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도 구독한다?"..건강기능식품 소분 약국가보니

지난해 개인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소분 판매 시작
구독형·전문가 상담 등 장점
풀무원·녹십자웰빙·모노랩스·필로시스헬스케어 등 뛰어들어

[서울경제]

종합비타민부터 프리바이오틱스까지 영양제 6종으로 하루를 근근이 버티는 기자는 ‘개인 맞춤형 건강기능식품(건기식) 소분판매'가 시작됐다는 소식에 눈길이 갔다. 온라인 해외 직구 서비스를 통해 건기식 구매할 때는 자세한 정보를 후기를 통해 얻는 것과 달리 약사나 영양사와의 전문적인 상담을 통해 몸에 적합한 영양제를 구매할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한달치가 주기적으로 배송되는 ‘구독형 서비스’인 것도 새로웠다.

서울 마포구 신촌 한 약국의 키오스크. 이 약국에서는 개인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소분판매 상담을 받을 수 있다./김성태기자

서비스를 체험해보고자 최근 서울 신촌의 상징인 한 대형 약국을 찾았다. 약사와의 상담을 통해 건기식 구독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 약국에는 다른 약국과 달리 입구 정면에 커다란 키오스크가 설치돼 있다. 키오스크를 통해 흡연, 음주, 복용중인 의약품, 식습관, 질환유무 등 약 30개의 질문에 응답했다. 약사는 구매과정이 마무리될 때까지 계속 함께 있어 모르는 내용에 대해 즉시 물어볼 수 있다. ‘저탄고지 키토제닉’ 같은 생소한 용어가 나와도 물으면 상세하게 설명해주기 때문에 막힘 없이 답할 수 있었다.

설문조사가 끝나자 키오스크에는 밀크시슬, 비타민C 등 10가지 종류의 건강기능식품(건기식)이 4가지 조합으로 제시됐다. 인공지능(AI) 기술을 밑바탕이라는게 약국측의 설명이다. 가격대는 월 3만~12만원대. 기존 방식대로라면 1개 종류에 3~6만원 수준이지만 제품을 다양하게 소분해 약처럼 처방받으니 가격대가 저렴해졌다. 약사는 “건조한 눈과 피부에 필요한 히알루론산”, “피곤할 때 먹는 간 영양제”등으로 제품을 하나씩 소개했다. 약사와 상담으로 일부 제품을 빼고 더했다. 최소 1개에서 최대 20개까지 고를 수 있다. 이미 먹고 있는 건강기능식품이 많기에 당분간 ‘밀크시슬’ 한 가지만 구독하기로 결정했다.

제품은 3일 뒤 택배로 배송됐다. 하루치가 한 봉지에 들어있다. 출장 등 집을 떠났을 때도 많은 약통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유용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카카오톡 메시지 알림을 통해 매일 정해진 시간에 섭취를 안내해주는 기능도 유용하다. 한 번만 상담하면 이후에는 전화로 다음 달 영양제를 추가할 수 있다. 파우치 등 사은품도 제공됐다.

다만 설문조사에 답하고 상담을 받는 동안 키오스크 앞에 서있어야 한다는 점은 불편했다. 또 온라인을 통해 미리 가격을 알 수 없는 것도 보완이 필요하다. 해외 직구 서비스보다 가격이 저렴한 지 현장에서 상담을 받으며 비교하기에는 쉽지 않기 떄문이다.

개인 맞춤형 건기식 소분판매가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를 잡을 지 주목된다. 풀무원(017810) 등 식품업체와 녹십자웰빙(234690)와 같은 제약업체 모노랩스 등 스타트업도 뛰어들었다. 코로나19 진단키트 업체인 필로시스헬스케어(057880)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건기식 시장 규모는 2017년 5조3,612억원에서 올해는 6조3,808억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성태 기자 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