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공룡'들 미래차 진출 속도.. K-자동차도 액셀 밟을까 [이슈 속으로]
"자동차는 달리는 전자기기"
완성차 중심서 친환경·자율주행차 이동
애플·中 바이두·日 소니 등 글로벌 기업
완성차 업계·부품사와 '합종연횡' 시도
中 10년내 EV강국 선언.. 獨·佛도 가세
한국 모빌리티 혁신 속도는
EV 완성차·배터리 분야 경쟁력 갖춰
핵심 부품은 세계 점유율 1.9% 불과
전장산업 R&D 투자.. 선택과 집중 필요
자율차 운행 관련법 정비 등 서둘러야
하지만 이를 한국 완성차 업계의 ‘대단한 성과’로 생각하기에 앞서 곱씹어 볼 부분이 있다. 애플 외에도 중국의 바이두, 일본의 소니 등의 굴지 IT 기업이 전기차·자율주행차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한국의 자동차 업계는 이런 패러다임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을까. 준비돼 있다면 과연 이를 선도할 연구개발(R&D) 능력은 갖췄을까.
불행히도 현재 상황으로 봐선 “아닌 것 같다”는 게 정부·학계 쪽 판단이다. 애플 같은 IT 기업이 차 시장에 진출하면서 기존의 완성차 업계를 찾는 이유는 그들이 갖지 못한 제조·조립 능력 때문이다. 핵심인 소프트웨어 등은 내가 제공할 테니 기존 완성차 업계는 ‘껍데기’나 만들라는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IT 기업이나 혁신 스타트업이 자동차 산업의 주역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 이미 자동차가 ‘움직이는 혹은 바퀴 달린 IT기기’라고 표현되는 상황이다. 국내에도 이러한 변화에 대비한 새로운 자동차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전기자동차(EV) 수요는 전년 대비 16.4% 증가한 264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5년 수요 예상치는 850만대다.
EV와 함께 또 하나의 시장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로 꼽히는 자율차는 한국이 세계 6위권 정도로 추정된다. 또 글로벌 자율주행 시장 규모는 2020년 71억달러, 2025년 1549억달러, 2030년 6565억달러로 급성정할 전망이다.
문제는 부품이다. 국내 자율주행 주요 부품 시장은 글로벌 시장의 1.96% 정도에 불과하다. 이들의 산업 경쟁력을 100으로 볼 때, 미국은 143, 독일은 121, 일본은 106 정도로 앞서 있다.
전문가 집단에서는 한국의 모빌리티 혁신 속도를 늦추는 가장 큰 장애물로 이들 부품사의 경쟁력을 꼽는다. 국내 자동차 산업은 3만여 개의 부품, 관련 소재와 서비스 등이 연결되어 있다.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정부의 노력도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신성장 동력 확보에 미래차가 필수적임을 인식하고 자동차부품 기업에 대한 사업 전환과 R&D를 지원 중이다. 최근에는 2030년까지 1000개 부품 기업을 미래차 분야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그런데 정부는 ‘자동차산업종합발전계획’을 지난 2003년에 마지막으로 만든 뒤 추가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자율주행을 위한 인프라의 첨단화, 자율주행차의 운행 관련 법·제도, 자율차의 법적 지위 부여나 보험제도 정비 등도 아직 미진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산업구조 재편에 따른 기존 산업의 반발도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다. 내연기관에서 정보통신기술(ICT)이 융합된 EV·자율차 등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은 자동차 산업의 고용 감소를 부를 것으로 예상된다. 우버 서비스가 한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기존 모빌리티 산업 종사자와 극심한 갈등을 빚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각국의 미래차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인데 EV, 자율차, 수소차, 플라잉카 등의 모든 모빌리티 분야에서 한국 정부와 산업계가 월등한 성과를 내기를 기대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여러 분야로 분산하지 말고 정말 잘할 수 있는 미래차종과 연관 산업으로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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