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원 적금 대란'이 만든 5조원, 주식으로 향하나

이경은 기자 2021. 2. 6.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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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4일 낮 12시쯤 서울 송파구 하나은행 송파헬리오시티점이 ‘하나 더 적금’ 가입을 위해 대기 중인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5일까지 판매하는 ‘하나 더 적금’은 연(年) 이자가 5%대인 1년 만기 정기적금 상품으로, 132만명이 가입했다.

“저도 오늘 만기입니다~.”

지난 5일 온라인 재테크 카페에선 적금 만기 인증글이 넘쳐 났다. 바로 지난해 2월 3~5일 유행처럼 모두가 가입했던 ‘30만원 적금' 얘기다.

지난해 2월 3~5일 하나은행은 ‘KEB하나은행'에서 ‘하나은행'으로 사명을 바꾸면서 이를 기념하는 차원에서 고금리 특판 적금을 한시 판매했다. 까다로운 조건 없이 연 이율이 5.01%나 됐기에 초저금리 시대의 최대 화제 상품이 됐다.

단 3일 동안만 깜짝 판매했지만, 132만명이 넘는 고객이 몰렸고, 첫 달 가입금액만 3666억원에 육박했다. 하나은행 앱 접속 대기 인원은 한때 5만명이 넘어 대기 시간이 기본 1시간이었고, 콜센터는 연결이 되지 않았다. 전국 영업점은 사흘 내내 북새통이었고 마지막 날 오후에는 300∼400번대 대기표를 받은 고객들이 늦게까지 기다렸다.

당시 은행권에선 하나은행 적금 열풍에 대해 ‘대박이라기 보다는 대란에 가까운 성적'이라며 놀라워했다.

2020년 2월 3~5일 하나은행이 내놓은 연 5%대 특판 적금에는 총 132만명의 고객이 몰렸다.

그런데 1년 전 엄청나게 고생하면서 적금에 가입했던 사람들이 정작 1년이 지나 적금 만기가 돌아왔는데도 표정이 썩 좋지 않다.

1년 동안 열심히 적금에 돈을 매달 30만원씩 넣었지만, 손에 쥔 이자가 총 8만2650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적금은 1년을 맡겨둘 때의 이자가 5.01%이기 때문에 입금 회차가 거듭될수록 적용 이자는 낮아진다.

주부 이모씨는 “무조건 하면 이득이라고 해서 가입했고 1년 만기가 되어 돈을 찾았는데 이자가 너무 낮아 한숨이 나왔다”면서 “부동산은 세금과 규제가 너무 심하고 은행에 넣어두기엔 금리가 너무 바닥이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답답해했다.

당시 적금이 아니라 삼성전자 같은 주식에 투자했다면 적어도 8만원보다는 수익이 더 나왔을 것이라고 후회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지난해 주식 투자를 처음 시작해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는 30대 황모씨는 “당시 몇 만원 이자 더 받겠다고 스마트폰 은행 어플에 접속해 광클릭했던 모습을 떠올리니 헛웃음이 나온다”면서 “그 때 그 돈으로 주식이나 샀으면 좋았을 텐데, 그냥 중간에 깨지 않고 만기까지 적금을 불입했다는 데에 의미를 둬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회사원 김모씨는 “만기가 된 360만원을 예금에 재예치하려고 물어봤더니 금리가 1%도 안 된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면서 “이 돈을 달러로 바꿔서 미국 우량주나 사놓고 열어보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증권가는 지난해 ’30만원짜리 적금 대란' 속에 132만명의 가입자들이 만든 5조원이 어디로 향할 것인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식에 투자해서 성공한 경험을 가진 투자자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결국은 주식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연초 이후 지속되고 있는 개인 매수세가 설날 전후로 더욱 강력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러스트=김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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