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유임시킨 박범계..'윤석열 고립' 기조 그대로
[경향신문]
윤 총장 징계 주도 심재철 검찰국장은 남부지검장으로 옮겨
원전 수사 이두봉 대전지검장 유임…한동훈, 일선 복귀 못해
검찰 내부 “대검 간부 교체 건의 묵살…의견 청취 모양새만”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7일 단행한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서 ‘검·언 유착’ 의혹 사건을 놓고 윤석열 검찰총장과 충돌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사법연수원 23기)이 유임됐다. 검찰 내부에서는 전임자인 추미애 전 장관처럼 ‘윤석열 고립시키기’ 인사 기조를 그대로 유지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법무부는 이날 대검 검사급(검사장급) 검사 4명에 대한 전보 인사를 2월9일자로 단행했다. 박 장관의 취임 후 첫 정기인사다. 이 지검장은 추 전 장관 취임 직후인 지난해 1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돼 8월 인사에서 이미 한 차례 유임됐다. 추 전 장관을 보좌하며 윤 총장 징계 과정을 주도한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27기)은 ‘라임자산운용 정·관계 로비 의혹 사건’을 지휘하는 서울남부지검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서울남부지검은 이른바 ‘1청’인 서울중앙지검에 이어 ‘2청’으로 불리며 국회를 관할하는 핵심 검찰청이다. 이정수 서울남부지검장(26기)이 심 국장과 교대해 검찰국장을 맡게 됐다. 대검 기획조정부장에는 조종태 춘천지검장(25기), 춘천지검장에는 김지용 서울고검 차장(28기)이 발령났다.
윤 총장은 법무부·대검 갈등의 책임을 물어 이 지검장과 심 국장, 이종근 대검 형사부장(28기) 등에 대한 경질·교체 의견을 냈지만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박 장관은 지난 2일과 5일 두 차례 서울고검 청사에서 윤 총장을 만나 검찰 인사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윤 총장이 준비한 한 장짜리 서면 자료를 기초로 대화가 이뤄졌고, 박 장관은 윤 총장에게 구체적인 인사안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은 이날 인사 내용을 법무부 발표 직전에 통보받았다고 한다.
법무부는 “신임 법무부 장관 취임에 따라 검찰 조직의 안정 속에 검찰개혁 과제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기 위한 체제 정비 차원”이라며 “지난 1년 반 동안 3차례 6개월 단위로 대검 검사급 인사를 실시했던 점을 감안해 종전 인사 기조를 유지하면서 공석 충원 외에 검사장급 승진 인사 없이 전보를 최소화했다”고 밝혔다.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 수사를 총지휘하는 이두봉 대전지검장(25기)은 유임됐다. 추 전 장관 때 ‘검·언 유착’ 의혹 사건에 연루돼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좌천됐던 한동훈 검사장(27기)도 유임돼 일선으로 복귀하지 못했다. 법무부는 “현재 진행 중인 주요 현안사건을 지휘하는 대부분의 검사장을 유임시켜 새롭게 시행되는 제도의 안착과 업무의 연속성을 아울러 도모했다”고 밝혔다.
검찰 내부에서는 박 장관도 추 전 장관에 이어 ‘윤석열 고립시키기’ 인사를 했다는 의견이 많았다. 고위간부급 A검사는 “박 장관이 윤 총장을 ‘만나는 척’만 한 것”이라며 “정말 검찰 조직의 안정을 위했다면 윤 총장과 갈등했던 대검 참모들은 바꿔야 했다. 대검을 지휘하고 운영하는 총장의 의견을 인사에 반영하는 것이 당연한데 들어주지 않았다. 박 장관에게 기대했던 검사들의 실망감이 크다”고 말했다.
중간간부급 B검사는 “주요 보직에는 정부 편 검사들을 넣어서 주요 수사를 막고, 대검 참모들도 모두 유임시켜 윤 총장을 남은 임기 동안 묶어두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이성윤 지검장만큼 정부 편에서 조직을 장악할 사람이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중간간부급 C검사는 “총장에게 의견을 듣는 형식만 취한 ‘눈가리고 아웅’ 인사 아니냐”며 “이 지검장은 서울중앙지검 구성원들의 반발로 현안사건의 지휘와 통솔이 어려운 상황인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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