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아기 산실이 폐허로..체불임금만 '188억'
[뉴스데스크] ◀ 앵커 ▶
58년의 역사를 가진, 국내 최고의 산부인과였던 제일병원.
2019년부터 회생절차에 들어갔고 직원들은 임금 삭감에 동의하며 견뎠지만, 결국 문을 닫게 됐습니다.
체불 임금만 100억원이 넘는데요.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도 이사장은 매달 2천만원의 급여를 받았습니다.
윤상문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새해가 밝으면 늘 1호 아기가 태어나던 곳.
제일병원의 새해 첫날은 늘 그렇게 분주했습니다.
하지만 3년 째 1호 아기의 울음소리는 더 이상 들을 수 없습니다.
"2019년도에 우리 병원에서 첫 아기 안 태어났을 때 저희가 엄청 슬퍼했어요"
2년 넘게 운영이 중단된 분만실 건물은 폐허가 됐습니다.
천장은 모두 뜯겼고, 곳곳에 의료 폐기물이 잔뜩 쌓여 있습니다.
미처 팔리지 못한 의료기구만 덩그러니 남아 있습니다.
병원 본관 건물은 철거 공사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환자들로 늘 북적였던 병원 거리도 이제는 인적이 끊겼습니다.
1963년 개원해 국내 최고의 산부인과로 명성을 날렸던 제일병원.
하지만 경영난이 심해지면서 2019년부터 회생 절차에 돌입했습니다.
한때 이 병원에서 출산한 유명 연예인이 인수에 참여할거란 얘기도 있었습니다.
[이민재/전 직원] "수 백 명의 직원들이 남아서 임금까지 삭감하면서까지 버텼거든요. 다 똑같은 생각이니까 흔쾌히 동의를 대다수가 했죠."
그러나 경영진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강제휴직에 이어 정리해고를 하더니 작년 말엔 거의 전 직원이 해고통보를 받았습니다.
[이진희/전 직원] "본인들의 권리인 양 그 전날 딱 발표를 하는 거예요. '너 내일부터 나오지마' 이러면 소모품이 된 듯한 느낌이 들잖아요."
병원 측 자료에 따르면 체불된 전현직 직원들의 임금과 퇴직금은 188억원에 달합니다.
직원들은 이사장이 무리하게 건물을 증축하는 등 방만한 경영을 해왔는데, 그와중에도 월 2000만원씩 급여를 챙겼다며 분노했습니다.
[조진선/전 직원] "배신감 엄청 느끼죠. 월급을 받아야 살 수 있는 직원들인데 그거를 안 주면서 본인들은 월급을 받고"
병원 측은 퇴직금 중 60%이상은 지급했다면서도 구체적인 액수에 대한 답변은 피했습니다.
제일병원의 현 이사장은 김수진씨.
이재곤 전 이사장의 부인입니다.
이들 부부가 살고 있는 방배동의 고급 빌라촌도 찾아가 봤지만 병원에서도, 집 근처에서도 만날 수 없었습니다.
[이재곤/전 제일병원 이사장] (MBC윤상문 기자라고 하는데요.) "아 됐습니다."
밀린 임금을 지급해달라는 직원들의 소송은 벌써 80건을 넘었습니다.
이런 와중에도 직원들은 병원을 쉽게 떠나지 못합니다.
[문연아/전 직원] "(옮기는 병원에) 이거 먹었었다고 가져가서 얘기하시면 돼요."
짐을 싸러왔는데, 환자가 있으니 모른척 할 수가 없습니다.
[문연아] "오늘 파산 신청을 한다고 들었고요. 이제는 정말로 (환자분들에게) 더는 내가 해드릴 게 없으니까. 또 정말 월급을 한 푼을 못 받는 바에야 나도 살아야 되니까."
MBC뉴스 윤상문입니다.
(영상취재: 남현택 / 영상편집: 이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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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문 기자 (sangmoon@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1/nwdesk/article/6080751_3493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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