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직접시행, 인센티브에 속도 빨라진다는데..'장단점' 저울질
전문가들 "강남권보다 강북권 위주로 진행" 전망
(서울=뉴스1) 전형민 기자,노해철 기자 = 주민이 희망하면 재개발과 재건축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기업이 직접 시행하고, 사업·분양계획을 수립해 사업을 신속히 추진할 수 있게 됐다. 계획대로라면 정부는 통상 13년 걸리는 사업 소요기간을 5년 이내로 당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조합들은 장단점 저울질에 나섰지만 회의적인 반응이 더 우세하다. 조합을 배제하고 공공이 단독으로 사업을 진행 시 품질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단지의 고급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어 서울 강남 조합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면 자체 사업이 어려웠던 서울 강북이나, 외곽지역에선 사업 신청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을 통해 서울 총 9만3000가구, 경기·인천 21만가구, 지방광역시 2만2000가구 등 총 13만6000가구가 공급된다.
공공 직접 시행 정비사업은 주민이 희망하는 경우 재개발·재건축을 LH·SH 등 공기업이 직접 시행하고, 이들 주도로 사업·분양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사업방식은 간단하다. 조합원 2분의 1 동의로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을 신청하면 된다. 조합이 1년 내 3분의 2 동의를 받으면 사업이 확정된다. 1년 이내에 동의를 받지 못하면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신청은 자동 취소된다.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추진이 확정되면 공기업은 단독 시행자가 돼 현물선납 및 수용방식으로 부지확보에 나선다. 조합이 없을때는 토지등소유자의 과반수로 신청할 수 있고, 조합이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1년내 토지등소유자 3분의 2 동의가 없으면 자동 취소된다.
사업은 조합원에게 우선공급권을 부여하고, 장래 부담할 아파트 값을 기존 소유자산으로 현물선납한 후 정산하는 방식이다. 소유권 이전으로 모든 사업 리스크를 공기업이 부담하게 된다. 우선공급을 희망하지 않는 조합원(토지등소유자)의 자산은 현금보상 등으로 수용하게 된다.
국토부는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Δ도시·건축규제 완화 Δ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미부과 Δ재건축 조합원 2년 거주의무 미적용 등의 인센티브를 내걸었다.
또 투기수요 유입을 방지하기 위해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신청 즉시 해당 구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다. 대책발표일 이후 부동산 매매가 이뤄지더라도 우선공급권은 받지 못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공이 직접 나서는 이유에 대해 "정비사업은 도시계획·주거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공공성이 강한 사업이지만 그간 소유주 중심의 조합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개발 이익이 사유화됨에 따라 과도하게 투자 대상으로 활용됐다"며 "투기수요 유입에 따른 집값 상승 우려, 개발이익 환수 수단 부재로 지난 20년간 역대 어느 정부도 근본적인 공급 확대 방안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선 주판알을 튕기는 모양새지만 강남 정비사업 조합을 중심으로는 반발이 거세다. 이미 사업성이 충분한데 굳이 공공에 맡겨 고급 아파트 이미지를 훼손하고 싶지 않다는 판단이다. 즉 시공사 선정이나 브랜드는 조합이 담당하지만 모든 결정을 공공이 한다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자체적으로 사업 추진이 어려웠던 서울 강북이나 나홀로 단지 등 소규모 단지들에서는 공공 주도 정비사업에 관심이 높다. 빠른 시간 안에 주거환경 개선을 이룰 수 있고 정부가 수익성까지 보장하고 있어서다.
국토부는 Δ기존 조합원의 추가 수익률 선보장 후 공공 지원 Δ생활 SOC 확충 등을 통해 개발이익을 공유하기로 했다. 또 기존 정비계획보다 조합원의 수익률이 10~30%포인트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민간 재건축 활성화 대책이 빠져 은마아파트, 잠실주공5단지 등 특급 대형 아파트 단지의 참여 여부는 미지수"라며 "재건축·재개발을 통해 공급목표인 13만6000가구를 달성할 수 있을지, 조기에 제대로 공급할 수 있을지 여부는 불확실성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도 "사업성이 떨어지던 단지들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사업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에게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면제 말고는 딱히 공공재건축 대비 더 유리한 점이 마땅히 보이지 않아 강북 위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라디오 인터뷰를 진행한 변창흠 국토부 장관은 "재건축 사업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재초환, 분양가상한제 외에도 높이 제한, 용도변경 등 도시계획 규제, 인허가 문제가 있다"며 "종합적인 정책 결과에 따라 사업 추진 여부가 결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이 주도하면 이런 문제를 일괄로 풀어낼 수 있기 때문에 조합에서 여러 가지 분석을 해볼 것"이라며 "모든 것을 공공이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공공이 도와주는 방식, 공공이 직접 하는 방식, 기존대로 하는 방식이 있기 때문에 편하게 선택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maveric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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