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출금' 외압 의혹 이성윤, 문무일 총장도 '패싱'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시절이던 2019년 6월 김학의 전 차관 출국금지 과정에서 이규원 대검 진상조사단 소속 검사의 서류조작 등에 대해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던 것으로 6일 전해졌다.
2019년 6월 수원지검 안양지청은 법무부로부터 수사의뢰받은 김 전 차관에 대한 출국정보 유출 사건을 수사하던 중 이규원 검사가 동부지검 허락 없이 가짜 사건번호를 붙이고, 출입국 공무원들이 김 전 차관의 출국 정보를 무단 검색한 사실을 발견했다. 주임검사였던 A검사는 6월 19일쯤 관련 규정에 따라 수원고검에 이 검사의 범죄를 통보하겠다고 대검 반부패부에 알렸다.
그러나 6월 20일쯤부터 대검 반부패부 관계자들이 ‘통보하지 말라’고 안양지청 지휘부를 압박했고 결국 25일 수사검사가 교체됐다. 이후에도 안양지청은 출입국 공무원들 소환조사를 이어갔지만 대검 반부패부·법무부 검찰국의 압박으로 수사는 중단됐다. 이 사건 공익신고인은 지난달 21일 이 지검장을 외압의 핵심으로 지목해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다.
◇대검이 ‘홍역’ 치른 사건인데 문 총장은 보고 못받아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문 총장은 당시 안양지청이 이 검사의 비위를 인지한 사실을 보고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대검에 근무하던 한 관계자는 “문 총장은 대검 반부패부로부터 이 검사의 비위 사실을 전혀 보고받지 못했다”고 했다. 문 총장은 이후 안양지청이 대검 반부패부 및 법무부 검찰국 등으로부터 수사 외압을 받고 수사를 중단한 사실도 전혀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다른 관계자는 “반부패부의 모든 수사상황이 총장에 보고되는 것은 아니고,이 사건도 그런 차원에서 보고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하지만 김학의 전 차관의 출국금지는 대검이 기자단에 이례적으로 내부 메신저 내용까지 공개하는 등 ‘홍역’을 치렀던 사건이었다. 당시 대검 진싱조사단 소속 김용민 변호사(현 더불어민주당 의원)가 “대검이 출국금지를 반대했었다”고 공격하자 대검은 이규원 검사가 대검 연구관(검사)에 진상조사단 내부에서 적법절차 등을 고려해 출국금지를 더 이상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는 메시지를 공개하며 반박했었다. 대검 근무 경력이 있는 한 검찰 관계자는 “이 정도 소란이 있었던 사건이면, 혐의 여부는 나중에 가려지더라도 출국금지 과정에서 이 검사의 범죄가 인지됐다는 것은 당연히 총장에 보고했어야 한다”고 했다.
◇양복 흔들며 ‘외압’ 비판했던 문 총장.. ‘외압 의혹' 이성윤은 유임 유력
검찰 내부에선 만일 문 총장이 당시 이 검사의 비위를 보고받았으면 바로 수사 개시를 지시했으리란 분석이 많다. 문 총장은 그해 5월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기자회견 도중 갑자기 양복 재킷을 벗어 한 손으로 흔들어 보이기도 했다. “옷이 흔들리지만 흔드는 것은 어디냐”며 검찰이라는 ‘옷’을 쥐고 흔드는 정치권력을 비판한 것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인사권을 무기로 검찰에 개입한 현 정권을 비판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학의 사건 등에 대해 ‘조직의 명운을 걸고 진상을 밝히라’고 지시한 지 한 달 후였다. 이처럼 ‘외압’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던 문 총장이 이 검사의 비위 사실을 알았다면, ‘수사중단 외압’은 불가능했으리란 해석이다. 이 때문에 이 지검장이 문 총장 보고를 ‘패싱' 했으리라는 것이다. 이 지검장은 본지 해명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김 전 차관 불법출금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이 지검장은 이번 인사에서 청와대 의중에 따라 유임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검찰 관계자는 " ‘수사 대상자’ 물망에 올라 있는 이 지검장을 유임하겠다는 방침 자체가 ‘김학의 불법출금’ 수사에 대해 정권 차원에서 수사 외압을 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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