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단독선두, 언제까지 지속될까

정용인 기자 2021. 2. 6.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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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여권 양강구도·윤석열 야권대안론 대신 떠오른 이재명 독주

지난 1월 29일 광주를 방문한 이재명 경기지사가 광주시청 입구에서 지지자와 인사하고 있다. / 연합


‘이재명의 시간’이 왔다. 독주다. 지난해 11월 말부터 반짝 있었던 ‘윤석열의 시간’은 일단 수그러들었다.

그러나 대선까지의 시간은 아직 많이 남았다. 앞으로도 몇 번 더 출렁거릴 것이다.

주요 대권주자의 지지율에 영향을 미칠 것은 4월 서울·부산 재보궐선거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선에 출마하려면 3월 9일 이전에 당대표를 사퇴해야 한다. 민주당의 경우 당대표 없이 치러지는 선거지만 선거결과에 대한 책임은 현 대표인 이낙연에게 있다.

어떤 성적을 받느냐에 따라 대권주자 이낙연의 부침이 엇갈릴 것이다. 여야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그러나 더 물어야 할 것이 남았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단독 1위로 올라선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독주는 언제까지 지속될까.

출마 선언을 하지도 않았지만, 야권 대선주자 적합도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윤석열 현상’ 역시 앞으로도 계속될까. ‘사면 발언’으로 타격을 입은 이낙연 민주당 대표의 지지율 회복은 가능할까.

현재의 ‘빅3’를 넘어 제3후보가 나올 수 있을까.

여권의 정세균 총리나 야권의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같은 잠재적 대선후보군이 급부상할 가능성은?

■여권 13잠룡 등판론, 실현가능할까

지난 1월 정치권에서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돌았다.

양정철 전 민주정책연구원 원장 및 친문그룹의 역할론이다.

여권에서 주요 인사들을 만나 기존의 이낙연·이재명·정세균 이외에 각 권역을 대표하는 차기주자 10명을 띄우자는 제안을 했다는 것이다. 이 3+10, ‘13룡’ 등판론에서 거론한 ‘잠룡’ 정치인은 임종석·이광재·김두관·박용진·추미애·이인영·최문순·김경수·양승조·김부겸이다.

이중 현재까지 출마 의사를 밝힌 이는 박용진 의원밖에 없다. 이 ‘설’은 사실일까.

양 전 원장은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객원 선임연구원으로 출국할 예정이지만, 아직까지 출국했다는 이야기는 없다.

“유력인사들을 적극 발굴하고 모두 뛸 기회를 줘 정치력을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은 양 전 원장의 지론이다.

과거 사석에서 그는 당시까지 민주당 내의 차기 유력주자들에 대한 하마평을 언급한 적이 있다. 양 전 원장이 제일 먼저 주목한 이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었다.

“13룡 등판론은 현실 가능성이 없다. 과거 15대 대선 당시 YS 쪽의 후계자로 ‘9룡’을 거론한 것을 흉내낸 것으로 보이는데, 사실상 불가능하다. 민주당 대선 룰을 보면 전당대회는 7명 후보로 뛰게 돼 있다.”

민주당 당직자의 말이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안이지만 ‘민주당 대선 경선 주요일정표’를 보면 대선이 치러지는 1년 전인 3월 9일 출마자는 당대표를 사퇴하게 돼 있고 이날부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된다.

6월 21일과 22일 예비경선이 시작되며 6월 30일부터 7월 2일 선거인단 모집, 7월 3일부터 한달간 1·2차 경선이 진행된다.

8월부터는 권역별 또는 시도별 순회경선이 시작된다. 권역별로 치러지는 경우 7회, 시도별로 하는 경우 13회 경선이 이뤄진다.

대략적으로 여권 대권레이스가 본격화되는 것은 7월부터다. 일정 안대로라면 4월 7일 열릴 서울과 부산 보궐선거는 당대표 없이 치러진다.

주요 대권주자인 이낙연 대표가 물러나기 때문이다.

당 관계자는 “대권 시간표 때문에 사퇴한다고 하더라도 선거대책위원회 위원장의 신분으로 재보궐을 치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하튼 이낙연 대표 주도의 선거라는 것이다.

선거컨설턴트를 역임한 신철우 시사평론가는 “보궐선거는 이낙연으로선 지난해 8월 이후 당대표 성적표의 최종결과를 확정지을 바로미터”라며 “현실적으로 부산은 아니더라도 서울시장의 경우 무조건 지켜야 할 보루”라고 말했다.

서울이나 부산에서 한군데 이상을 지켜내지 못할 경우 책임론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경우 더 이상의 반등기회를 못 가지고 대선후보군에서 탈락하는 최악의 결과도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박병석 국회의장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월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백봉신사상 시상식 도중 대화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2년간 양분한 검찰 이슈의 전망은

대권레이스에서 무엇보다 두드러지는 것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독주다.

