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선거 앞두고 생색내더니..2차 지원금 못썼다
폐업점포 지원 예산 절반 미집행
수도권 밤9시 영업제한 유지에
자영업자 "불복·개점 시위"
◆ 방역·지원금 엇박자 ◆
정부와 여당이 들쭉날쭉한 방역대책으로 국민의 불만을 키우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민심 달래기에 급급해 쓰지도 못할 예산까지 과잉 편성하는 '엇박자' 행정이 도마에 올랐다.
당정의 4차 긴급재난지원금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정작 지난해 2차 긴급재난지원금으로 편성했던 '현금성' 폐업자 지원금은 신청자가 없어 5개월째 절반도 집행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8일부터 비수도권 영업제한을 밤 10시로 연장하고, 수도권만 밤 9시를 유지키로 해 서울·경기 자영업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수도권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인 현행 사회적 거리 두기와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도 14일까지 유지된다.
7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2차 긴급재난지원금' 일환으로 소상공인들에게 지급됐던 폐업 점포 재도전 장려금(사업예산 1000억원)이 지난 1월 기준 48.6%만 집행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사업은 코로나19로 인한 폐업 소상공인 부담을 덜기 위해 20만개 점포에 50만원씩 현금 지급을 목표로 설계됐다. 그러나 신청자가 부족해 올해 예산으로 이월됐고, '누구도 찾아가지 않는 돈'으로 방치돼 있다. 이는 무조건 빨리 지급하자는 정치권 독촉에 폐업자 추계도 없이 무턱대고 예산부터 편성한 탓이다. 당정은 폐업 점포를 20만개로 어림잡고 편성했지만, 장려금을 신청한 이들은 7만6383명뿐이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정부가 장려금 지급 기준으로 삼았던) 지난해 8월 16일 이후 폐업이 많지 않았고 그 전에 더 많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작년 편성된 재난지원금도 쓰지 못한 상황에서 당정은 4월 선거를 의식해 4차 재난지원금 지급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르면 이달 설 연휴를 전후해 올해 첫 추경 편성 절차에 돌입한다. 여당은 전 국민 지원금을 포함해 25조원 규모를 예상하고 있다. 전해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2차장은 이날 "자영업 영업 손실에 충분하지 않더라도 반드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며 "4차 재난지원금 논의 과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정이 역대급 4차 재난지원금을 예고했지만 자영업자들은 기준도 원칙도 없는 영업제한 조치에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는 "더 이상 희생만을 강요하는 방역지침은 불복할 것을 선언한다"며 수도권 자영업자들을 중심으로 3일 동안 점등시위를 이어나가다 당국의 응답이 없을 경우 개점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윤지원 기자 / 박윤균 기자]
허술한 방역은 놔둔채…4차 재난지원금 밀어붙이는 與
업종따라 피해액 제각각인데
무차별 지원 재정악화만 불러
폐업점포 지원금 집행 48%그쳐
자영업 소득파악 안된 기재부
꼭 필요한곳 선별지원 난항
7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에 따르면 작년에 편성된 소상공인용 2차 재난지원금인 '새희망자금' 신청자 가운데 지급 불가 판정을 통보받은 1순위 이유가 '전년 대비 매출액 증가'인 것으로 파악됐다. 새희망자금은 업종에 따라 1인당 100만~200만원을 지급했던 소상공인 재난지원금 사업이다.
새희망자금은 지난 1월 27일 기준 34만건이 지급 불가로 판정됐는데 그중 '전년 대비 매출액 증가'로 인한 지급 불가 사례가 24만9000건에 달했다. 실제 지급이 이뤄진 251만건에 비하면 10% 수준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역특수도 소상공인 사이에 상당히 발생했다는 얘기다. 배달·온라인 등 소위 코로나 특수를 누리고 있는 점포나 업종으로 보인다.
정부가 지난해 8~9월 코로나19의 2차 대유행으로 4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며, 새희망자금 사업과 병행했던 '폐업 점포 재도전 장려금' 사업 대상자인 폐업자 수(2020년 8월 16일~12월 9일 발생한 폐업 신고 기준)가 12만9992명으로 집계된 것과 비교하면, 코로나19 피해는 '비대칭적'이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반적인 경제위기와 달리 코로나발 경제위기의 가장 큰 특징은 피해가 균등하지 않다는 것"이라며 "무차별적으로 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은 재정 문제를 초래하기 때문에 지원 대상을 최대한 선별해서 정조준해야 할 일"이라고 우려했다.
이처럼 코로나19 피해가 업종과 영업 형태에 따라 상이하고 일부 자영업은 '특수'까지 누리는 상황에서도 표심을 염두에 둔 정치권이 4월 선거를 앞두고 4차 재난지원금을 '최대한 광범위하게' 지급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당정은 지난해 1차 전 국민 지원 14조3000억원, 선별 방식의 3차 지원 9조3000억원을 합한 규모인 25조원가량의 추경 편성을 설 연휴 직후 추진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여권의 보편지급 압박에 정부가 제대로 반박조차 못하는 배경엔 정부 차원에서 '선별지급'을 위한 소득·매출 파악 시스템이 미비돼 있다는 이유가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소득 파악을 위해 '조세·고용보험소득정보 연계추진단'이 출범해 있지만 당장 재난지원금 선별지급을 위한 데이터 구축을 해내기엔 무리가 있다"고 했다.
5개월째 집행률이 48.6%에 그치며 사실상 실패한 '폐업 점포 재도전 장려금' 사업도 정확한 폐업자 추계 없이 예산부터 편성한 사례다. 폐업 현황은 행정안전부의 지방행정 인허가 데이터, 국세청의 자영업자 폐업 정보 등을 활용해 산출되는데, 부처 간 데이터 취합이 유기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당정은 폐업자 수를 20만개 점포로 어림잡고 예산을 편성했지만, 소진공이 지난해 12월 사후적으로 추계한 결과 장려금 대상자가 되는 폐업자 수는 12만9992명에 불과했다. 생색내기 수준의 액수, 신청 절차의 까다로움 등으로 인해 대상자 가운데 장려금을 신청한 이들은 고작 7만6383명에 지나지 않는다.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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