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남성들 여성화, 국가 생존에 위협" 학교 통지문 성차별 논란
중국 교육부가 최근 “중국 젊은 남성들이 너무 여성스러워졌다”는 통지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져 성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고 영국 BBC가 4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BBC에 따르면 중국 교육부는 지난 주 ‘남성 청소년의 여성화를 막기 위한 제안'이라는 통지문을 일선 학교에 보냈다. 이 통지문은 학교들이 체육 수업을 전면 개혁하고 교사 채용 조건을 강화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교육부는 은퇴한 스포츠 선수나 스포츠 관련 이력을 가진 이들을 체육 교사로 채용할 것을 권하며, 학생들의 남성성을 기르기 위해 축구와 같은 특정 스포츠를 활력 있게 발전시킬 것을 촉구했다.
BBC에 따르면, 이러한 중국 정부의 ‘남성성 강조’는 과거부터 이어져왔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중국 남성에게 가장 인기 있는 롤모델이 ‘군인 영웅'처럼 강인하고 근육질을 가진 인물이 아니라는 점에 대해 우려해 왔다. 유명한 축구광인 시진핑 국가주석도 새로운 스포츠 스타를 양성하기 위해 오랫동안 노력해 왔다.
지난해 5월 중국 최고 자문기구 시제푸 대표는 “중국의 젊은 남성들이 여성화하고 있으며 약하고 소심해지고 있다”며 “효과적으로 관리되지 않으면 국가의 생존과 발전을 위험에 빠뜨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중국 청소년들이 어머니나 할머니에 의해 길러지는 것과 일부 중국 남성 연예인들이 이러한 현상을 부추긴다고도 했다.
그러나 다수의 중국인들은 이러한 교육부의 통지문에 대해 부정적으로 반응했다고 BBC는 보도했다. 한 네티즌은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여성화는 이제 경멸적인 용어인가?”라고 물었는데, 이 글은 20만 건이 넘는 공감을 얻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남자도 감정적이고 소심하거나 온순할 수 있는 인간이며 이것은 인간의 특성”고 말했다. “이 나라(중국)엔 남성이 여성보다 7000만 명이 더 많다. 세계 어느 나라도 이런 기형적인 성비를 가지고 있지 않다. 이것만으로 충분히 남성적이지 않다는 건가”라고 했다.
하지만 일부 관영매체를 중심으로 정부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의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는 정부의 이런 조치에 대해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고 했다. 정부 대신 아이돌을 포함한 중국의 남성 유명인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중국판 ‘꽃미남'이라고 할 수 있는 ‘샤오셴러우(小鮮肉·젊고 잘생긴 남성 연예인)’가 그 타깃이다. 3인조 보이밴드 ‘TF 보이스'나 배우 겸 가수 루한뿐만 아니라 일부 K팝 스타들도 거론된다고 BBC는 전했다.
시젠푸 대표는 “남자 연예인들의 선망 대상이 되면서 아이들이 더이상 ‘군인 영웅’이 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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