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km 복직 도보행진' 김진숙, 서울 입성..청와대까지 'D-1'
"복직 없이 정년 없어..청와대 단식 동지 병원 보낼 것"
(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 = 한진중공업 영동조선소의 '마지막 해고 노동자'인 김진숙(61)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6일 서울에 도착했다.
김 위원은 지난해 12월30일 경남 양산 부산도시철도 호포역에서 출발한 지 32일째 두 발로 걸으며 복직 투쟁 중이다. 그는 다음날인 7일 청와대에 도착해 긴 여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김 위원은 오후 3시쯤 서울 동작구 흑석역에 도착해 이날 일정을 마쳤다. 김 위원과 연대하기 위해 노조, 시민단체, 정당 관계자 수백여명도 함께 모였다. 노조 관계자는 "600명 이상이 모인 것 같다"고 전했다.
김 위원은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처음 (희망 뚜벅이를) 시작할 때는 이게 될까, 생각했는데 걸어서 여기까지 왔다. 감개무량하다"고 서울에 도착한 소감을 밝혔다.
김 위원은 1981년 21세의 나이에 한진중공업의 전신인 대한조선공사주식회사에 용접공으로 입사해 노조 활동을 하다 경찰 조사를 받고 1986년 징계해고됐다.
2019년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는 한진중공업에서의 노조활동을 민주화 운동으로 인정하며 김 위원의 복직을 권고했지만, 한진중공업은 그의 복직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지난해 12월30일 회사 밖에서 정년을 맞이하게 된 김 위원은 "복직없이 정년 없다"며 경남 양산에서 청와대까지 걷는 '희망 뚜벅이' 복직 투쟁을 시작했다.
32일간 족히 400킬로미터(㎞) 이상 걷는 여정이 힘들지는 않았냐는 질문에 그는 "사람인데 힘들지"라고 웃어보였다. 그러면서도 "일단 마음먹었으니 해야 하지 않겠나"고 답했다. 유방암 투병 중인 김 위원은 많이 야윈 모습이었다.
김 위원은 7일 청와대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단식하시는 분들 설득해서 병원에 보내겠다"며 "그게 마음이 가장 급하다"고 말했다.
현재 청와대 앞에서는 송경동 시인, 김우 권리찾기유니온 활동가, 정홍형 금속노조 부양지부 수석부지부장이 김 위원의 복직 등을 촉구하며 47일째 단식투쟁 중이다.
지난 4일 노조와 한진중공업은 종교계 등의 중재로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간에서 첫 공식교섭을 진행했으나 결국 결렬됐다. 김 위원 측은 '복직'을, 회사 측에서는 '재입사 후 명예퇴직'을 고집하고 있다.
김 위원은 "복직은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간다는 의미이고, 재입사는 과거를 모두 단절하고 입사했다가 명예퇴직하라는 것"이라며 "그것은 이전 세월에 대한 책임을 전혀 안 지겠다는 것이다.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노사 협상이 결렬된 데 대해 "수천 명, 수백 명도 아니고 단 한 사람 남은 사람이 10년, 20년 일할 것도 아니고 한 번만 공장에 내 발로 들어갔다가 나오겠다는데, 그걸 거부한다는 건 감정의 문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한진이 노동문제, 노동자를 대하는 시각은 늘 그랬다"며 "크레인 농성부터 해서 자신들의 의도가 관철되지 못했던 것에 대해 저에게 원한이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은 정부에 대해서도 섭섭함을 드러냈다. 그는 "경사노위 위원장부터 고용노동부 장관까지 국정감사에서 최선을 다해 풀어보겠다고 했지만 그게 벌써 몇 달째인가. 립서비스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흑석역에는 각자의 자리에서 투쟁 중인 코레일네트웍스노조, LG트윈타워분회, 삼성전자서비스노조, 기아자동차노조, 한국마사회노조 등이 김 위원을 맞이하고 응원했다. 김 위원의 투쟁기를 담은 저서 '소금꽃나무'를 들고 와 사인을 요청하는 사람도 있었다.
김 위원과 그의 일행은 7일 오전 11시 흑석역에서 출발해 오후 1시 한진중공업 본사가 있는 남영동을 지나 오후 2시30분 광화문을 거쳐 오후 3시 청와대 분수대 앞 단식농성장에 도착할 계획이다. 오후 4시에는 청운동 동사무소 앞에서 마무리 집회가 예정돼 있다.
heming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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