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3~4배 오를 때 가격 안 오른 '럭셔리카'도 시장 키우나 [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
요즘 차와 차 업계를 이야기하는 [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 오늘은 올해 한국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려는 럭셔리카를 살펴보려 합니다.
지난해 국내 수입차 시장은 30만 대 가까운 규모로 커졌는데요.
전체 댓수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 브랜드지만 벤틀리가 129.5%, 람보르기니가 75.1%의 판매량을 늘리며 고가 수입차의 폭발적인 성장도 눈에 띄는 한해였습니다.
이들 브랜드보다는 가격대가 낮지만 그래도 1억 원 넘는 모델이 즐비한 포르쉐는 2019년 4200대 수준의 판매가 지난해 7700대를 넘기면서 85.0%나 늘기도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퍼포먼스’보다 ‘럭셔리’를 앞세운 벤틀리와 롤스로이스는 올해 국내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려는 태세입니다.
에르메스, 샤넬 같은 고가 패션 브랜드의 제품을 없어서 못 사는 상황이 최근의 소비 트렌드를 보여주고 있는 한국입니다.
자동차에서도 럭셔리를 앞세운 브랜드들이 한 계단 올라서는 한 해가 될 수 있을지 한번 짚어보겠습니다.
부동산 가격이 3~4배 이상 뛰는 동안 초고가 수입차의 가격은 사실상 제자리걸음했다는 점을 같이 보겠습니다.
자동차에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디스플레이를 살펴본 지난주 휴일차담에 보내주신 관심에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현대차는 왜 삼성 OLED를 선택했나…디스플레이 키우는 차들 [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 https://www.donga.com/news/Economy/article/all/20210130/105193565/1
▶김도형 기자의 휴일車담 전체 기사 보기 https://www.donga.com/news/Series/70010900000002
● 벤틀리 “올해 국내에서 ‘500대’ 최고 기록 쓰겠다”
벤틀리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벤테이가 신형 모델을 소개하는 자리에 최근 다녀왔습니다.
국내 판매 시작 가격은 3억900만 원. 벤테이가는 벤틀리가 세계 최초의 럭셔리 SUV라고 자랑하는 모델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감안해서 워렌 클락 벤틀리모터스코리아 총괄과 차를 살펴보면서 1대 1로 얘기하는 자리였고 차를 몰아볼 수는 없었는데요.
워렌 클락 총괄을 통해 올해 벤틀리가 한국 시장에 거는 기대가 상당히 크다는 점을 잘 느낄 수 있었습니다.
벤틀리는 2015년 385대를 판 것이 국내 최대 판매량입니다.
2016년 170대로 추락했던 판매량은 지난해 296대까지 회복됐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500대 안팎을 판매하면서 신기록을 세우겠다는 것이 벤틀리의 목표입니다.
SUV인 벤테이가와 세단 모델인 플라잉스퍼, 콘티넨탈GT 등 3종류의 인기 모델을 모두 국내에서 판매하는 첫 해이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하다는 설명이었습니다.
● 국내에서 연간 수 백 대씩 파는 럭셔리 브랜드
강력한 성능보다 고급스러움을 앞세운 럭셔리 브랜드라면 롤스로이스와 벤틀리를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라인업으로 들어간 마이바흐도 있겠습니다.
이들은 국내에서 얼마나 팔까요?
지난해 롤스로이스가 171대, 벤틀리가 296대를 팔았습니다. ‘마이바흐’가 붙은 메르세데스벤츠 차량은 412대 판매됐습니다.
다 더해도 1000대가 안 되는 시장이네요.
벤틀리가 다른 이유가 아니라 올해 국내 판매 라인업이 다양하다는 것을 기반으로 판매량 증가를 기대하는 것처럼 이들 브랜드는 워낙 판매량이 적어서 판매·인도가 가능한 모델에 따라서 판매량이 들쭉날쭉할 수 있습니다.
롤스로이스의 경우 최근 국내에서 신형 고스트를 공개하면서 판매에 의욕을 보이고 있습니다.
롤스로이스는 4억7100만 원에서 시작하는 이 모델이 비교적 저가(!)인 브랜드입니다.
그러니 이런 신형 고스트는 차량 소유주가 직접 운전하는 ‘오너 드리븐’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어필하면서 판매에 나서는 것입니다.
롤스로이스는 주문생산 기반이라 지금 주문을 해도 인도까지는 시간이 꽤 걸리긴 하겠습니다.
● 벤틀리는 한국이 6위, 롤스로이스도 10위권
이 정도 판매량을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어떨까요.
