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력 진압 빌미 안 준다"..비폭력 '시민 불복종 운동' 확산
[경향신문]
양곤서만 10만명 거리 행진
‘군정에 타격’ 파업 동참 늘어
군부, 주요 SNS 차단 여전
미얀마의 군부 쿠데타 사태가 일주일째로 접어든 가운데 시민 불복종 운동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 군부는 시위 확산을 막기 위해 미얀마 전역의 인터넷 서비스를 차단했지만, 이틀 연속 수만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몰려나오는 것을 막을 순 없었다. 시민들은 군부에 무력 진압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경찰에 장미꽃을 달아주는 등 비폭력 평화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7일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수만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쿠데타 항의 시위를 벌였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오전에 1000여명이었던 시위대는 전날에 이어 다시 수만명 규모로 불어났다. 경찰이 시위대를 해산하는 과정에서 총소리가 들리는 영상이 페이스북에 올라왔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지만, 어떤 종류의 총인지 사상자가 있는지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블룸버그통신은 “양곤 중심 술레 파고다에 거의 10만명의 시위대가 모였다”면서 “2007년 샤프론 혁명 이후 최대 규모”라고 보도했다. ‘샤프론 혁명’은 군정의 급격한 유가 인상에 대항해 승려들이 주축이 돼 일어난 시위로, 당시 수백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시위대는 ‘우리는 정의를 원한다’는 의미를 담은 세 손가락 경례를 하며 거리를 행진했다. 세 손가락은 태국 반정부 시위를 통해 널리 알려진 저항의 상징으로, 영화 <헝거게임>에서 유래했다. 이들은 아웅산 수지 고문의 초상화와 민주주의민족동맹(NLD) 깃발을 흔들며 수지 고문의 석방을 촉구했다.
전날에도 양곤을 비롯해 제2도시 만달레이, 수도 네피도 등에서 최대 수만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민주주의는 승리한다”고 외치며 거리를 행진했다. 무장한 경찰이 도심 주요 도로를 통제하며 시위대의 행진을 막았지만 큰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시위대는 과거 민주화운동 당시 유혈탄압을 자행했던 군부에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행진로를 우회하거나 경찰에게 장미꽃을 전해주는 등 비폭력 평화 시위를 이어갔다. 미얀마에서는 1988년 민주화운동 당시 군부의 무자비한 진압으로 수천명이 숨진 사태가 발생한 적이 있다.
군정에 타격을 주기 위해 파업에 동참하는 필수업종 종사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3일 군부 소유 통신기업인 미텔 소속 기술자 71명이 사표를 낸 데 이어 지난 4일에는 국영 항공사인 미얀마항공 조종사와 승무원들이 불복종 운동 성명을 내고 업무를 거부했다.
군부는 시위 확산을 막기 위해 전날 오전 10시쯤부터 미얀마 전역의 인터넷을 차단했다가 이날 오후 2시30분쯤 차단 조치를 해제했다. 이 때문에 미얀마 국내 온라인 접속률은 한때 평소의 14%로 떨어지기도 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트위터 접속은 여전히 차단된 상태다. 페이스북과 유엔 인권사무소 측도 각각 성명과 트위터를 통해 접속 차단 철회를 촉구했다.
정유진 기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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