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온라인이다. 2021 경록절! 미친 세상을 뒤집는다

홍장원 2021. 2. 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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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오브락-178] 먼저 고백한다. 난 이 밴드와 특수관계다. 이 밴드와 나 사이에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공통인물이 있다. 여러 사정으로 얼굴을 보지 못한 지 한참 되었지만 이 글을 빌려 또 고백한다. 난 사실 그가 많이 보고 싶다.

요새는 민폐라는 이유로 결혼식 전 으레 보이던 함진아비가 사라졌다. 이 밴드가 함진아비로 동네를 휘저으며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함 사세요'라고 외치던 광경이 생생하다. 결혼식이 끝난 자리 이들이 준비한 뒷풀이 즉석 공연은 내가 본 결혼식 행사 중 가장 아찔하고 짜릿했다.

1998년 케이블TV를 강타한 이 노래 '말 달리자'가 나온 이후 전국 중·고등학생의 노래방 피날레곡은 보나마나 이 곡이었다. 고된 학교생활의 스트레스를 고래고래 악을 지르며 풀곤 했다. 이들은 언더에서 출발해 아직까지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몇 안 되는 한국 록밴드다. 23년 전 팔팔한 혈기의 20대 청년이었던 이들은 2021년 기준 어느덧 50을 바라보는 중년의 나이가 됐다. 이들 만큼은 나이를 먹지 않을 것 같았지만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흐르는 법이다.

밴드 크라잉넛이 올해 경록절 행사를 랜선으로 연다고 한다. 경록절은 밴드 베이시스트 한경록이 매년 자신의 생일에 여는 음악 축제다. 소박하게 지인들과 생일 파티를 겸해 치러졌던 행사가 규모가 커져 홍대 인디신을 대표하는 행사로 자리 잡은 축제다. 크리스마스이브, 핼러윈과 함께 '홍대 3대 명절'로 불릴 정도다.

멤버가 화려하기 그지없다. 크라잉넛, 윤도현, 잔나비, 노브레인, 이한철, 호란, 더더, 선우정아 등 가수들과 배우 오정세, 개그맨 박성호 등 75개 팀이 출연해 약 15시간의 대장정이 진행된다.

지난해까지 이 행사는 홍대 근처에서 가장 큰 공연장 중 하나인 '무브홀'에서 주로 열렸다. 코로나19 여파로 유서 깊은 무브홀이 문을 닫고 말았다. 5인 이상 모임 금지 조치가 언제 풀릴지 모르는데 오프라인 공연을 기획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래서 결국 뽑힌 대안이 '랜선 공연'이다.

출연진은 각자 집이나 작업실, 연습실 등 내키는 장소에서 공연하는 모습을 선보인다. 집에서 연주하는 영상을 관객이 맥주 한잔하며 집에서 본다. 코로나가 단절한 스킨십은 5G와 와이파이가 잇는다. 이것만큼은 바이러스도 어찌할 수 없는 최첨단 영역이다.

지난해 코로나가 막 발발한 가운데 열린 2020 경록절은 성대한 파티로 치러졌다. 공연장 한 구석에 비치된 거대한 기계엔 80만㏄의 맥주가 출렁였다는 후문이다. 부스에서 나눠주는 캔맥주와 병맥주까지 합치면 이날 공연장을 적신 맥주 용량은 무려 100만㏄. 올해는 이 맥주가 집 앞 편의점에서 마트에서 삼삼오오 끌어올려져 관객 각자 취향에 딱 맞는 '맞춤형 맥주'로 대체될 것이다. 누군가는 와인과 함께 누군가는 커피와 함께 올해도 말은 신나게 달릴 수 있을 것이다. 크라잉넛과 쟁쟁한 멤버들이 열어젖히는 온라인 공연은 시공간의 한계도 넘어설 수 있다.

크라잉넛 역사는 한국 펑크록의 역사 그 자체다. 앨범이 진화할수록, 멤버들 나이가 들어갈수록 펑크의 저릿저릿한 날 선 감각은 개성 있고 흥겨운 로큰롤로 진화했지만 이들이 벌이는 재치 발랄한 공연과 행보는 이들을 여전한 펑크밴드의 범주에 잡아 두게 만든다. 코로나로 취소될 위기에 몰린 2021 경록절을 온라인으로 이어가는 유연함도 이들의 여전한 젊은 감각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이들의 히트곡인 '말 달리자' '고물라디오' '밤이 깊었네' '서커스매직유랑단' 등 명곡을 일일이 소개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올해 2021 경록절에도 울려 퍼질 이 노래를 통해 '랜선 공연'에서도 멀리 떨어진 '옆자리 관객'의 땀냄새를 맡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나 역시 2021년 2월 11일 12시부터 지옥까지 열리는 '경록절 인더 하우스' 한 자리를 기꺼이 함께할 예정이다. 열광적인 반응으로 '보복적 관람'이 무엇인지를 체험하겠다.

[홍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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