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외교수장급 첫 통화.. 대만·홍콩 거론하며 대립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취임 후 미·중 외교 수장급 인사 간의 첫 전화통화가 이뤄졌다. 이들은 양국 협력의 중요성을 언급했지만, 동시에 대만과 홍콩 등 민감한 외교적 현안을 거론하며 서로를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국무부는 5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바이든 행정부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의 통화 사실을 밝혔다. 

미 국무부는 “블링컨 장관은 미국이 신장과 티베트, 홍콩을 포함해 인권과 민주적 가치를 계속 지지할 것임을 강조하고 버마(미얀마) 군사 쿠데타를 비판하는 국제사회에 중국도 동참할 것을 압박했다”고 전했다. 

블링컨 장관은 인사청문회 때부터 중국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다. 실제 이날 양제츠 정치국원과의 첫 통화에서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현안을 사실상 모두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블링컨 장관은 양제츠 정치국원에게 대만해협을 포함해 인도·태평양지역 안정성을 위협하고 국제사회 체계를 무시하는 중국에 책임을 묻고자 동맹 및 협력국과 협업하겠다고 재확인했다. 또 동맹 및 협력국과 공유하는 가치와 이해관계를 지키는 데도 협업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중국도 중국중앙TV 등 관영 매체를 통해 블링컨 장관과의 통화 사실을 전했다. 다만 블링컨 장관의 대중국 비난 발언은 제외한 채 양제츠 정치국원의 강경 발언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양제츠 정치국원은 통화에서 “현재 중미 관계는 고비”라면서 “중국은 미국이 잘못을 바로잡고 중국과 충돌하지 않으며 상호 존중과 협력에 초점을 맞춰 이견을 조정해 중미 관계를 안정적으로 발전시키길 촉구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양국은 서로의 핵심 이익을 존중해야 한다”면서 “중국은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길을 확고히 갈 것이며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제츠 정치국원은 민감한 현안인 대만 문제에 관해 “중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핵심 문제로 중국의 주권과 영토 보전이 걸려있다”면서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과 중미 3대 연합 공보(미중 간 상호 불간섭과 대만 무기 수출 감축 등을 둘러싼 양국 간 합의)를 엄격히 준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홍콩과 신장(新疆), 시짱(西藏) 등 문제는 중국 내정으로 어떠한 외부세력의 간섭도 용납하지 않는다”면서 “중국을 헐뜯으려는 그 어떤 모략도 실현될 수 없으며 중국은 국가 주권과 안전, 발전 이익을 확고히 수호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