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값 오르나'..골판지 부족에 배달박스 품귀
골판지 박스 부족사태 심화
배달·포장 박스 품귀 현상
소상공인·소기업 불만증폭
뒤늦게 나선 정부 해결난망
대기업·中企 책임론 난타전
中企 "대기업이 원지 안줘"
대기업 "박스 가수요 때문"
골판지 박스 부족 원인에 대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네 탓을 하는 배경을 이해하려면 골판지 박스 생산 과정을 들여다봐야 한다. 골판지 박스를 만들려면 가장 먼저 폐지로 만드는 이면·골심지 등 골판지 원지를 확보해야 한다. 이후 이들 원지를 접착해 골판지 원단을 제작하는 단계를 거쳐 생산된 골판지를 접고 잘라서 박스를 생산한다. 태림포장, 대양제지, 아세아제지 같은 소위 일관업체(빅5)들은 계열사를 통해 골판지 원지 생산부터 골판지 원단과 최종품인 박스까지 생산하는 일관체계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대부분 대기업으로부터 원지와 원단을 받아 골판지 박스를 제작한다. 골판지 원지는 시장의 90%, 원단은 70%, 박스는 50%를 일관업체들이 점유하고 있다.
그런데 골판지 박스 일관체계를 구축한 대기업들이 중소기업들에 원자재인 골판지 원지와 원단을 충분히 공급하지 않아 골판지 박스 부족 대란이 벌어졌다는 게 중소기업들 주장이다. 대양제지 화재로 골판지 원지가 부족해지면서 대기업들이 계열 박스 업체에만 원지를 먼저 공급하고 중소기업들은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는 불만이다. 대기업들은 중소기업의 억지라고 주장한다. 골판지 박스 생산 일관체계를 갖춘 대기업들에 따르면 계열사에 공급하는 골판지 원지 비중이 전체 생산량의 65~66% 수준인데 이 같은 비중은 대양제지 화재 이전과 동일하다고 강조했다. 자사 계열사에 더 많은 물량을 밀어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골판지 원지 생산량이 화재 이전에는 국내에 39만t 정도가 공급됐는데 화재 이후 37만t으로 줄었지만 수출 축소와 공장 가동률을 높여 지난해 12월에는 40만t 공급으로 오히려 늘어났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 때문에 대기업들은 박스 부족 현상이 공급 부족이 아닌 가수요 탓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화재 이후 박스 물량이 부족해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미리 박스 재고를 쌓아 놓으려는 가수요가 폭발하면서 골판지 박스 수급이 심각한 수준으로 왜곡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배달물량이 급증하고 있는 전자상거래 업체 등이 대규모로 박스 물량 확보에 나서면서 박스 부족 사태가 더 심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A중소기업 소 모 대표는 "유통 대기업들이 대거 박스 확보에 나서면서 중소기업들이 박스를 구하기 어려워졌다"며 "11곳이나 박스 업체를 찾아다닌 뒤에야 겨우 일부 물량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골판지 부족이 장기화하고 있지만 생산라인 대량 증설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는 최소 2년간 대규모 증설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대양제지 관계자는 "화재로 전소된 안산공장의 신규 생산라인 투자 여부는 아직 결정된 게 없다"며 "결정한다고 해도 단기간에 생산라인 설치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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