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배치 재검토'한다는데..주한미군에 어떤 영향?
주한미군도 규모·역할 등 조정 가능성
미국의 중국견제 전략에 동원될 수도
미 국방부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전세계 주둔 미군의 태세 등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주한미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미 국방부 “재검토 올해 중반까지 마무리”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은 4일(이하 현지시각) 바이든 대통령의 해외 주둔 미군 태세 재검토 지시 직후 성명을 내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미군의 주둔 범위와 자원, 전략, 임무에 대한 전세계 태세를 재검토할 것”이라며 “이번 재검토는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 대행이 합참의장과 긴밀히 협의해 이끌게 된다”고 밝혔다.
또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다음날 언론 브리핑에서 “이번 검토가 우리 국익을 추구하면서 어떻게 군 병력을 가장 잘 배분할지에 관해 국방부 장관이 사령관들에게 조언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며 “올해 중반까지 재검토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커비 대변인은 또 이번 재검토가 미군 주둔 기지를 대상으로 하며 항공모함 등 순환 전력은 제외된다고도 했다.
이런 국방부의 움직임은 앞서 바이든 대통령이 4일 외교정책 연설에서 전세계 미군의 주둔이 외교정책과 국가안보 우선순위와 잘 부합하도록 국방부가 미군 배치를 재검토할 것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추진하던 주독미군의 감축을 중단시킨 데 따른 것이다.
■ 주한미군 규모 조정, 전략적 유연성 요구 등 가능성도
이번 재검토의 대상이나 규모, 범위 등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분명히 알려진 바 없다. 그러나 현재 2만8500명 규모인 주한미군도 재검토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이며, 재검토 결과에 따라 주한미군의 감축 등 규모 조정이나 역할과 임무 등에도 변화가 올 가능성이 있다.
주한미군 문제가 트럼프 행정부 때처럼 방위비분담금 협상과 연계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국과의 협력을 강조해 왔으며, 방위비분담금 협상도 조기 타결을 공언해 왔다. 그러나 미국의 세계 안보전략 구상에 따라 주한미군의 규모나 역할 등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전망이 많다.
사실 해외 주둔 미군에 대한 재검토는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방위비분담금 등 돈 문제와 무관하게 추진해온 작업이기도 하다. 지난해 7월엔 마크 에스퍼 당시 국방부 장관이 “몇달 안에 (한반도를 관할하는) 인도태평양사령부 등의 미군 재배치 문제를 검토할 것”이라며 주한미군도 검토 대상에 포함된다는 점을 확인한 바도 있다. 또 미국은 지난해 11월 열린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에서 ‘주한미군을 현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표현을 12년 만에 삭제해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이번 재검토는 중국의 부상 등 세계 안보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란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의 검토 작업과 일정 정도 연속성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그동안 미군이 추진해온 순환 배치, 전략적 유연성에 따른 신속 배치 강화 등의 방향으로 재검토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의 규모나 주둔 방식 등에서 변화를 겪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 오스틴 장관 “재검토, 동맹국과 협의하며 진행”
주한미군의 감축 등 규모 조정은 그동안 미국의 일방적인 판단에 따라 이뤄져 온 게 사실이다. 1970년대 초 닉슨 행정부는 한국 정부와 아무 상의 없이 1개 사단을 감축했고, 1970년대 말 카터 행정부도 일방적으로 주한미군 철수를 추진했다. 1980년대 말~90년대 초 냉전 종식에 따른 주한미군 추가 감축과 전술핵무기 철수, 노무현 정부 시절 주한미군 병력의 이라크 차출 등도 한국 정부의 의사와 무관하게 진행됐다.
하지만 미국은 이번 재검토에 대해선 동맹국과 협의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오스틴 장관은 4일 성명에서 ”우리가 재검토를 하면서 동맹국, 파트너들과 협의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커비 대변인도 다음날 언론 브리핑에서 오스틴 장관의 발언을 재확인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동맹국의 배려, 협력, 공조’ 등을 강조해온 기조와도 상통하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 주한미군, 중국 견제에 동원되나
이번 재검토는 단순한 해외 주둔 미군의 규모 조정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주한미군의 경우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중국 견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그 역할을 재조정할 가능성이 있다.
이미 주한미군은 어느 정도 대북 억지력에 그치지 않고 중국 견제의 전초기지 구실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달 5일 한미연구소 주최 화상 대담에서 “인도태평양사령부 예하의 연합사령부로서, 우리는 인도태평양사의 대중국 전력 목표를 지원하도록 돼 있다”며 미국의 대중전략을 수행하는 단위로 기능한다는 점을 밝힌 바 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주한미군의 이런 이중적 위치는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미국의 중국 견제 움직임이 더 강화되면, 주한미군이 더 중국 견제에 동원될 가능성은 커진다. 이미 미국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주한미군을 한반도 방위에만 붙박이로 두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으며, 다른 전구에도 신속하게 투사할 수 있도록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주한미군이 이렇게 중국 견제 성격이 강해질 경우 우리나라가 의도치 않게 미-중갈등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많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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