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새학기 또 사이버 강의..등록금 반환요구 초읽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장기화하면서 대학들이 올해도 비대면 수업을 이어가기로 했다. 지난해 한시적으로 완화한 대학 원격수업 제한선(전체 과목의 20%)이 3월부터 완전 폐지되면서, 전체 수업을 비대면으로 진행하겠다는 대학도 나왔다. 그러나 비대면 수업에 따른 보완책은 뚜렷하지 않아 지난해 불거진 ‘등록금 반환 소송’ 등 대학-학생 간 갈등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요 대학들 올해도 ‘싸강’이 대세
7일 교육계에 따르면 연세대는 3월 2일 개강부터 학기가 끝날 때까지 수업을 모두 비대면 방식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실험과 실습이 필요한 일부 수업은 대면 수업이 가능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 전환 등 코로나19 감염이 잦아드는 걸 전제로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다른 대학들의 결정도 비슷하다. 서울대는 개강 후 2주 동안 비대면 수업을 하기로 했고, 중앙대 역시 중간고사 전까지 한 학기 절반을 원격으로 진행한 뒤 감염병 추이에 따라 수업 방식을 결정하기로 했다. 이화여대는 50인 이상 수업은 비대면을, 50인 미만은 대면‧비대면 혼합 수업을 실시한다.
각 대학들이 내건 ‘비대면 수업 혜택’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연세대는 중간‧기말고사를 절대평가로 채점하기로 했고, 이화여대는 3학점을 추가 신청할 수 있게 했다. 강의의 '질'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는 비대면 수업은 확대된 반면, 등록금이나 학점 등에 반영되는 혜택은 여전히 미미한 상황이라 학생들 사이에선 학기 시작도 전부터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가 지난해 9월 21일부터 10월 4일까지 대학생 4,44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코로나19에 대응해 이뤄졌던 교육에 불만족했다’는 답변은 71%에 달했고, 이 응답자의 96%는 등록금을 낮추라고 요구했다. 교육계 안팎에선 올해 이 같은 요구가 더 높아질 거란 예상이 나온다.
숭실대‧고려대 ‘코로나 특별장학금’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숭실대는 지난 4일 국내 대학 처음으로 2021학년도 ‘코로나19 특별장학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총 10억원 규모로 올해 1학기에 등록한 학생에게 지급하며, 시기, 방식, 학생별 지급액 등은 추후 결정한다. 고려대도 등록생 중 600명에게 등록금의 10%(약 42만원), 500~1000명에게 1인당 100만~200만원 생활비를 ‘재난극복 특별장학금’으로 지급한다. 고려대 관계자는 “지난해 마련한 ‘학습 안정화 보장 KU종합계획’에 따른 것”이라며 “학습권 보장 차원에서 코로나19 상황에는 특별장학금 지급을 매 학기 지속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청주대는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아예 지난해보다 등록금을 0.45%, 입학금을 31% 낮추기로 했다.
문제는 상당수 대학들이 예년과 같은 수준으로 1학기 등록금을 책정했다는 점이다. 특별장학금을 받는 학교나 학생이 일부에 그치는 만큼 올해 또 다시 ‘등록금 반환소송’ 같은 갈등이 재현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해지 전대넷 집행위원장은 “등록금 심의위원회에서 특별장학금을 논의하는 대학은 5, 6개 정도로 파악된다”면서 “1학기 등록금 고지서가 발송되는 이달 중순 이후 학생들 불만이 본격적으로 표출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관계자는 “아직 신입생 모집기간이라 (등록금 반환에 대한) 구체적 움직임이 적다”면서 “대학들이 지난해와 같은 정부 지원을 요청하기도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지난해 대학 비대면 수업에 따른 등록금 반환요구가 거세지자 교육부는 특별장학금 형식으로 등록금을 반환한 적립금 1,000억원 미만 대학을 대상으로 ‘대학 비대면 교육 긴급지원 사업’을 실시한 바 있다. 그 결과 지원 대상 290개교 중 237개교가 총 1,300억여원을 특별장학금 형식으로 반환하고 정부지원금 1,000억원을 받았다.
등록금 반환 진통 이후, 재난으로 대학 학사운영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등록금을 감면할 수 있도록 고등교육법이 개정됐지만 강제 사항은 아니다. 때문에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는 학생과 재정난을 호소하는 대학 간 줄다리기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입생 모집인원이 수험생 전체 규모를 넘어서면서 학생 모집이 어려운 지방대를 중심으로 재정난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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