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가 세상을 지배한다"

송경재 2021. 2. 7.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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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배터리가 자동차부터 발전소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에너지 패러다임을 바꿀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지난달 8일(현지시간) 프랑스 캄브라이 인근의 고압송전탑. 사진=로이터뉴스1

재충전이 가능한 리튬 이온 배터리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 1991년 소형 비디오 카메라(캠코더)에 들어가기 시작한 리튬이온 배터리는 이후 노트북 컴퓨터에 장착됐고, 10년 뒤에는 애플의 스마트폰, 웨어러블기기를 거쳐 테슬라의 전기차를 탄생시켰다.

원리는 같다.

리튬이온이 전해질로 채워진 배터리 내부에서 양극을 거쳐 음극으로 이동하고, 이 흐름이 반복되면서 전기가 발생한다. 이렇게 발생한 전력이 캠코더부터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각종 기기의 동력을 제공하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주말판에서 10년에 걸친 급속한 생산비용 감축 속에 배터리가 이제 티핑포인트를 지났다면서 가전제품에서 출발해 지금은 전세계의 동력 사용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고 전했다.

배터리는 현재 전기차가 수요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조만간 석유와 석탄·천연가스를 때는 발전소들을 대체하는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풍력·조력·태양광 등 재생가능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배터리에 보관했다가 성수기에 활용하는 식으로 기존 발전소들을 대체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 화력 발전소들이 미국내 전체 이산화탄소(CO2) 발생의 25% 정도를 차지하는 점을 감안할 때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최선의 방안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또 전기차 보급으로 미 탄소배출의 17%를 차지하는 휘발유·경유차를 대체하면 이산화탄소 발생을 절반 수준까지 낮출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배터리는 지금 현재 아시아 지역이 장악하고 있다.

전세계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의 65%를 중국이 차지한다. 세계 석유시장에서는 단일 국가의 석유생산량이 20%를 넘지 못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는 앞으로 석유를 대신해 부상하게 될 배터리를 둘러싼 에너지 안보의 핵심 사안이 될 전망이다.

차세대 배터리 개발도 한창이다. 전해질 용액을 통한 이온 교환 없이도 전력 발생이 가능한 솔리드 스테이트 배터리 등이 그것이다.

솔리드 스테이트 배터리 등이 개발되면 배터리가 훨씬 더 강력한 힘을 내고, 가격도 더 떨어진다.

수십억달러, 많게는 수조달러의 경제적 가치가 기대된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출발은 미약했다.

2008년 테슬라가 2인승 전기차 로드스터를 개발하면서 자동차에는 처음으로 투입됐다. 테슬라는 노트북용 배터리 약 7000개를 활용해 로드스터용 배터리팩을 만들었다.

앞으로도 한동안은 자동차가 배터리 수요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될 전망이다.

런던의 배터리 산업 분석업체 벤치마크 미네럴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현재 전기차가 전세계 리튬이온 배터리의 3분의2 이상을 가져가지만 2030년까지는 그 비중이 4분의3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배터리는 또 발전소 산업의 지형까지 바꾸게 될 전망이다.

지난 1월 플로리다주에서는 테슬라 자동차에 들어가는 것과 같은 방식의 리튬이온 배터리 셀 250만개로 구성되는 전기저장소가 건설에 들어갔다.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은 저장하지 않으면 날아가지만 이 저장소가 완공되면 남아도는 전력을 모아뒀다가 전력 수요가 높을 때 이를 활용할 수가 있다.

플로리다 파워 앤드 라이트는 플로리다에 현재 건설 중인 전력저장소가 월트디즈니 테마파크인 디즈니월드에 7시간 동안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텍사스주에서도 배터리를 통한 전력 저장이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말 현재 배터리를 통해 215메가와트 전력을 저장하고 있고, 2023년말이 되면 저장용량이 2000메가와트에 육박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텍사스주 전력 수요의 약 4~5%를 메울 수 있는 규모가 된다.

배터리 생산비용 하강 추세는 계속되고 있다.

지금은 전기차 가격이 배터리 때문에 휘발유나 경유차보다 훨씬 비싸지만 5년 안에 같은 수준으로 가격이 떨어질 전망이다.

배터리 재활용도 탄력을 받고 있다.

전기차에 쓰였던 배터리는 충전과 재충전을 거듭하면서 성능이 급격히 줄어들지만 이를 재활용해 전력을 저장하는 용도로 쓸 수 있다.

암스테르담의 요한 큐피프 운동장은 닛산 전기차 리프에서 떼어낸 중고 배터리 148개를 모아 3메가와트짜리 '슈퍼 배터리'를 만들었다.

대부분 재활용한 것들로 이 배터리팩은 운동장 지붕에 달린 태양광 패널을 통해 생산된 전력을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자동차 산업 컨설턴트인 샌디 먼로는 전기차 배터리 혁신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먼로는 "지금은 그저 거죽만 긁는 수준"이라면서 "내연기관(ICE)의 시대는 이제 종말을 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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