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해군은 여전히 일본을 당해낼 수 없다 [박수찬의 軍]

박수찬 2021. 2. 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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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해군 이지스함 세종대왕함이 훈련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국과 일본의 해군력 격차는 어떻게 될까. 예전에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양국 해군력의 차이가 컸으나, 현재는 한국 해군이 일본 해상자위대와의 전투력 차이를 어느 정도 좁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해상초계기 분야는 격차가 여전히 크다. P-3CK 16대를 보유한 한국은 2020년대 중반에 도입될 미국 보잉 P-8A 6대까지 포함해도 20여 대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일본은 P-3C와 자국산 P-1을 합쳐 80여 대에 달한다. P-8A를 제외하면 한일 간 해상초계기 격차는 5배에 이른다. 

한국 해군은 창설 100주년인 2045년을 목표로 ‘해군 비전 2045’를 설정하고 세부 과제를 추진중이다. ‘해군 비전 2045’에는 차기 해상초계기 도입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일본과의 격차를 고려, 관련 연구를 서둘러 조기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초계기 1대가 함정 여러 척 몫을 한다

일반적으로 해상초계기 1대를 보유하면 군함 수 척을 운용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평가한다. 그만큼 해상초계기의 효용성이 높다는 의미다.

해상초계기는 적 군함이나 잠수함 위협 밖에서 탐지 및 공격이 가능하다. 첨단 레이더와 전자전 및 탐지장비로 군함이나 잠수함을 찾아낸 후 어뢰 또는 미사일로 공격한다. 
미 해군 P-8A 해상초계기가 시험비행을 하고 있다. 한국도 도입할 예정이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잠수함을 잡는 ‘잠수함 킬러’로 인식되지만, 실제 임무는 훨씬 많다.

조기경보는 물론 정보수집도 한다. 미 해군 P-3C가 오산 주한미공군 기지를 이륙해 한반도 중부 지역을 비행하는 것도 휴전선 일대 북한군 교신 등을 포함한 신호정보(SIGINT) 수집과 관련이 있다. 

해군은 1995년 미국 록히드마틴 P-3C 8대를 도입했다. P-3C가 처음 도입될 때는 미 해군과 동일한 수준의 장비를 썼다. 각종 탐지장비와 무장, 통신, 지상지원체계까지 당시로서는 첨단 수준이었다. 

이후 8대로는 영해 수호에 공백이 있다는 지적에 따라 2010년 기존 초계기를 개량한 P-3CK 8대를 추가했다. 

P-3CK는 중고 P-3 기체를 들여와 창정비를 하고 임무장비를 현대화해 성능을 P-3C 이상으로 높여 20년간 1만5000시간의 비행시간을 보장하도록 내구연한을 연장했다. 2013년에는 1995년에 도입한 P-3C 8대가 노후했다는 지적이 제기돼 성능개량을 진행했다. 
한국 해군 P-3C 해상초계기들이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공장에서 창정비를 받고 있다. KAI 제공
그럼에도 P-3CK 16대로는 북한, 중국, 일본의 해상 위협을 차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에 따라 해군과 방위사업청은 ‘해상초계기-Ⅱ’ 사업을 진행, P-8A 6대 도입을 결정했다. 한국 해군은 2023년부터 P-8A를 인수할 예정이다.

약 100대의 P-3C를 운용하며 한국 해군을 압도해온 일본 해상자위대는 가와사키가 개발한 P-1을 도입중이다. 

최대속도가 995㎞에 달하는 P-1은 제트 엔진을 장착해 빠른 속력으로 이동시간을 단축, 신속한 해상작전이 가능하다. 전투행동반경은 2500㎞로 P-3C보다 길다. 

잠수함 탐색에 쓰는 자기탐지장비(MAD)는 1.2㎞ 거리에서 이상 신호를 감지하며, 공중탐색레이더는 최대 600㎞ 거리에서 비행하는 항공기를 탐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P-8A와 유사하거나 일부 분야에서는 약간 능가하는 수준이다.