최근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거의 더블스코어에 가까울 정도로 단독선두에 나섰다. 독주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프로야구에 비유한다면 한국시리즈의 3강, 4강에 진출한 것과 다름없다”라며 “(이재명 독주는) 4월 보선 때까지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동안 이 지사와 함께 2강을 형성했던 이낙연 대표와 야권 지지자들이 주목했던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지율이 빠지면서 다른 대안적 인물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이 지사 지지층에는 문재인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층도 일부 포함돼 있으며, 현재 그의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것은 야권주자가 변변치 않기 때문”이라며 “그런 사람들은 현재 지지부진한 야권후보군이 정리되면 다시 야권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올해 1월을 경과하면서 두드러지는 변화는 또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지지율이 빠지고 있는 것이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그동안 윤석열 총장에 대한 높은 지지율은 추미애가 공격하면서 그에 대한 반사작용으로 국민이 인정해주는 면이 없지 않았다”고 말했다. 추미애라는 ‘특급도우미’가 퇴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주목도가 떨어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제는 모멘텀을 스스로 만들어내야 하는 상황인데다 또 하나 중요하게 확인해야 하는 것은 본인의 권력의지다. ‘과연 저 사람이 대선에 나올 사람이냐’는 것은 아직도 확정되지 않았다. 만약 본인이 출마하지 않는다면 지지율이 올라가기 어렵다. 임기만료일(7월)이 다가오는데 만약 정말 정치에 뜻이 있다면 임기 후에 어떤 구도를 가지고 정치를 할 것인지, 구조와 로드맵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슈의 중심에 서 있는 검찰총장이 대권주자로 거론하는 것 자체가 검찰에 대한 국민의 인식에 혼선을 주는 것이 아닌가.”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의 말이다. 리서치뷰의 대권주자 여론조사를 보면 다른 여론조사와 다른 특이한 점이 있다.

윤석열을 야권후보군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지난 2월 2일 발표된 리서치뷰와 미디어오늘의 ‘1월 말 대권주자 적합도 정기조사통계표’를 보면 범보수 대권주자 적합도는 현재 서울시장 후보로 뛰고 있는 안철수(12%), 홍준표(11%), 유승민(9%) 순이다.

안일원 대표에 따르면 리서치뷰의 조사에서는 한 번도 윤석열을 대권주자로 넣어 조사한 적은 없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일단 지난해 본인이 연초쯤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 제외해달라는 요청을 했고, 2019년 가을부터 현재까지 검찰의 중립성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는 와중에 여론조사 기관마저 그를 대권주자로 넣어 조사한다면 인식의 혼란을 거드는 것이 아닌가 판단했다.”

최근 윤 총장에 대한 지지율이 빠지는 상황과 관련해 그는 “보수진영에서 윤석열 신드롬이 상당 기간 이어졌던 것은 그쪽의 다른 유력정치인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이 없으니 반문진영의 대표성 내지는 상징적 위치에 있는 사람에 몰릴 수밖에 없었고, 지난 2년간 보수진영이 윤석열을 주목해온 것”이라며 “대립각을 형성해온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퇴진도 있지만 지난 신년기자회견에서 윤석열 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는 대통령의 발언도 그런 상징효과 내지는 효용가치가 끝나가는 시점으로 돌아서는 추세의 분기점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치전문가들은 4월 재보궐을 기점으로 선거일정이 본격 궤도에 올라가면서 정국의 중심을 형성했던 검찰이슈가 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안 대표는 “사실 지난 2년간 검찰이슈가 엄청난 국론분열 당파전쟁 수준까지 와버린 것은 사실”이라며 “공수처도 출범하고 재보궐선거가 끝난 뒤 여야 정당의 대선레이스가 본격화되면 7월 윤 총장이 퇴임 후 출마 선언을 하더라도 이미 영역이 달라지는 만큼 더 이상 검찰이슈가 다른 정치이슈를 압도하는 일은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4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 권호욱 선임기자


■이재명, 친문 ‘비토’ 넘어설까

4월 재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이낙연 대표의 운명을 갈리겠지만, 현재 단독선두를 기록하고 있는 이재명 지사의 경우, 지지율 관리의 모멘텀을 만들기 쉽지 않다.

단독선두로 올라선 만큼 지난 2017년 대선을 거치면서 벌어진 이른바 친문세력의 ‘비토’정서를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도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김관옥 계명대 교수(공공인재학부 정치외교학전공)는 “이재명 지사로서는 그게 제일 큰 아킬레스건에 해당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지지율과 별도로 먼저 넘어야 할 당내 경선에서 친문의 비토를 받으면 어렵다는 것은 대부분 알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지사로서는 최소한 자신의 편은 아니더라도 비토하지 않도록 노력을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 부분 관리에 가장 역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소년공 경력을 알리면서 ‘리틀 노무현’으로 이미지메이킹하는 것이나, 광주 5·18기념공원 방문 등의 일정이 대권 정치행보로 읽히는 까닭이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과)는 “4차 재난지원금과 관련해서도 이낙연 당대표가 할 수 있는 것은 기획재정부에 대한 경고 이상 없다. 그러나 이재명 지사는 상황이 다르다. 과감한 정책적 대안을 내놓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지사를 맡고 있는 경기도에서 실행해 그 결과를 보여주는 것으로 지속적으로 국민에게 어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적 기회의 측면에서도 이낙연 당대표는 4월 재보궐선거라는 하나의 빅이벤트에 의해 결정될 운명이라면, 경기도라는 지속적인 정책 실험무대를 가진 이재명 지사에게 유리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낙연 측인 남평오 연대와 공생 사무총장은 “최근 수도권과 호남 일부에서 이재명 지사에 대한 지지율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는 이낙연 당대표가 보다 진보적 의제를 가지라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라며 “아직 대선시간표까지 남은 시간은 많다. 우리도 불과 6개월 전까지 40%대의 지지를 받은 적이 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누가 최종 승자가 될 것이냐는 것은 레이스를 완주해봐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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