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림 주의! 미처 몰랐던 내 마음, 로또 왜 사? [로또하세요?]
[로또하세요?-⑦]
* 기자라고 말을 다 잘하는 건 아닙니다. 특히나 처음 보는 사람과는요. 소재가 필요합니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재밌어할 만 한것, '로또'입니다. 로또는 사행성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람'에 초점을 맞추면 희노애락이 보입니다. '당첨금'에 초첨을 맞추면 세금·재테크·통계 등 다양한 이야기를 해볼 수 있습니다.
안 될 걸 알면서도 산다. 만원어치를 사는 대신 한 끼 식사로 7000원짜리 밥을 먹고 3000원짜리 아메리카노 한 잔까지 마실 수 있다는 걸 알지만 산다. 로또 얘기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현재 매주 팔리는 로또 금액은 900억원에 이른다. 동행복권 측은 "한 사람당 평균 만원어치씩 산다고 보는데 그럼 매주 900만명이 로또를 사는 셈"이라고 말했다.
매주 900만명이라니…. 불경기도 이런 불경기가 없다고 하는데, 코로나에 서민들 지갑은 꽁꽁 닫혔다고 하는데 로또 앞에선 어찌 이리도 쉽게 지갑을 열까. 나도 미처 몰랐던 내 마음, 도대체 왜 로또를 사는지 경제적·심리적으로 접근해봤다.
솔직히 '대박'을 노리지 않고 로또를 샀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테다. 대박은 아니더라도 중박이라도 기대하는 게 인지상정. 그런데 통계학적으로 로또 당첨금의 기대값은 로또 가격의 50%다. 로또 판매금액 중 당첨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정확히 50%이기 때문이다. 결국 1000원 짜리 로또 한장을 샀다면 평균 500원의 상금을 기대하고 샀다는 얘기가 된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이처럼 손해보는 장사인 로또 구매를 두고 "무척 우둔한 일"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어디 현실이 그러한가. 불경기일수록 대박을 꿈꾸며 로또는 더 잘 팔리고 있다.
심리학에선 로또를 사는 이유에 대해 '통제의 환상(illusion of Control)'이란 개념을 들어 푼다. 심리학자 엘런 랭어가 제시한 '통제의 환상'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이 세상을 자기 마음대로 통제하고 싶은 욕구에서부터 출발한다. 즉 모든 행동(혹은 결과)의 원인을 자신이 통제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1부터 45의 숫자 중 6개를 임의로 고르는 로또는 순수한 확률게임이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통제의 환상에 빠져 로또 결과를 통제할 수 있다고 여기고 이를 계속해서 산다. 수동으로 산 경우 뿐 아니라 자동으로 산 로또 번호마저 내가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 충분히 빠질 수 있다.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심리학자 카너먼(Kahneman)과 트베르스키(Tversky)는 아예 로또를 구입하는 사람들의 심리상태를 실험했다. 심리학과 경제학을 접목한 '프로스펙트 이론(prospect theory)'을 내놓으면서다.
실험결과 사람들은 로또에 당첨될 확률을 주관적으로 해석, 자신이 기대할 수 있는 만족과 효용을 계산한 결과에 따라 행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0.01은 매우 낮은 확률이지만 상당히 실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과대평가하는 반면, 0.99와 같은 높은 확률은 1보다 낮다는 생각에 실제보다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었다.
로또 1등 당첨 확률은 814만분의 1로 매우 매우 낮은 확률이다. 하지만 프로스펙트 이론에 따르면 오히려 사람들은 자신의 당첨 가능성을 과대평가하며 로또를 기분 좋게 살 수 있다. '오늘은 왠지 될 것 같다'는 기대감을 가득 안은 채….
"왜 로또를 사세요?"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봤다. 비슷비슷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을 위해", "잠시나마 고달픈 현실 도피를 위해" "퇴직 후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등등이다. 비슷한 대답 뒤에는 하나같이 당첨금을 타면 어떻게 어떻게 쓰겠다는 얘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로또로 '인생 역전' 꿈꾸기보다는 집이나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빠르겠단 얘기도 나왔다. "요즘 같아선 로또 보다 주식시장이죠, 주변에 몇 억 투자해서 3~4배를 번 사람 얘기도 들었어요" "몇 년 전만 해도 회사에서 일 좀 소홀히하는 사람들 보면 속으로 '로또됐나' 했는데 요즘은 '집샀나' 하잖아요(웃음)"
정말로 요즘 치솟은 집값을 보면 로또 1등 당첨금으로 인생 역전이 어려워 보이는 건 사실이다. 몇 달 새 주식시장에서 수억원을 벌었다는 얘기는 로또에 투자(?)하는 이들을 더욱 소박하게 보이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또를 안 사 본 사람은 있지만, 한번만 사 본 사람은 없다고 하지 않던가. 안 될 것을 알지만, 체감상 당첨금도 작아진 게 맞지만 로또 앞에선 항상 롤러코스터 타는 내 마음이다.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 byd@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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