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에 잘나가는 기업? 여길 보시라

장민석 기자 2021. 2. 6.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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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배달 업체인 도어대시는 이번 수퍼볼에 세사미 스트리트의 캐릭터를 내세워 음식 뿐만 아니라 가정용품도 배달한다는 내용의 광고를 내보낸다. / 도어대시

미국에서 NFL(미 프로풋볼) 챔피언결정전인 ‘수퍼볼(Super Bowl)’이 열리는 일요일은 ‘수퍼 선데이(Super Sunday)’로 통한다. 미국인들은 이날 파티를 열어 가족·지인들과 수퍼볼을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경기가 열리기 훨씬 전부터 TV 요리 프로그램에선 ‘수퍼볼과 함께하면 좋은 음식’을 소개하기 바쁘고, 당일 닭날개와 맥주 등을 얼마나 먹고 마시느냐는 이 때만 되면 나오는 단골 뉴스다.

그 인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미국 역대 최다 시청자 수를 기록한 TV 프로그램 베스트10 중 9개가 수퍼볼이다. 수퍼볼이 아닌 프로그램 중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것은 1983년 방영된 드라마 ‘M*A*S*H(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TV시리즈)’의 마지막 회로 9위를 차지했다.

미국 TV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이 본 프로그램은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와 시애틀 시호크스가 맞붙은 2015년 수퍼볼이다. 당시 1억1444만명이 TV로 이 경기를 지켜봤다. 작년 수퍼볼은 약 1억명이 봤다.

이번 수퍼볼에 나서는 두 쿼터백 패트릭 머홈스(왼쪽)와 톰 브래디의 사진 앞을 지나는 팬의 모습. 수퍼볼은 플로리다주 탬파에서 열린다. / UPI 연합뉴스

캔자스시티 치프스와 탬파베이 버커니어스의 맞대결로 펼쳐지는 올해 수퍼볼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더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경기를 지켜볼 전망이다. 특히 스포츠 팬이라면 놓쳐선 안 되는 매치업이 성사돼 미국 전역을 흥분시키고 있다.

55회를 맞이한 이번 수퍼볼에선 6회 우승에 빛나는 레전드 쿼터백 톰 브래디(44·탬파베이 버커니어스)와 최연소 수퍼볼 2연패(連覇) 쿼터백에 도전장을 던진 패트릭 머홈스(26·캔자스시티 치프스)가 맞붙는다. 이미 전설인 자와 전설로 발돋움하려는 자의 대결이다. 댈러스 카우보이스에서 명 쿼터백으로 활약했던 해설가 토니 로모는 “이번 수퍼볼은 20, 30, 40, 50년 뒤에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경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낙 빅매치라 팬들이 경기에 너무 빠져든 나머지 자제력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집에서 가족끼리 보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며 “소규모 파티를 열더라도 음식과 식기를 각자 챙기고 마스크를 착용한 채 박수와 발 구르기로 응원을 대신하라”고 권고했다.

수퍼볼 킥오프 시각은 한국 기준으로 2월 8일 오전 8시30분. 아쉽게도 국내 생중계는 예정돼 있지 않다.

이번 수퍼볼에 나오는 머카리 광고. 같은 팝콘 기계 두 개를 선물 받고 하나를 온라인으로 파는 내용을 다뤘다. / 유튜브

◇ “음식뿐만 아니라 휴지도 배달합니다”

미국인 중엔 광고를 보려 수퍼볼을 보는 이들도 꽤 많다. 미국 최대 이벤트를 홍보의 장으로 활용하려는 각 기업은 사활을 걸고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광고를 내보낸다. 각종 아이디어로 무장한 재기 발랄하고 가슴 찡한 ‘작품’들을 보고 있노라면 광고 시간이 기다려질 정도다. 이번 수퍼볼 중계사인 미국 CBS는 “30초 광고의 단가가 550만달러(약 62억원)”라고 밝혔다.

역대 가장 비싼 수퍼볼 광고는 작년 구글의 90초 광고로 단가가 1680만달러(약 189억원)에 달했다. 기아자동차는 2019년 수퍼볼에 1560만 달러(약 175억원)짜리 90초 광고를 내보냈다. 역대 6위의 기록이다. 2013년 수퍼볼에 방영된 삼성 갤럭시 S3 광고(120초) 가격은 1520만달러로 역대 8위.

이번 수퍼볼의 광고 리스트를 보면 코로나 대유행으로 인한 사회 변화상을 엿볼 수 있다. 미국 경제 매체인 CNBC는 “올해 수퍼볼에선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광고주들을 대거 보게 될 것”이라며 “이들 중 대부분은 코로나 유행으로 호황을 누린 기업들”이라고 소개했다.

