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장관 38% '의원 겸직'.. '정치인 장관' 전성시대 [뉴스 인사이드]

장혜진 2021. 2. 6.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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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부 견제 기능 약화 우려"
장관 45명 중 현역 의원 17명 입각
노무현 정부 이후 비율 가장 높아
친문 성향 의원 중심 발탁 잇따라
정책 유지·청문회 부담 최소화 장점
野 "전리품 얻듯 제 편만 채워" 비판
美선 與野 힘 합쳐 대통령 정책 견제
"삼권분립 견제·균형 기능 저하" 지적
바야흐로 ‘정치인 장관’ 전성시대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발표한 3개 부처 신임 장관 인사에서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와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 2명을 더불어민주당 현역 국회의원 중에서 발탁했다. 현재 18개 정부 부처 중 의원 겸직 장관은 이들을 포함해 6명이다. 3명 중 1명꼴로 의원과 장관을 겸직 중이다. 전직 의원 출신인 유은혜 교육부 장관과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까지 포함하면 18명 중 8명으로 늘어난다.

물론 이전 정부에서도 이 같은 ‘정치인 장관’들은 있어왔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이 같은 현상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를 놓고 “장관 기용을 통한 의원 줄 세우기”, “입법부의 행정부 견제를 약화하는 요소”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문정부 ‘의원 겸직 장관’, 전임 정부보다 빈번

문재인정부 들어 입각한 현역 의원은 총 17명이다. 2017년 5월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 도종환 전 문체부 장관,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 4명의 현역 의원 지명을 시작으로 정세균 국무총리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 현역 의원들의 행정부행이 이어졌다. 20대 국회 민주당 원내대표였던 이인영 의원이 21대 국회에서 통일부 장관으로, 여당과 정부 간 정책 조율 역할을 하는 정책위 의장 자리의 한정애 의원이 지난해 말 환경부 장관으로 인선돼 행정부로 자리를 옮겼다.

친문(친문재인) 성향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기용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띄는 부분 중 하나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지명된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과 황 후보자, 권 후보자 등은 친문 핵심 의원들이 만든 ‘부엉이 모임’ 출신이다. 이번 정부에서 발탁된 현역 의원 장관과 장관 후보자의 상당수는 노무현정부 청와대 비서관이나 행정관 출신이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으로 있던 당시 함께 일한 관계다.
이에 야권을 중심으로 “친문 하나회(국민의당 권은희 원내대표)”, “전리품 얻듯 자기편만 채운다(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과거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도 각각 10명, 11명, 10명의 의원 출신 장관이 임명됐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서 그 수가 확연하게 늘어났다. 더욱이 다음 대선을 1년여 앞둔 상황에서 선거 관리 주무 부처인 행안부와 선거사범 수사를 담당하는 법무부, 대국민 국정 홍보 역할을 하는 문체부를 모두 현역 의원으로 채운 것을 놓고 ‘선거 중립성’을 둘러싼 야권의 우려도 상당한 상황이다.

국회의원의 장관 겸직이 가능해진 것은 박정희 정권 당시인 1969년 3선 개헌부터다. 1963년 헌법은 ‘국회의원은 국무총리, 장관 등을 겸할 수 없다’는 명문 규정을 뒀다. 3선 개헌 때 이를 고쳐 의원의 총리·장관 겸임을 허가하도록 길을 열었다. 행정부의 입법부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는 동시에 3선 개헌에 대한 여당 의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것이었다는 평가다.
◆의원의 장관 겸직… 득과 실은?

의원 겸직 장관의 장단점은 엇갈린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문재인정부가 임기 말에 다른 정부에 비해 현직 의원을 많이 선택하는 이유는 첫째로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둘째로 인사청문회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전임 정부에서는 임기 마지막 일 년 전후가 되면 해당 부처 차관 등 관료들에게 바통을 넘기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 경우 언론과 야당 등의 비판을 의식해 좌고우면하게 된다”라면서 “청와대와 코드가 맞는 정치인을 기용해 대통령의 정책을 임기 마무리까지 제대로 끝까지 관철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아울러 현직 의원들은 선출직 선거를 치르며 한 차례 검증을 통과한 데 이어 재산신고를 해오고 있다는 점에서 청문회 낙마의 부담도 작다. 여야 의원들 간 ‘동료의식’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고려 요인이다.

그러나 장점은 반대로 단점이 되기도 한다. 인사청문회 낙마를 피하기 위해 현직 의원을 발탁한 경우 ‘인력 풀’이 작아지고, 국민들 역시 임기 말까지 이어지는 ‘정책 밀어붙이기’에 대해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입법부의 행정부 견제가 약화할 뿐만 아니라 행정부가 여당에 휘둘릴 우려도 제기된다. 행정부와 여당이 한 몸처럼 움직이면서 삼권분립이 명시한 견제와 균형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왼쪽부터), 박범계 법무부 장관, 이인영 통일부 장관. 연합뉴스
실제로 최근 민주당이 4차 재난지원금과 재정 확대를 둘러싼 논란 속에 손실보상 법제화와 재난지원금 지급 등 투트랙 정책을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권 장관은 지난 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나와 민주당의 투트랙 방침을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권 장관은 소상공인 지원과 관련한 손실보상 법제화 및 재난지원금 지급 방안 논의에 대해 “둘 다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장영수 고려대 헌법학 교수는 “의원 겸직 장관을 둘러싼 가장 중요하고 현실적인 문제는 장관직에 관심 있는 여당 의원들이 자꾸 청와대 눈치를 보게 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미국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들고 나온 정책에 대해서도 당시 여당이던 공화당이 야당과 합세해서 좌절시킨 사례가 있는데, 우리는 그런 경우가 한 번도 없다”면서 “대통령의 눈에 들어야 하니 사안이 있을 때마다 여당 의원들이 청와대 편을 드는 현상의 요인 중 하나가 된다”고 말했다.

장혜진 기자 jangh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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