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업종의 300배 산재 사망율 광업..사실은?
[편집자주] 지난 1월8일 국회를 통과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법의 취지에도 불구하고, 부실한 통계와 사망 원인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 없이 기업 경영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득보다는 실이 크다는 것이다. 산업재해를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해선 경영자에 대한 처벌 부터 강화할 것이 아니라 사망 현황과 원인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사전 예방에 대한 조치들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산업재해 사망자 통계를 분석해보면 눈에 띄는 대목이 광업이다.
고용노동부의 2009년 산업재해현황 분석자료에 따르면 사망재해자는 2020명이며 이 중에서 업무상사고 사망자수는 855명, 업무상질병 사망자수는 1165명이다.
사망재해 유형은 뇌·심혈관질환이 503명, 진폐 402명, 떨어짐이 347명, 끼임 106명의 순으로 나타났다. 사망만인율(만인율은 백분율인 %와 달리 아래에 oo을 두개 더 붙인 ‱로 표기)은 1.08‱이며 2018년도 1.12‱에 비해 0.04‱포인트 줄었다.
특히 광업의 산재 사망만인율은 우리나라 전체 산재 사망만인율의 300배 정도다.
2019년 전 산업의 사망만인율은 1.08 ‱인데 비해 광업은 365.5 ‱(광업 사망자 406명)다. 광업에 종사하는 1만명당 지난해 365.5명(2019년 광업 사망자수는 406명)이 사망했다는 의미다.
대한석탄공사 산업안전 담당 관계자는 "통계를 보면 2019년 석탄 광산 등 광업 분야에서 400여명이 돌아가셨다는데 맞느냐"는 기자의 질물에 "엉터리 통계수치다"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지난해 석탄공사 사업장에서 1명을 포함해 다른 민간 탄광을 포함하더라도 5명이 넘지 않는데 무슨 소리냐는 것이었다. 2019년 1만 1108명의 광업 종사자 중 406명이 산업재해로 사망했다는 게 고용노동부의 발표인데 이를 믿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는 일반적으로 인식하는 산재 사고 사망자(현장의 직접적인 사고, 17명)와 산재 사망자(질병을 포함한 사망자 406명)의 차이에 대한 인식 부족 탓이다.
이 통계에는 30년전인 1990년대 문을 닫기 시작한 강원 폐광지역 4개시·군(정선, 태백, 영월, 삼척)에서 진폐증에 걸려 고통받은 산재 환자들이 장기간의 투병 후 사망한 산재도 포함돼 있다.
수십만명의 광부가 사라지면서 산재사망율의 분모는 줄었는데, 분자인 사망자수는 오랜 기간의 늘어나면서 뒤늦게 사망통계에 반영돼 타 업종보다 300배 가량 높은 사망만인율을 보이는 것이다.
고용노동부 산업재해 통계 담당자도 "당해 사망자와 오랜 요양 끝에 돌아가신 분들의 산재보험 인정시기가 같으면 통계가 같은 해 들어가는데, 여기에서 통계 수치에 대한 오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재해를 막기 위해서는 산재 사망에 대한 정확한 원인 분석을 통해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데, 단순한 숫자만으로 문제의 심각성 정도를 알기 힘들다. 따라서 중대재해처벌법 등 처벌을 강화하기에 앞서 문제의 원인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광업 외에도 노동부에서 조사하는 80개 업종 중 산재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이 건설업이다. 2019년 총 사망자(2020명-질병 사망자 포함) 중 건설업이 전체의 25.59%(517명, 사망만인율 2.08‱), 제조업이 24.36%(492명, 1.22‱), 광업이 20.1%(406명, 365.50‱)를 차지했다.
건설업 사망자 중 근속연수가 1년 미만 사람이 83.2%(430명)인데 반해 광업은 6.7%(27명)였다, 반면 10년 이상 근속자 중 사망자는 건설업은 2.3%(12명)인데 비해 광업은 73.4%(298명)였다. 제조업 사망자 중 근속연수 1년 미만이 27.4%(135명), 10년 이상 근속자는 31.1%(153명)였다.
건설 근로자는 근무 초기 사고로, 광업은 오래 근무 이후의 질병 등으로 사망하는 비율이 높았다. 제조업은 숙련도 등 근속연수와 무관하게 사고의 분포가 나타나 각 업종별 특성에 맞는 산재 예방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정진우 서울과기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외국의 경우 과로사는 개인질병으로 보며, 뇌심혈관 질환과 고혈압, 당뇨, 스트레스에 의한 사망은 산업재해에 포함시키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지만 우리는 이를 포함해 통계에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노동단체 관계자는 "산재 통계가 부풀려졌다고 주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현재 산재 통계에서 빠진 부분도 많아 우리나라가 산재1위국이라는 오명은 맞다"면서도 "현재 산업재해 통계는 더 면밀하게 조사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동계나 경영계 모두 현재의 산재 데이터는 산재율을 낮추는데 한계가 있다며, 정확성을 높여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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