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지사지로 기업인이 쉽게 지킬 수 있는 법 만들어달라"
"기업들이 꼭 지켜야 하는 법은 쉽게 지킬 수 있도록 개정해야 한다. 공직자는 법과 규제를 만들 때 역지사지로 내가 기업인이라면 쉽게 지킬 수 있는 법안인지 고민해보고 만들어야 한다"
정석현 수산중공업 회장(사진)은 임시국회가 한창 진행중인 7일 여당 지도부에 보낸 메시지에서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국회에 "코로나19도 백신이 있는데 중대재해처벌법은 백약이 무효하다"며 법 제정에 대한 전면 검토를 호소하는 메시지를 낸 데 이어 한 달만에 기업 규제 해소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낸 것이다.
정 회장은 40년간 기업을 운영해 온 원로 기업인이다. 2007년 한국을 빛낸 올해의 무역인상, 2008년 무역의날 금탑산업훈장, 2015년 자랑스러운 중소기업인 선정 등 국내 경제 성장 일선에서 그 누구보다 열심히 뛴 기업인이다.
그는 과거 농업사회에서 농민을 우대한 것처럼 현대 사회에서는 기업을 우대해야한다고 역설했다. 정 회장은 "현대사회에서 기업이란 무엇인가? 국제경쟁력이 강한 기업이 많아야 부국강병국가 된다. 거의 모든 세금 원천이 기업활동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4차산업시대 국가경쟁력은 정부가 기술선도기업을 어떻게 지원하고 육성하고 있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고 역설했다.
[한우람 기자]
아래는 정석현 수산중공업 회장이 여당 지도부에 보낸 공개 메시지 전문
중소기업인이 여당 지도부에 바란다
현대국가에서 기업이란 무엇인가?
과거 농업사회에서는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고 했다. 국가가 부국강병(富國强兵國家)하려면 농지가 넓어야 되고 군마(軍馬)와 창검(槍劍)이 많아야 했다. 이는 모두 농민들이 낸 세금으로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므로 국가는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개간을 장려하고 저수지와 수로를 적극 확장했다. 긍지를 심어주기 위해 신분도 지배층 다음으로 대우했다.
사농공상(士農工商)이다.
현대 산업사회는 국제경쟁력이 강한 기업이 많아야 부국강병국가(富國强兵國家)가 된다. 국가가 걷는 세금의 세목이 무척 많지만 거의 모든 세금의 원천이 기업활동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4차산업시대인 현대사회는 과학적인 연구개발을 중시해서 선도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세계시장을 독점해가는 시대가 됐다. 하므로 현대사회의 국가경쟁력은 정부가 기술선도기업들을 어떻게 지원 육성하고 있는지를 보면 알수 있다
개간을 늘리고 수로를 확대하는 일과 기업활동을 지원하는 일은 근본이 같다.
농업시대는 세수가 줄어들면 군대를 동원해 이웃국가를 침략해서 영토를 넓히고 약탈하거나 노예를 데리고 와서 생산량을 늘리는 수단으로 썼다. 우리 조선은 영토를 넓히지도 못하고 지배층(양반) 숫자가 점점 늘어나니 제나라 백성을 노비로 부리는 불쌍한 나라가 되었다. 그러니 백성들이 긍지도 없고 생산량도 줄어들었다. 결국 국력이 쇠약해져서 전쟁도 못해보고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다. 증산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외면하고 충효만 가르친 지배층의 큰 과오이다. 현대 산업사회의 국가 정책은 가까운 이웃나라와 협업을 해서 세계시장에 수출을 늘려서 국부를 확장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이웃국가들과의 외교관계가 달라져야 하는 이유이다.
농산물 생산이 늘어야 서민의 생활이 안정되었듯이 기업활동이 활발해야 고용이 늘고 생활수준이 점점 향상된다.
기업에 무엇을 지원해야 하나?
