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주인공, 크리스토퍼 플러머 별세..애도 물결
[경향신문]
뮤지컬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주연 배우 크리스토퍼 플러머가 9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플러머는 5일(현지시간) 미국 코네티컷의 자택에서 아내가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숨을 거뒀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플러머는 1965년 개봉한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영국 출신의 명배우 줄리 앤드루스와 함께 주연으로 열연해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배우다. 이 영화는 개봉 이듬해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음악상 등 5관왕을 차지했다. 한국에서도 69년 개봉돼 큰 사랑을 받았다. 이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를 피해 조국 오스트리아를 떠나야 했던 게오르그 폰 트랩 가족 합창단의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에서 플러머는 아내를 잃고 일곱 명의 아이를 홀로 키우는 완고한 트랩 대령 역할을 맡았다. 트랩 대령은 가정교사 마리아와 결혼해 가족들과 함께 나치의 지배를 피해 스위스로 망명하게 된다. 플러머가 이 영화에서 중저음의 목소리로 기타를 치며 ‘에델바이스’를 부르는 장면은 명장면 중 하나로 꼽힌다. 플러머를 스타로 만든 영화는 단연 <사운드 오브 뮤직>이지만 본인은 생전 트랩 대령 역할에 대해 “재미가 없고 일차원적”이라며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플러머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태어났으며 그의 외증조부는 존 애벗 캐나다 전 총리다. 그는 캐나다에서 연기 경력을 시작했고, 곧 할리우드 영화계와 브로드웨이 연극 무대에도 진출했다.
평생 100편이 넘는 영화에 출연했던 그는 로마의 폭군 코모두스 황제,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 등 다양한 역할을 소화했다. <비기너스>에서 아내와 사별한 뒤 뒤늦게 동성애자임을 고백하는 아버지 역할을 맡아 2012년 84회 아카데미상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당시 82세의 나이로 최고령 아카데미 수상자로 기록됐다. 그는 수상 소감에서 “(오스카) 당신은 나보다 겨우 두 살 위다. 내 평생 어디에 가 있었던 거냐”고 말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는 셰익스피어 연극 <햄릭>, <리어왕> 등 영국국립극장과 로열 셰익스피어컴퍼니의 정통극에도 단골 출연했다. 토니상을 두 차례 받았고 77년과 94년 TV 드라마 <머니체인저>와 <매들린>으로 각각 에미상을 수상해 오스카·에미·토니상까지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19번째 배우가 됐다. 플러머는 1962년 영연방 수장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수여하는 캐나다 최고시민 훈장을 받았고, 1986년 미국 무대예술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함께 했던 앤드루스는 성명을 통해 “오늘 세상은 유능한 배우를 잃었고 나는 소중한 친구를 잃었다”고 애도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성명에서 “대단한 남자, 대단한 재능, 대단한 삶”이라고 애도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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