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이상 고령자, 맞아도 되나? 안 되나?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2021. 2. 6.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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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종 전부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논란

(시사저널=노진섭 의학전문기자)

국내 백신 접종의 '첫 단추'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논란을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달렸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고령층부터 접종할 계획인 우리나라와 달리 유럽 국가들은 이 백신을 65세 미만에만 접종한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임상시험에 참여한 65세 이상 고령층 비율이 10% 미만이어서 효과를 입증할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 때문이다.

영국 잉글랜드 남부의 옥스퍼드에 있는 처칠 병원에서 1월4일(현지시간) 옥스퍼드대·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AP 연합

유럽의약품청(EMA)은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 사용을 승인하면서 모든 연령대의 접종을 권고했지만, 일부 유럽연합(EU) 회원국이 이 권고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독일·스웨덴·프랑스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65세 미만에만 접종하기로 했다. 이탈리아 의약청은 18~54세까지만 우선 사용할 것을 권고하면서도 55세 이상도 건강에 위험 요인이 없다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는 게 유용하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관련 자료를 찾아보니, 18~55세에 대한 안전성과 효능 자료는 충분해 평가할 수 있으나, 65세 이상은 임상시험 참여자가 500명 정도여서 효능을 판단할 근거가 별로 없다. 평상시라면 이런 백신을 65세 이상 국민에게 접종할 수 없겠지만 지금은 팬데믹이라는 비상시국이다. 그래서 EU도 18~55세 자료를 근거로 유추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사용을 승인한 것 같다. 이와 같은 문제를 풀고 넘어가는 것이 백신 접종을 서두르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외부 전문가 8명이 참석한 '코로나19 백신 안전성·효과성 검증 자문단' 회의에서 65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효과와 안전성을 별도로 분석해 검토했다. 식약처는 2월1일 "다수 전문가가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의 만 65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접종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냈다"는 회의 결과를 발표했다. 다수의 전문가는 65세 이상을 포함한 전체 대상자에게서 예방효과가 확인된 점, 백신 투여 후 면역반응이 성인과 유사한 점, 안전성이 양호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참여 대상자 중 고령자 수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고령자에 대한 투여를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을 냈다. 

소수의 전문가는 임상시험 등 추가 결과를 확인한 후 허가 사항에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고위험군인 고령자에 대한 자료가 부족해 예방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점, 항체가가 65세 미만 성인에 비해 낮은 점, 면역원성 반응과 예방효과의 상관성이 확립되지 않은 점 등을 지적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소수의 전문가 의견에 힘을 실었다. 그는 2월1일 페이스북을 통해 "대한의사협회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효능과 안전성에 대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는바, 그간 검토 과정에서 만 65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효능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렇다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18~64세까지의 성인을 대상으로 접종해야 하고, 65세 이상 고령자에 대해서는 접종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식약처는 앞으로 중앙약사심의위원회와 최종점검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접종 대상을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만일 '65세 미만 접종'으로 결정할 경우 코로나19 백신 접종 시행계획에 대한 대규모 수정이 불가피하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 접종을 정쟁의 수단으로 삼으면 안 된다. 지난해 독감 백신 사례처럼 (백신 접종 계획을) 흔들어서 국민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지 않겠다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언론 보도에도 다소 잘못된 부문이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65세 이상에서 효과가 없는 것이 아니라 임상시험에 65세 이상 대상자가 많이 포함되지 않아 증명이 어렵다는 표현이 맞다. 미국이나 다른 국가에서 보완적인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어 조만간 노인의 예방 접종 효과도 증명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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