들은 국가장학금 2유형 사업(약 4800억원)에 참여해 예산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이외 다른 지원도 간접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대학 측은 판단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설세훈 교육부 대학학술정책관은 "등록금을 인상하려는 대학은 정해진 틀에 따라 등록금을 인상해 운영하면 된다"며 "다만 국가장학금 2유형 사업은 지원받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등록금을 올릴 수 있는 배짱 있는 대학은 거의 전무하다. 한 사립대학 총장은 "교육부가 어떤 불이익을 줄지 모르기 때문에 등록금을 올리는 시도조차 할 수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문제는 등록금 동결에 따른 피해가 돌고 돌아 결국 학생에게 가게 된다는 것이다. 대학의 재정난으로 강의를 통폐합해 대형 강의를 늘리고, 전임교원의 빈자리를 비전임교원의 강의로 채우는 현상이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학생 장학금 혜택 축소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경북의 한 사립대학 관계자는 "20년가량 된 노후 실험·실습기자재를 교체해야 할 시기가 지났는데, 새 장비는 고가여서 바꾸기 쉽지 않다"며 "어쩔 수 없이 외부 연구용역 사업을 따오는 교수의 기자재를 임시방편으로 빌려 사용하는 폐해까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의 D사립대학은 야금야금 적립금이 줄어가는 상황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이 대학은 지난해 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요구에 따라 적립금 10억여 원을 헐어 사용했다. 대학 관계자는 "적립금을 대학 운영 자금으로 곶감 빼먹듯이 꺼내 쓰는 것도 절대 지속가능한 일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물론 대학도 등록금 외에 기부나 기업 투자자금 유치 등 새로운 재원 발굴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미국은 대학총장의 제1 업무가 대학발전기금 모임이며, 기금모금이 불만족스러우면 이사회가 해임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현청 한양대 석좌교수는 "대학이 단순히 기업들에 선의로 기부해달라고 요청하기보다 투자 수익을 돌려줄 수 있는 공동 지분 투자 방식으로 돈을 받을 수 있어야 대학과 기업 모두가 윈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범식 숭실대 총장은 "동문인 개인이나 기업들이 대학이라는 비영리법인에 좋은 뜻을 가지고 기부하려고 해도 지금은 기부금에 대한 세제 혜택이 제한적"이라며 "등록금이나 교육부 지원금 증액에 한계가 있다면 대학교육의 중요성을 고려해 비영리법인 기부에 대한 세제 혜택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제림 기자 / 문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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