1) 고용유연성
기업은 적재적소의 인재를 자유롭게 골라 쓸수 있어야만 빠른 기술개발이 가능하다. 그래서 고용유연성이 필요하다. 실직자들에 대한 보장은 세수를 늘려서라도 정부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된다. 또 정부는 첨단기술자 육성과 연구개발 클러스터 조성을 적극적으로 해야 된다.
2) 쉽게 지킬 수 있는 법 제정/규제혁신
기업들이 꼭 지켜야 하는 법은 기업들이 쉽게 지킬 수 있도록 개정해야 한다. 국회와 공직자는 법과 규제를 만들때 역지사지로 생각해야 된다. 내가 기업인이라면 쉽게 지킬수 있는 법안인지 고민해보고 만들어야 된다.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이 대표적이다)
공정거래법, 산업안전보건법을 제외한 규제법률은 상법과 형법에 포함해서 중소·중견기업들은 법률전문가를 고용하지 않아도 쉽게 파악하고 지킬수 있게 법률을 통폐합해주기 바란다. 불량하고 악질적인 기업은 선별해서 공소시효 없이 끝까지 찾아 엄벌하되 모든 기업을 예비범죄자로 가정한 법을 만들어서 기업인들의 활동이 위축되게 해서는 안된다. 각종 규제는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빨리 바꿔야 한다.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들의 근무성과 평가시스템에서 규제해소 기여도를 가중해서 평가해야 한다.
3) 성공한 기업인을 존경하는 사회적 합의가 절실하다.
우리나라는 산업화 역사가 짧고 산업화 과정에서 기업인들의 정경유착과 부도덕한 행위로 반기업정서가 무척 심하다. 허나 지식정보화 시대로 진입한 이후 과학적인 기업은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변신해서 국제경쟁력을 갖추었다. 또한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기업들은 도태되었거나 경영상태가 어렵다. 이제부터는 기업인들도 자기성장과 더불어 사회적 기여를 확대해서 시민들로부터 존경받는 집단이 되어야 한다. 특히 경제단체가 주도해서 기업들의 사회적기여를 확대해서 기업인들의 긍지도 높이고 기업인이 존경받는 계기가 되도록 기틀이 마련되기 바란다.
4)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들은 품격있는 언행을 하고 애매모호한 어휘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국민들은 고위공직자들의 언행을 듣고 보며 의식이 변화한다. 최근 정치권과 고위 공직자들의 어휘는 일반인들도 잘 쓰지 않은 저급스러운 어휘가 많다. 또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애매모호한 얘기를 해서 갖가지 추측과 해석을 하게 만든다. 특히 여당 정치인들과 고위공직자들은 우리사회를 이끌어 가는 책임있는 분들이므로 더욱 정제되고 품격있는 언행이 필요하다.
국가는 두가지 중요한 조직으로 구성된다. 부국강병으로 이끌어 가는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정부조직*과 그것을 원활히 실행하게 하도록 세금을 바치는 *가치창출조직*이 있다. 가치창출조직이 농업사회에서는 *농민*이고 산업사회에서는 *기업*이다.
이 두 조직은 이솝우화의 *말과 당나귀* 관계이다.
어떤 사람에게 말과 당나귀가 있었다. 하루는 길을 가면서 당나귀가 말에게 말했다. "나와 같이 살기를 바란다면 제발 내 짐을 조금만이라도 덜어주게나" 그러나 말은 당나귀 말을 듣지 않았다. 그러다가 당나귀가 과로로 쓰러져 죽었다. 그러자 주인은 당나귀의 모든 짐을 말에게 지웠다. 그때서야 말이 탄식하며 말했다. "내가 참으로 아둔했구나. 작은 짐도 지지 않으려다가 당나귀 짐을 몽땅 지게 되었으니"
누가 뭐래도 경제발전은 산업세대의 기여다. 또 누가 뭐래도 인권은 민주화세대가 향상시켰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4차산업시대는 소위 *All or Nothing시대다* 여기에서 선도국가가 되려면 두 세대가 실행했던 전략만으로는 턱도 없다.
국가 미래의 운명을 쥐고 있는 여당이 시대정신에 맞는 성찰과 혁신적인 변화가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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