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秋의 행로' 따라간다..친정부 검사들 모두 살렸다 왜

박범계 신임 법무부 장관이 지난 1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취임 후 첫 인사에서 이성윤 중앙지검장 등 소위 '친정부 인사' 모두를 유임시키면서 이들의 교체를 강력히 건의한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갈등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박 장관은 업무의 연속성 등을 이유로 유임시켰다고 밝혔으나 추 전 장관과 마찬가지로 윤 총장을 '패싱(의견 미반영)'하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법무부는 7일 대검검사급 검사 4명에 대한 전보 인사를 오는 9일자로 단행했다.

추 전 장관 사임으로 '추 라인'으로 분류되는 이 지검장도 인사이동이 예상됐으나 박 장관은 그의 유임을 택했다. 앞으로도 이 지검장은 '채널A 사건', '윤 총장 처가·측근'사건, '옵티머스자산운용 사기 및 정관계 로비' 의혹 등 주요 수사를 진두지휘하게 된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박 장관이 이 지검장을 대신할 만큼 믿을만한 인사가 없어 이같은 인사를 단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윤 총장은 박 장관을 인사협의차 만난 자리에서 "이미 내부 지휘권을 상실한 이 지검장이 계속 중앙지검장으로 있으면 사건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 장관은 "반대해도 이 지검장은 유임시킬 것"이라고 입장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박 장관 입장에서는 부담을 느꼈겠지만 여권을 지킬 수 있는 카드는 이 지검장 유임 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향후 (박 장관은) 추 전 장관 행보와 판박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추 전 장관의 최측근으로 꼽히며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이끈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은 서울남부지검장에 임명됐다. 남부지검은 라임자산운용(라임) 등 굵직한 금융 사건을 전담하는 검찰청이다. 이번에도 심 국장은 사실상 영전한 셈이다.

그간 심 국장은 검찰의 인사와 예산을 주관하는 핵심 요직인 검찰국장을 맡는 등 정부의 전폭적인 신임을 얻어왔다.

이정수 서울남부지검장도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이 지검장은 지난해 10월 추 전 장관이 라임 사건과 관련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할 당시 "정치가 검찰을 덮어 버렸다"며 추 전 장관을 비판하고 사퇴한 박순철 남부지검장 후임이다.

이 지검장은 윤 총장의 지휘를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라임 사건을 지휘해왔다. 지난해 11월 전국 일선 검사장들이 윤 총장 징계 청구에 반대하는 성명을 내는 과정에서도 이 지검장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김관정 서울동부지검장과 함께 참여하지 않았다.

특히 이 지검장은 윤 총장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열릴 당시 윤 총장의 징계를 찬성하는 내용의 진술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라임 사건 등 중요 사건을 맡은 남부지검장과 검찰국장 자리에는 친정부 성향의 믿을 만한 검사들을 배치해야 했을 것"이라고 했다.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수사를 이끄는 이두봉 대전지검장과 조상철 서울고검장은 유임됐다. 김지용 서울고검 차장은 춘천지검장에 임명됐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좌천됐던 한동훈 검사장은 복귀하지 못했다.

법무부는 이성윤 지검장과 이두봉 지검장의 유임에 대해 "주요 현안 사건을 지휘하는 대부분의 검사장을 유임시켜 새롭게 시행되는 제도의 업무의 연속성을 도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성윤 지검장을 유임시키면서 또 다른 여권 수사를 하는 이두봉 지검장을 인사 조치할 경우 인사 형평성 문제로 후폭풍을 맞을 것을 우려해 이같은 인사 조치를 내린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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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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