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못가니..수업료 3천만원 '비인가' 국제학교로 몰린다
정규 학력인정 안되고 규제사각 지적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해외유학이 힘들어지면서 엄마들이 국제학교로 눈을 돌리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소규모로 수업을 진행해 대면 수업이 가능하고, 인가 국제학교에 비해 거리적 제한도 적기 때문이다. 다만 이들 학교는 정식 학교가 아니다보니 진학을 위해선 검정고시를 봐야한다. 또 교육 당국이 관리하는 곳도 아니다보니 규제사각지대란 염려도 제기된다.
학부모들이 자주 찾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사립VS비인가 국제학교 고민돼요", "강남 인근 비인가 국제학교 추천해주세요", "영유(영어유치원)연계 소규모 비인가 국제학교 어떤가요" 등의 고민글이 올들어 부쩍 늘었다. 한 학부모는 "영어유치원 졸업 후 사립 초등학교에 보냈는데, 최근 코로나19로 온라인 수업을 하면서 아이가 영어를 까먹는 것 같다"며 "올해도 코로나로 수업을 거의 못갈 것 같고, 영어를 사용하는 환경에 아이를 더 노출시키고 싶어 소규모 비인가 국제학교 진학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 학부모의 설명처럼 비인가 국제학교에 관심을 보이는 사례가 느는 것은 다른 학교들과 달리 코로나에도 대면 수업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비인가 국제학교의 경우 국내에서 학력 인정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상급학교로 진학하기 위해서는 검정고시를 봐야 한다. 초등학교의 경우엔 졸업 시점에 국공립·사립에 재학 중이면 학력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도 한몫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다른 학부모는 "저학년 때 국제학교에 1~2년 보내다가 국공립이나 사립초등학교로 전학하면 된다"며 "졸업만 인가 받은 학교에서 하면 초등학교 학력은 인정받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비인가 국제학교를 다니다 일반 초등학교로 전학을 위해선 학교별로 치르는 학력 평가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비인가 국제학교 수업료는 천차만별이지만 최소 수천만원 단위다.
A국제학교는 1년 기준 수업료가 초등 1400만원, 중등 1600만원, 고등 1800만원이다. B국제학교는 순수 학비만 연간 2700만원이다. 급식비와 셔틀버스비, 교과서 대금을 포함하면 한 해 약 3000만원을 수업료로 내야 한다. 이들 학교는 한 반에 10~15명 정도로 소규모로 운영한다. 공립학교 한 반 학생 수의 절반 수준이며 수업은 영어로 이뤄진다. B국제학교에선 해외 기관의 인증을 마케팅포인트로 내세우고 있다. 이 학교 홈페이지엔 NCPSA(미국사립학교연합), AI(국제학교연합)에서 국제학교 인증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B 학교 관계자는 "초등학년의 경우 이미 정원이 다 차서 대기를 걸어야 한다"며 "결원이 생기면 순차적으로 연락하는데, 이미 대기자가 많아서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 국제학교를 찾는 학부모들 중에는 해외대학 진학에 관심이 높은 사람들이 많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지난 2018학년도(2018년 3월부터 2019년 2월까지)에 유학을 이유로 해외로 출국한 초·중·고 학생 수는 9077명이다. 해외 유학생 숫자를 행정구역별로 살펴보면 서울 강남구가 533명으로 가장 많았다. 경기 성남시가 427명으로 두 번째로 많았고, 경기 고양시(399명), 경기 용인시(393명), 서울 서초구(389명), 서울 송파구(295명) 순이었다.
국제학교는 크게 인가와 비인가로 구분되며, 인가 국제학교만이 졸업했을 때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현재 교육부로부터 국내 고등학교 학력을 인정받는 인가 국제학교는 총 6곳이다. 하지만 이들 중 4곳이 제주도에 위치해있다.
비인가 국제학교는 이 틈을 파고들었다. 집 근처에 있다보니 아이들과 떨어져 지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일부에선 비인가 국제학교라도 미국 기관들의 인증을 받았다는 점을 내세우기도 한다. B국제학교와 같은 사례다. 국내 학력 인정은 받을 수 없지만 미국 ESL(English Second Language) 교육기관이 국제학교를 운영하는 등 미국 학제에 따라 수업을 진행한다. 이들 기관에선 비인가 국제학교라도 GPA(내신성적)는 인정받을 수 있어 해외대학은 지원할 수 있다고 홍보한다.
한 비인가 국제학교 입학 담당자는 "스쿨코드가 해외에 등록돼있어 해외 대학은 거의 다 진학할 수 있다"며 "예년에 비해 학교에 지원한 학생이 두 배 정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주의가 필요한 점도 많다. 비인가 교육시설의 경우 당국의 관리 감독을 받는 학교도, 학원도 아니어서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2017년 서울 송파구에서 정식 인가를 받지 않은 국제학교가 신입생 모집을 하고 있다며 진상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비인가임에도 인가인 것처럼 홍보를 했다는 이유에서다.
[김현정 매경닷컴 기자 hjk@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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