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의원 출근했다!"..제명된 김제시의원 복귀 놓고 '술렁'
'불륜 스캔들' 제명, 법원 가처분 인용..의원직 회복·등원
시민단체 "시의회, '불륜 스캔들' 당사자 다시 제명하라"
(시사저널=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불륜의원 출근했다."
끝난 줄 알았던 전북 김제시의회 동료의원 간 '불륜 스캔들'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지난해 불륜 사건이 공개되면서 김제시의회로부터 제명됐던 A(52·여성) 의원이 최근 친정인 의회에 복귀하면서다. A의원이 '윤리적 책임 차원에서 당분간 자숙할 것'이라는 세간의 예상을 깨고, 며칠전 올해 시의회 첫 임시회에 전격 등원하자 지역사회가 크게 술렁이는 모양새다.
A의원은 2개월 전, 의원직을 회복했다. 자신이 김제시의회를 상대로 낸 '제명 효력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전주지법 제2행정부가 지난해 12월 1일 인용하면서다. 재판부는 결정문을 통해 "김제시의회의 신청인(A의원)에 대한 의원 제명의결 효력을 본안소송 판결 선고 후 14일까지 정지한다"고 밝혔다.
'정지된 도덕?'…도발적 등원에 지역사회 '발끈'
재판부는 이어 "신청인이 제출한 소명 자료에 의하면, 의원 제명처분으로 신청인에게 발생하는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효력을 긴급히 정지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A의원은 지난해 7월 시의회에서 제명된 시점부터 소급 적용돼 의원직에 복귀했다.
앞서 김제시의회는 지난해 7월 16일엔 A의원과 불륜을 고백한 유아무개(54) 의원에 대한 제명안을 의결했다. 지난 1991년 지방의회가 부활한 이후 전북에서 지방의원이 제명된 사례는 두 의원밖에 없다.
그러자 A의원은 지난 10월 김제시의회를 상대로 제명 처분 무효 확인 소송과 제명집행정지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가운데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져 의원직을 회복한 것이다. 제명된 지 6개월 만이다. 그는 "제명 처분을 하면서 시의회가 행정절차 규정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안인 제명무효확인 소송은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A의원은 가처분 인용 후 두 달여 동안의 침묵을 깨고, 지난달 29일 김제시의회 제247회 임시회에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이날 소관 상임위에 참석해 집행부의 새해 업무보고를 청취하는 등 의정활동을 재개했다. 5일 폐회 때까지 대부분의 의회 일정을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의회는 법원 결정에 불복해 즉각 항고했지만, 당장 A의원의 등원 자체를 막을 방법은 없다. 시의회 관계자는 "A의원이 법원의 가처분 신청인용으로 의원 지위를 회복한 만큼 의정활동 재개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두 개의 시선…"석고대죄해도 모자라" vs "가혹한 2차 모욕"
하지만 A의원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그가 의회에 다시 입성한 기쁨보다는 좌불안석의 씁쓸함을 맛보고 있는 중이라는 게 시의회 관계자의 귀뜸이다. 그도 그럴 것이 많은 시민들은 아직까진 A의원이 품위에 어긋나는 일을 저질렀다고 확신하는 분위기다. 선출직인 동료 시의원들 또한 이 같은 시중의 여론을 감안해, 마냥 감싸주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A의원은 당장 '재기 등원' 길목에서부터 시민단체의 냉소적 시위에 시달렸다.
지역 시민단체 '열린김제시민모임'은 A의원이 의원직 회복 후 처음 열린 임시회 참석을 위해 등원하는 날인 1월 29일 오전 시의회 입구에서 '불륜녀 출근했다!'는 자극적인 글귀가 적힌 천막을 설치하고 "김제시의회는 당장 불륜 스캔들 당사자를 시민의 이름으로 다시 제명시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단체는 앞서 낸 성명서에서 "선출직 공직자였던 A의원이 주권자인 김제시민들에게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는 이미 만천하에 드러난 사실이다"며 "설령 불륜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지난해 7월 김제시의회 본회의장을 난장판으로 만들어버린 치욕스런 현장의 당사자란 점에서 시민들에게 석고대죄를 해도 모자란 사람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럼에도 A의원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알량한 명예회복 운운하며 법적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는데 대해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며 "시의회는 법원의 판단이 제명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것이므로 윤리특별위원회를 열어 적법한 절차를 거쳐 A의원의 의원직을 박탈해 시민들의 짓밟힌 명예를 회복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제의 한 시민도 "민의의 전당인 본회의장에서 불륜 문제로 옥신각신하며 시민들의 자존심을 유린한 행위가 아무 것도 아닌 것이냐"고 성토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너무 가혹한 잣대를 들이댔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제시의 한 전직 공무원은 "불륜 사실 여부를 떠나 공개된 장소에서 동료 의원의 일방적 주장으로 공직자 이전에 여성으로서 감당하기 힘든 모욕과 굴욕을 당했다"며 "죄가 미워도 인간에 대한 최소한 예의는 지켜야 하는 게 도리인데, 아직 진상조차 다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단죄하는 것은 가혹한 2차 모욕이다"고 했다.
재소환된 이른바 '불륜 스캔들'
A의원의 전격 복귀로 지난해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동료 의원 간 '불륜 스캔들'이 재소환되고 있다. 유아무개 의원과 A의원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두 의원의 불륜 사실은 지난해 6월 12일 세상에 알려졌다. 유 의원이 이른바 '불륜 고백 기자회견'을 하면서다.
그는 당일 김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항간에 떠돌던 소문은 사실"이라며 "책임지기 위해 사퇴한다"고 인정하면서다. 그는 "A의원 측에서 나를 내연관계가 아닌 일방적인 스토커로 몰고 있어 억울해서 사실을 밝힌다"며 "A의원으로부터 전화뿐만 아니라 '죽어서도 당신을 사랑하겠다' 등의 구애 편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두 의원은 이어 7월 초 김제시의회 의장단 선출을 위해 열린 본회의장에서 충돌하기도 했다. 이때 차후에 뭇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막말이 여과없이 쏟아져 나왔다. 유 의원은 A의원에게 "내가 스토커야? 얘기해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A의원은 "그럼 내가 꽃뱀인가? 법적으로 고발하라"고 맞섰다. 그러자 유 의원은 "너 내가 매장시킬 거야. 너 나하고 간통했지. 네가 무슨 자격으로 의회에 있느냐"라고 거침없이 독설을 퍼부었다.
두 의원이 불륜 스캔들에도 의정 활동을 이어가자 신속한 제명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시의원들의 불륜으로 막장 드라마가 돼 버린 김제시의회를 구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김제시민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지방행정을 견제·감시하라고 뽑아준 시의원들이 국민 혈세로 떠난 해외연수에서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각종 문제로 3∼4개월이나 의회를 비웠다"면서 "윤리적 책임과 도리를 저버린 의원들이 어쩜 이렇게 뻔뻔할 수 있는지 할 말을 잃게 한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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