퍼포먼스와 럭셔리를 조화시켰다고 강조하는 벤틀리는 세계적으로 연간 1만 대를 조금 넘게 팝니다.
그리고 한국은 6위권으로 분류 합니다.
미국, 중국, 영국, 독일, 일본 등 정도가 한국보다 앞설 뿐이라는 것입니다.
롤스로이스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5152대를 팔았습니다. 이게 116년 역사상 최다 기록입니다.
롤스로이스에게 한국은 10위권 정도라고 합니다.
벤틀리와 마찬가지로 한국의 앞에는 미국, 중국 같은 거대 국가 그리고 롤스로이스의 본고장인 영국과 일본 정도가 있겠습니다.
여기에 오일 머니가 넘치는 중동 국가들이 한국보다 많이 팔리는 나라라고 합니다.
● 고가 패션 브랜드와 롤렉스 모두 ‘오픈런’하는 한국
수백 대 밖에 안 되지만 이들 브랜드의 글로벌 판매를 생각하면 한국은 결코 작은 시장이 아닙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시장을 더 키우겠다는 것인데…
고가의 럭셔리 패션 브랜드 제품을 사려는 ‘오픈런’을 생각하면 무리도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에르메스와 샤넬 같은 브랜드는 살 돈이 있어도 백화점 매장에서 번호표를 받아야 하고 순번대로 겨우 입장해도 원하는 제품의 물량이 없어서 못 산다고 하는 상황입니다.
고가의 시계를 봐도 롤렉스 같은 브랜드에서는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하는데요.
고가의 물건에 대한 구매력과 태도가 달라지는 상황 속에서 럭셔리를 내세운 자동차 브랜드가 한국 시장을 보다 공격적으로 대하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일 수도 있겠습니다.
● 집값 2~4배 뛸 때 수입차 가격은 제자리걸음?
고가의 차량을 둘러싼 상황 변화는 가격 변화와 연결지어 생각해볼 여지도 있어 보입니다.
쉽게 말해서, 고가의 수입차가 과거에 비해 지금 ‘더 싸게 보인다’는 것인데요.
서울 강남구 압구정 현대1차 131.48㎡ 아파트는 2006년에 15억~18억 원 정도에 실거래됐습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28억~35억 원까지 거래가 이뤄졌습니다. 2배 안팎으로 올랐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 단지의 59.74㎡ 면적 아파트는 2006년에 2억4000만~3억5000만 원 정도에 거래가 됐네요.
그리고 지난해에는 8억9000만~11억3000만 원의 실거래가가 신고됐습니다.
적게 잡아도 2.5배에서 최대 4.7배로 가격이 올랐습니다.
그런데 이 기간에 고가의 수입차 가격은 사실 거의 안 올랐습니다.
롤스로이스를 대표하는 모델 팬텀의 경우 수입차협회 자료상의 2006년 판매가격이 7억3000만 원입니다.
같은해 3800cc 배기량의 포르쉐 911 Carrera 4S 모델은 1억5350만 원에 판매됐습니다.
지난해 판매가격은 어떨까요.
롤스로이스 팬텀은 6억2860만 원으로 가격이 오히려 내렸고 배기량이 2981cc로 줄어든 포르쉐 911 Carrera 4S는 1억7400만 원으로 조금 올랐습니다.
자산 가치나 소득의 증가를 감안한 상대적인 가격이 자동차는 사실상 제자리걸음이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대중적인 차량들에서도 고객들의 눈높이가 아반떼, 쏘나타에서 그랜저, 제네시스 G80으로 올라가는 흐름과 무관하지 않은 부분인데요.
아무튼 차 가격이 상대적으로 덜 올랐다는 점이 고가 수입차의 장벽을 함께 낮춰주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 프리미엄 브랜드 뒤에서 ‘억’ 소리 나는 차들의 경쟁
독일계 프리미엄 브랜드를 넘어서는 고성능 차량 혹은 럭셔리 브랜드 차량 판매가 늘어나는 것이 유난스럽지 않아지고 있는 한국의 상황.
독자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앞서 벤틀리모터스코리아의 워렌 클락 총괄은 한국의 고객들이 럭셔리라는 가치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치열하게 일 하고 그에 대한 보상을 찾는 고객들에게 벤틀리 같은 브랜드는 충분히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얘기했습니다.
올해도 국내 수입차 판매 최상위권 자리를 놓고는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를 비롯한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전망입니다.
하지만 그 뒤편에서, 보다 고가의 브랜드들이 조용히 판매를 늘릴 수 있을지, 한번 눈 여겨 보시는 것도 재미있을 한해 아닐까 싶습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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