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컷] 제 무덤 팠던 경기도 공무원 합격자..일단 잘리긴 했는데

이은정 2021. 2. 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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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임용시험 7급'이란 글자가 보이는 모니터 화면 위에 날짜와 시간이 적힌 분홍색 메모지가 붙어있습니다.

지난해 12월 경기도 7급 공무원에 합격한 A씨가 한 극우성향 커뮤니티에 올린 합격 인증 사진인데요.

합격의 기쁨도 잠시.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 A씨의 공무원 임용을 막아달라는 게시글이 올라옵니다.

이 글에는 A씨가 미성년자를 불법 촬영해 성희롱하고 장애인을 비하하는 등 부적절한 게시글들을 올렸다는 주장이 담겼습니다.

논란이 불거지자 경기도는 지난달 26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A씨의 공무원 임용 후보 자격을 박탈하고 미성년자 성매매 등 별도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A씨는 "(커뮤니티에 올린 글 대부분) 사실이 아니다"며 의혹을 부인했지만, 경기도는 지방공무원임용령 제14조(신규임용후보자의 자격상실)에 근거해 A씨가 공무원 임용후보자로서 품위를 크게 실추시켰고 공직자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와 유사하게 대전시 9급 공무원 합격자 B씨도 과거 미성년자 아이돌을 성희롱하는 악성 글을 꾸준히 게시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B씨는 지난해 말부터 정식 공무원이 되기 전 일종의 수습 기간인 시보로 근무 중인데요.

B씨가 속한 구청은 지난달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해당 아이돌 소속사가 고소한 악플러 6명에는 B씨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공무원 합격자들의 잇따른 성 비위 논란에 비판의 목소리가 컸는데요. 공무원이 국민의 봉사자로서 역할을 하는 만큼 도덕적 잣대가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공무원은 사회적 약자를 돕고 이들을 위해 일할 책임을 가진 사람들이기 때문에 도덕적, 윤리적으로 어긋나게 될 때 더 큰 비판을 받는다"고 짚었는데요.

일부 누리꾼들은 경기도의 처분에 "옳은 결정"이란 반응을 보이면서도 A씨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어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합격 취소 결정이 뒤집히거나 재임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타냈는데요.

실제 지난 2013년 초등학교 임용고사에 합격한 20대가 어린이 사진과 함께 '로린이'(로리타+어린이)라고 희롱하는 게시글을 올려 임용이 취소됐다가 이듬해 다른 지역에서 초등교사로 발령받은 사실이 드러나 학부모들 반발을 샀죠.

전문가는 공무원 임용후보자가 행정소송을 제기할 경우, 수사 결과에 따라 행정처분이 취소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면서도 법원 판례 등을 볼 때 처분 취소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전홍관 산성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는 "통상적으로 법원은 공무원의 품위유지의무에 대해 그 범위를 매우 넓게 보고 있고,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더라도 행정처분 사유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임용 후보 자격을 박탈당해도 이후 재임용 여부는 제기된 의혹이 지방공무원법에서 정한 '결격 사유'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결정됩니다.

지방공무원법 임용령에 따라 임용후보자가 '자격을 상실'하는 것과 지방공무원법에서 정하는 지방공무원이 될 수 없는 '결격 사유'는 요건이 다르기 때문인데요.

국가공무원법 제33조와 지방공무원법 제31조의 '결격 사유'에 따르면 성폭력 범죄,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등을 저지른 사람은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습니다.

전홍관 변호사는 "(A씨의 경우) 미성년자 성매매 의혹 등이 사실로 드러나 유죄 판결이 확정된다면 재임용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잇단 논란에 전문가는 공무원 임용 단계부터 다양한 인사 검증 시스템이 도입돼야 하며, 임용후보자가 정식 임용 전 거치는 '시보 기간'을 엄중하게 운영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특히 시보 기간을 공무원 교육 과정이 아닌, 선발 과정의 연장으로 봐야 한다는데요.

오성호 상명대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현재로선 과거 온라인상에서 어떤 글을 썼는지 등을 제도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절차나 적절한 수단이 없기에 시보 기간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시보 기간 기관 관리자는 임용후보자 채용에 하자가 없는지 등을 다시 검증하고 점검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은정 기자 성윤지 인턴기자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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