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대북정책 방향 놓고 '엇박자' 우려 계속
전직 당국자들 "한국이 미국 설득하려 해선 안돼" 주장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신임 행정부 출범 이후 한미 양국의 대북정책 방향에 관한 '엇박자'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미 정부가 국무부를 중심으로 자국이 추진해온 대북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 작업에 착수한 상황에서 북한 비핵화 문제 등과 관련해 우리 측 견해와 다소 '온도차'가 느껴지는 발언들이 나오면서다.
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미 국무부 관계자는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에게 여전히 비핵화 의사가 있다고 본다'는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지난 5일 발언에 대핸 논평 요청에 "북한의 불법적인 핵·탄도미사일 개발과 고급 기술 확산 의지는 국제평화·안보에 심각한 위협일뿐더러 국제 비확산 체제를 약화시킨다"는 입장을 내놨다.
국무부 관계자는 이어 "바이든 정부는 동맹 및 우방국들과의 긴밀한 조율을 통해 이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접근법을 채택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국무부 관계자의 이 같은 발언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대한 경각심을 유지해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과 함께 한국 등과의 대북정책 공조 의사를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전직 미 정부 당국자 등 일부 전문가들은 바이든 정부 외교안보라인에 포진한 상당수 인사들이 과거 빌 클린턴·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대북문제를 다룬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원론적 입장을 강조하는 데는 "미국 측이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수립하기 전까지 앞서 가지 말라"는 메시지도 담겨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심지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대북협상팀의 일원으로 북한을 다녀왔던 랜달 슈라이버 전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담당 차관보는 정 후보자 발언과 달리 "김 총비서가 비핵화 약속을 지키고자 한다는 증거를 보지 못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 후보자는 국가안보실장으로 근무하던 2018년 3월 북한과 미국을 잇달아 방문, 그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을 '중개'한 주역이다.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은 김 총비서와의 첫 정상회담에서 Δ새로운 북미관계 수립과 Δ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노력 등 4개항의 합의사항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그러나 북미 양측은 후속 협상과정에서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대상·방식과 제재해제 등 보상 문제에 대한 이견을 끝내 좁히지 못했다.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엔 약속했던 대로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를 중단했다. 그러나 단거리탄도미사일 등 다른 신형무기 개발은 계속해왔고 작년 10월과 올 1월 열병식 땐 신형 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을 선보였다.
미국의 북한 문제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 기간 중에도 비밀리에 핵무기 소형화 등을 위한 기술개발을 계속 진행해온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정 후보자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김 총비서에게 "비핵화 의지는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북한이 요구하는 건 그 대신 미국으로부터 확실히 체제 안전을 보장받고 관계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었다.
이와 관련 미 허드슨연구소의 패트릭 크로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는 "남북한과 미국이 서로 다른 비핵화 개념을 갖고 있는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 특사도 6일 보도된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대통령이 '북한은 (비핵화에) 진지하다'고 미 대통령을 설득하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니다"며 그보다는 동맹국인 한미가 북한이 외교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로버트 아인혼 전 미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별보좌관은 "바이든 정부 당국자들은 김정은의 비핵화 약속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 측이 그런 주장을 반복한다면 바이든 정부는 "회의적"으로 반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ys417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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