일본은 2023년까지 P-1을 65대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P-3C가 일부 퇴역하면 기존보다 해상초계기 버유 숫자는 다소 줄어들지만, 질적으로는 훨씬 높아지는 셈이다. 
일본 해상자위대 P-1 해상초계기 편대가 비행을 하고 있다. 방위성 제공
2018년 12월 일본 초계기 저공위협비행처럼 한일 간 군사적 갈등의 중심에 초계기가 또다시 등장할 위험은 언제나 도사리고 있다. P-3CK와 P-8A 20여 대로 일본 해상자위대를 견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포스트 P-3CK’ 준비 서둘러야

한국 해군도 이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 P-3CK가 성능개량을 통해 2030년대까지는 운용이 가능하나, 2040년부터는 노후화에 따른 부품 수급 문제와 성능 저하 등의 문제점이 드러날 위험이 적지 않다. 

근본적으로는 구형인 P-3CK가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네이비’를 추구하는 미래 해군의 발전 계획을 따라잡는 것도 어렵다.

해군의 미래 구상인 ‘해군 비전 2045’에서 차기 해상초계기 도입을 언급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군 관계자는 “P-8A보다 우수한 초계기가 아직은 없어서 ‘차기 해상초계기’라는 용어를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향후 도입될 초계기는 P-8A보다 우수해야 한다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포스트 P-3CK’는 어떤 모습을 갖게 될까. 일각에서는 미국과 일본의 사례에 주목한다. 

미국, 일본은 프로펠러기인 P-3C를 제트기인 P-8A과 P-1으로 각각 대체했다. 기존보다 작전해역까지 신속하게 이동하거나, 넓은 바다를 빠르게 정찰할 수 있는 능력을 우선한 셈이다. 
한국 해군 P-3CK 해상초계기가 활주로에서 이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국 해군도 P-3CK를 제트 초계기로 대체한다면, 지금보다 더 먼 바다로 초계범위를 넓힐 수 있다.

일본 초계기 저공위협비행 사건처럼 먼 바다에서 우리 해군 함정이 일본 해상자위대로부터 위협을 받을 때, P-3CK보다 항속거리가 길고 속도가 빠르며 출격준비시간은 짧은 제트 초계기를 10여 대 이상 보유한다면 큰 도움이 된다. 

북방한계선(NLL) 이남을 빠른 속도로 여러 차례 비행하며 대북 감시 공백을 없앨 수도 있다. 해군의 ‘소방수’가 되는 셈이다. 

다만 저공, 저속 초계비행이 많은 해상초계기 특성과 잠수함 위협을 고려, 필요할 때는 P-3CK처럼 느리게 비행하면서 소음은 낮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고속, 저속 성능이 모두 뛰어난 제트엔진과 튼튼한 동체 구조가 필요하다.

해상초계기의 임무 범위 확장을 위해 탑재 장비의 크기는 작지만, 성능은 우수하고 다양한 목적에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과의 양적 격차를 좁히기 어렵다면, 질적 차이라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전자기술 발달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고, 소형화와 경량화 추세가 지속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2045년에 모습을 드러낼 ‘포스트 P-3CK’에는 크기는 작지만 P-8A보다 우수한 지상, 해상, 공중감시능력을 지닌 전자장비 탑재가 가능할 수도 있다.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를 포함한 지상, 해상, 공중 감시장비가 모두 탑재된다면, 이름만 해상초계기일 뿐 사실상의 전천후 정찰기가 되는 셈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업의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는 점이다. 무기도입과정에서 요구성능(ROC)이 과도하거나 부족하기도 하고, 예산책정이 잘못되기도 하며, 리스크 분산을 위해 선정한 해외 파트너가 사업에 지장을 초래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한국형전투기(KF-X) 사업에 참여한 인도네시아는 분담금 미납과 기술이전 등의 문제로 사업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 미국은 KF-X 핵심기술 이전을 거부, 격렬한 논란을 빚었다. 
해군 구축함 광개토대왕함이 독도 앞바다를 항해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넓은 바다를 끼고 있는 우리나라가 영해를 수호하고 해양 권익을 지키려면 우수한 해상초계기를 확보해야 한다. P-8A가 2020년대에 도입되지만, 일본은 최신형 P-1을 대량으로 배치하고 있다. 구축함, 잠수함 전력차는 어느 정도 줄였지만 해상초계기는 앞으로도 일본이 압도적인 이유다. 

이를 조금이나마 해소하려면 P-3CK를 어떻게 대체할 것인지를 지금부터 연구해야 한다. 방위력개선사업은 10년 안팎의 시간이 걸린다. 선행연구 등이 지연된 소요시간은 더욱 길어진다.

2030년대 전력화될 경항모를 지원하고, 해군 창설 100주년인 2045년에 ‘스마트 네이비’를 달성하려면 관련 연구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어 군 당국의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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