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시총' 2배 삼성, 파운드리로 TSMC 겨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세계 산업 지형이 격변하는 가운데 한국, 일본, 대만 대표 기업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삼성전자와 대만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 TSMC는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폭풍 랠리를 펼친 반면, 일본의 자존심 토요타는 주가가 전년 대비 제자리걸음하고 있다.
최근 토요타 주가는 1년 전과 비교해 0.1% 상승하는데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삼성전자 주가는 36.66%, TSMC 주가는 120.23% 각각 뛰었다. 그 결과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2011년 토요타를 처음으로 제친 지 10년 만에 토요타의 2배에 육박한다.
5일 마감가 기준 삼성전자 시총은 498조4768억원을 기록, 약 25조8494억6600만엔(275조564억원)인 토요타 시총을 훌쩍 웃돈다. 지난달 11일 장중에는 삼성전자 시총이 토요타의 2배를 넘기도 했다. TSMC의 시총은 삼성전자보다 1.5배 정도 높은 6626억7700만달러(약 744조5179억원)로 집계된다.
여기에는 지난해 세계를 덮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업종별로 희비가 엇갈린 영향이 크다. 각국이 시행한 봉쇄령으로 이동이 줄면서 완성차 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14% 감소했다. 토요타는 지난해 자동차 판매량에서 독일 폭스바겐을 제치고 5년 만에 세계 1위를 탈환했지만 총 판매량은 952만8483대로 전년 대비 11.3% 쪼그라들었다.
토요타는 또 하이브리드차에선 강자지만 세계적인 추세인 전기차 전환에서 느리다는 평가를 받는다. 토요타가 내놓은 순수전기차(EV)는 지난해 4월 중국에서 출시한 'C-HR 1'과 지난달 일본에서 내놓은 최고 시속 60km인 'C+포드'가 전부다. 그 사이 연간 자동차 판매량이 토요타의 20분의 1에 불과한 테슬라에 세계 완성차업체 시총 1위 자리를 내줬다.
5일(현지시간) 장 마감 기준 테슬라 시총은 8078억2900만달러(약 907조5963억원)으로 토요타의 3.3배이다.
반면 글로벌 반도체 산업은 코로나19 팬데믹 속에 특수를 누리고 있다. 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전자제품 기기 수요가 늘었고 경제회복과 함께 자동차 반도체 수요도 고속 반등하고 있어서다. 토요타를 비롯한 완성차 회사들이 '반도체 수급난'에 일부 공장 가동을 중단할 정도다.
이같은 흐름은 반도체 회사들의 실적으로 연결되고 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TSMC는 지난해 1조3393억대만달러(약 53조7327억원) 매출, 5665억대만달러(약 22조7279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40%에 이르는 영업이익률 덕에 TSMC는 지난해 영업이익으로 삼성전자를 앞서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부문 매출이 72조8600억원으로 TSMC보다 20조원 가량 많았지만, 영업이익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탓에 영업이익은 18조8100억원으로 3조원 정도 적었다.
삼성전자는 2017~2018년 메모리 반도체 초호황 덕에 세계 1위를 지켰으나 2019년부터 파운드리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TSMC의 역전을 허용하게 됐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반면 TSMC는 시스템 반도체 위탁생산을 주력으로 한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독보적 1위지만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부문에선 시장 점유율이 16.4%로 TSMC의 3분의 1에 그친다. TSMC는 애플, 퀄컴, 엔비디아, 인텔, AMD 등 굴지의 회사들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TSMC는 공격적인 투자로 파운드리 1위 굳히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앞으로 첨단 반도체 파운드리 수요가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보고 올해 설비투자를 250억~280억달러까지 늘리겠다는 것. 투자액 중 80%는 반도체 회로선폭이 3·5·7nm인 초미세공정 개발에 투입된다. 미세공정에서 격차를 좁히는 삼성전자를 의식한 결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TSMC에 맞서 삼성전자도 대규모 투자를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로이터 등 외신은 최근 잇따라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에 반도체 공장 증설을 위해 170억달러 이상 투자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시장조사기관 IDC의 필 솔리스 연구책임자는 최근 포브스를 통해 "삼성이 겨냥하는 건 AMD, 인텔, 퀄컴 등 굴지의 미국 반도체 설계회사들"이라면서 "미국에 주요 공장을 갖게 되면 삼성은 TSMC와 동등한 위치에 설 수 있다"고 봤다.
삼성전자는 비장의 카드로 대형 인수합병(M&A)도 준비중이다. 최윤호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사장)는 지난달 28일 컨퍼런스콜에서 "지난 수년 동안 지속적으로 M&A 대상을 신중하게 검토했다"며 "의미 있는 M&A를 향후 3년 안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2030년 시스템 반도체 1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시스템 반도체나 파운드리 분야의 유망 회사, 특히 차량용 반도체 업체를 인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네덜란드 NXP,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일본 르네사스,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2018년 자동차 한 대에 들어가는 반도체는 400달러어치 수준이었지만 자율주행차가 대중화되는 2024년에는 대당 1000달러어치를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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