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가 박쥐 숲 서식지 키워 코로나 창궐시켰다"
기후변화로 박쥐 '맞춤형' 서식지로 탈바꿈
100년 간 박쥐 40종·바이러스 100종 늘어
영국 연구팀이 코로나19 대유행을 일으킨 직접 원인이 기후변화 때문이라는 증거를 제시했다. 지구온난화가 식생에 변화를 일으켜 박쥐 종 증가를 초래해 박쥐 기원의 바이러스 창궐을 야기했다는 주장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팀은 지난 1세기 동안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기후변화로 박쥐들이 좋아하는 숲 서식지가 크게 늘어난 중국 남부와 인근 지역이 박쥐 기원 코로나바이러스의 주요 발원지가 됐음을 밝히는 논문을 과학저널 <종합환경과학> 5일(현지시각)치에 게재했다.(DOI : 10.1016/j.scitotenv.2021.145413)
연구팀은 중국 남부 윈난지역과 인근 미얀마와 라오스 지역에서 식물 식생의 대규모 변화를 추적했다. 초목의 성장에 영향을 끼치는 기온 상승과 일사, 대기 이산화탄소 농도를 포함한 기상기후 변화들이 기존 열대 관목지대를 열대 초원지대(사바나)와 낙엽수림으로 바꿔놓았다. 대부분 숲속에서 사는 많은 박쥐 종들에게 알맞은 환경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의 변화로 박쥐 숫자가 늘어난 지역은 아프리카와 중남미, 중국 남부와 인접한 동남아 국가 지역들이었다. 특히 중국 남부와 미얀마, 라오스 지역은 급성중증호흡기증후군(사스), 코로나19 발생지와 일치한다.
연구팀은 또 지난 세기 윈난지역에 박쥐 40종이 추가로 늘어났으며, 유전자 분석을 통해 100종 이상의 박쥐 기원 코로나바이러스가 이들 박쥐에 깃들어 살고 있음을 발견했다. 논문 제1저자인 케임브리지대 동물학부 연구원 로버트 베이어는 “지난 100년 동안 기후변화는 중국 윈난지역을 박쥐 종들이 더 많이 살 수 있는 서식지로 바꿔놓았다”며 “기후변화에 따라 박쥐 종이 전 세계로 어떻게 퍼져나가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코로나19 발원 과정을 복원하는 데 중요한 단계”라고 말했다. 베이어는 현재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에서 방문연구원으로 기후변화와 바이러스 전파 관계에 관한 후속 연구를 하고 있다.
연구팀은 기온과 강수량, 구름양 등 기상기록 자료를 토대로 100년 전의 세계 식생 지도를 만들었다. 또 세계 박쥐 종들이 선호하는 식생 정보를 사용해 20세기 초 종별 세계 분포도를 그렸다. 이 지도와 현재의 식생 및 박쥐 종 분포도를 비교해 기후변화로 인한 식생의 변화와 박쥐 종 증가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베이어는 “기후변화로 서식지가 바뀌자 박쥐 종들은 서식하던 곳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으며, 바이러스도 함께 옮겨졌다”고 말했다.
세계 박쥐 종은 3000여종의 코로나바이러스를 지니고 있다. 한 종마다 평균 2.7종의 코로나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다는 얘기다. 대부분 박쥐들은 바이러스로 인한 병증이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특정 지역의 박쥐 개체수가 증가하면 인간에게 해로운 코로나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전파되거나 진화할 확률이 높아진다. 박쥐의 모든 바이러스가 곧바로 인간에게 전파되진 않지만, 메르스나 사스, 코로나19처럼 일부 바이러스는 전파가 이뤄진다.
기후변화로 박쥐가 증가한 곳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매개체로 지목된 천산갑의 서식지이기도 하다. 같은 코로나바이러스종(Cov1)인 사스 바이러스의 매개체로 알려진 소형포유류 흰코사향고양이(백비심)도 이곳에서 산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박쥐에서 천산갑으로 종간 전파(스필오버)됐고, 코로나19가 처음 발병한 후베이성 우한 야생동물 노천시장에서는 주민들이 천산갑을 사고 팔았다.
논문 공저자인 케임브리지대 동물학부 앤드리어 매니커 교수는 “코로라19 대유행은 막대한 사회경제적 피해를 일으켰다. 정부는 기후변화를 완화하기 위한 조처를 결단력 있게 추진해 감염병 위험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공저자인 캐마일로 모라 하와이대 교수도 “기후변화가 야생 천산갑에서 인간으로 전파를 촉진했다는 사실은 온실가스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다”라고 했다.
메이어는 “미래의 인수공통감염병의 종간전파를 막기 위해서는 자연서식지 보호를 위한 규제가 필요하고 야생동물 사냥과 거래를 제한하는 강력한 법규를 마련하고 농장과 시장, 이동 과정의 동물복지를 수립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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