수퍼볼의 새 광고주 리스트엔 온라인 음식 배달 업체인 ‘도어대시’와 ‘우버 이츠’, 무료 증권 거래 앱인 ‘로빈 후드’, 온라인 중고차 거래 사이트 ‘브룸’, 포장 고객이 많은 멕시칸 체인 음식점 ‘치폴레’, 정원 관리 물품을 파는 ‘스코츠미러클-그로’, 개인 간 물품 거래 사이트 ‘머카리’, 구인·구직 사이트 ‘파이버’와 ‘인디드’, 인터넷 스포츠 베팅 업체 ‘드래프트 킹스’ 등이 포함됐다. 모두 비대면이 일상화되고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진 요즘 세상에 주목 받는 업체들이다.

이들은 코로나 시대를 겨냥한 광고도 준비하고 있다. 도어대시는 인기 어린이 프로그램인 ‘세사미 스트리트’의 캐릭터들이 나와 키친타월과 같은 주방용품도 배달해 준다는 점을 강조한다. 음식 배달 전문 업체인 도어대시는 작년 코로나 확산에 발맞추어 가정용품과 건강용품 등 배달 품목의 범위를 대폭 넓혔다.

프리랜서 전문가 구인 사이트인 파이버는 중소기업이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온라인으로 전환해야 하는지를 광고에 다뤘다. 파이버 관계자는 CNBC와 인터뷰를 통해 “전 세계의 프리랜서들이 코로나와 실업난으로 인해 우리의 플랫폼으로 모여들고 있다”며 “작년은 우리에게 상징적인 한 해가 됐다”고 말했다.

머카리는 두 개의 팝콘 기계를 선물로 받은 커플이 그중 하나를 머카리를 통해 다른 집에 파는 내용을 광고에 담으며 ‘집에서 무엇이나 온라인으로 사고파세요’란 내레이션을 넣을 예정이다. 개인 간 온라인으로 물건을 거래하는 플랫폼인 머카리 역시 코로나로 인한 락다운을 계기로 급성장한 회사다. 이번 광고엔 코로나 시대에 맞춰 실제 룸메이트와 커플을 캐스팅해 낯선 이끼리 감염의 위험성에 노출되는 것을 막았다.

코로나는 주로 매장을 방문해 중고차를 사는 미국인들의 라이프 스타일도 바꿔놓았다. 지난해 상장을 하는 등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온라인 중고차 거래 사이트 브룸은 그 기세를 몰아 올해 수퍼볼에 광고를 내보낸다.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스포츠 베팅 업체도 더욱 번창하고 있다. 베팅 업체 드래프트 킹스는 수퍼볼의 새 광고주가 됐다. 블룸버그는 “이번 수퍼볼엔 760만명의 미국인이 온라인 베팅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작년 수퍼볼보다 63% 늘어난 수치”라고 전했다.

이번 수퍼볼 하프타임쇼에 나서는 위켄드. 펩시는 수퍼볼 광고를 하지 않는 대신 하프타임쇼 후원에 집중하기로 했다. / AP 연합뉴스

◇ 수퍼볼 광고 대신 코로나 접종 캠페인

반면 수퍼볼 광고 시간의 ‘터줏대감’인 버드와이저와 코카콜라, 펩시 등은 이번에 빠졌다. 코로나 사태로 영업에 타격을 받은 코카콜라는 올해 수퍼볼 광고는 건너뛰기로 했다. 펩시는 전통적인 광고 대신 하프타임쇼 후원에 더욱 집중한다. 올해 수퍼볼 하프타임쇼의 주인공은 캐나다 출신의 세계적인 아티스트 위켄드(Weeknd)다.

38년 만에 처음으로 수퍼볼 광고를 하지 않는 버드와이저는 “우리 브랜드는 미국의 가치와 연결돼 있다. TV 광고에 책정된 예산을 코로나 백신 접종 홍보 캠페인에 쓰겠다”고 밝혔다.

수퍼볼 광고의 ‘큰 손’이었던 현대·기아차도 올해는 광고를 내지 않기로 했다. 현대차는 코로나로 수퍼볼 광고 효과가 이전과 비교해 떨어질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미국 현지 마케팅 예산을 다시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차는 지난 10년간 해온 수퍼볼 광고를 하지 않는 대신 그 비용으로 미국 불우 청소년을 돕는 공익사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2019년 1월 AFC 챔피언십에서 만난 톰 브래디와 패트릭 머홈스. 당시엔 브래디의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가 승리했다. 2년 만에 다시 만난 둘의 승부에 관심이 쏠린다. / AP연합뉴스

이번 수퍼볼은 탬파베이 버커니어스의 홈 구장인 레이먼드 제임스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수퍼볼 개최지는 미리 중립 지역으로 정해 놓는데 이번엔 공교롭게도 버커니어스가 결승까지 올라 홈에서 수퍼볼을 치르는 역사상 첫 팀이 됐다.

7만5000여명을 수용하는 스타디움엔 코로나 방역 지침에 의해 2만5000명만 입장한다. 그중 7500장의 티켓은 코로나 치료와 예방에 노력한 의료 관계자들에게 무료로 돌아간다. NFL 역사상 가장 적은 관중이 들어오는 수퍼볼이 되면서 티켓의 ‘희소 가치’는 더욱 높아졌다. 티켓 평균 가격은 역대 최고인 7589달러(약 854만원)까지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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