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성완 부산시장 후보 "노무현 전 대통령과 1년..불리해도 믿음 지키겠다" [인터뷰]
[경향신문]
정치인에게 ‘신념’은 깨지기 쉬운 그릇과 같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정치 상황에서 믿음대로 행동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옳고 그름이 아닌 정치 현실의 문제다. 그런데 가끔 스스로 믿는 것을 눈앞의 이익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치인이 나온다. 지난 2월 3일 만난 변성완 부산시장 후보의 행보가 그러했다.
변 후보는 성 비위로 사퇴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을 대신해 권한대행직을 수행했다. 약 9개월간 이어진 권한대행은 지난 1월 26일 끝났다. 그의 다음 행보는 민주당 후보로 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것이다. 보수성향이 강한 부산에 맞는 보다 좋은 대안들도 있었다. 변 후보에게 선택의 이유를 물어봤다.
-원래 당적이 없었다.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이유가 있나.
“기본적으로 사람은 신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고위 공직자로 부산에 내려왔다.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일하는 것이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신뢰다. 설사 불리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끝까지 믿음을 지키는 것이 정치라고 생각한다.”
-후보 등록전에 ‘봉하마을’을 방문해 화제가 됐다.
“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의전 행정관이었다. 대통령 지근거리에서 1년 조금 넘게 일했다. 공직생활을 하며 모셨던 분 중 가장 존경했던 분이다. 공직을 나와 정치에 입문하게 된 만큼 인사를 드리는 것이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했다.”
-그동안 노 전 대통령과 인연은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내가 공직 신분이었기 때문이다. 공직자는 정치인과 다르다. 아무리 소중한 인연이라도 알리고 다닐 위치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또 존경하는 어른과의 이야기를 아무 데서나 함부로 말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정치 입문에는 노 전 대통령 영향도 있었나.
“감히 그분을 따라갈 수는 없겠지만 언제나 롤모델로 생각한다. 노 전 대통령을 옆에서 모시며 그분의 정치를 봤다. 직접 배운 것은 아니지만 ‘정치를 어떤 자세로,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은 알게 됐다. 그렇게 세운 정치 원칙이 ‘신뢰’다.”
-부산과는 어떤 인연이 있나.
“부산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수정동에서 뛰놀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초·중·고를 부산에서 보내고 대학만 서울에서 공부했다. 행정고시 합격 후 공무원 생활 첫발을 내디딘 곳도 부산이고, 마무리한 곳도 부산이다. 부산은 내 삶터이자 일터인 곳이다.”
-출마를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가.
“세 가지 이유다. 우선, 공직생활을 하면서 마무리는 꼭 고향에서 봉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는 시장대행을 해보니 일을 추진하는데 선출직 공직자가 아닌 행정 공무원으로서의 한계가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이번 선거가 약 1년 2개월짜리 시장을 뽑는 것이라는 점이다. 선거정국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8개월 정도 일한다. 부산시장 업무를 모르는 분이 당선되면 업무 파악만 하다가 시간을 다 보낼 수 있다. 행정 공백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시장 권한대행이 출마하면서 행정 공백이 초래됐다는 지적도 있다.
“그에 대한 고민 때문에 최대한 미루다 가장 늦게 출마했다. 결론은 ‘두달 반은 비우더라도 약 1년 2개월 동안 부산을 혼란 속에 둘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행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백방으로 믿을 만한 분을 찾았다. 그분이 현재 권한대행을 맡고 계신다. 시민들에게 걱정을 끼쳐드린 부분은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이번 보궐선거는 오거돈 전 시장 성추행 사건으로 촉발됐는데.
“책임지고 죗값을 받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내가 맡았던 행정부시장은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 간 가교역할을 하라고 대통령이 임명한 자리다. 그럼에도 오 전 시장 참모였기에 도의적 책임감을 느낀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시민들께 사죄의 말씀을 반복해서 드렸다.”
-부산시장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는 무엇인가.
“제일 시급한 것은 코로나19 극복 문제다. 민생이 무너지고 있다. 이를 극복하는 것이 제일 시급하다. 또 부산에 민주당 정권이 집권하면서 가덕도 신공항, 엑스포 등을 추진해 왔다. 이 정책들이 아직 완전히 뿌리내리지 못했다. 하나하나 정착시키고 싶다.”
-코로나19 방역 계획은 있나.
“권한대행을 하면서 대응 원칙을 만들어놓고 나왔다. 백신이 공급되면 빠르고 효율적으로 시민들이 접종할 수 있게 체계를 만들었다. 부산시 내 구·군별로 어디서 접종을 하고, 소요되는 의료 인력은 어느 정도고, 보관방법은 어떻게 할 것인지 모두 준비돼 있다.
-주요 공약은 무엇인가.
“사실 문재인 대통령을 모시고 이미 ‘부산 대개조 프로젝트’를 선포했다. 이 안에 부산의 50년, 100년 계획들이 다 들어가 있다. 상세한 예산, 일정들도 준비돼 있다. 부산시장은 이 계획을 하느냐, 못 하느냐의 실행력이 더 중요한 자리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한 가지를 꼽는다면.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부산을 ‘청년이 살고 싶은 도시’로 만들고 싶다. 가덕도 신공항이 만들어지면 항만·철도와 함께 교통 인프라가 갖춰진다. 기업이 몰리고 일자리가 생길 일차적 여건은 갖춰지는 것이다. 다만, 기업에는 인재가 필요하다. 다행히 부산에는 23개나 되는 대학이 있다. 이들 대학을 연계해 각 분야 청년 전문가를 키워내겠다. 인공지능, 금융 및 물류 전문가를 양성할 ‘4차산업 융복합 전문대학원’부터 설립하겠다.”
-일자리 외에 청년 지원책은 있나.
“청년기초자산제 도입 등을 통해 청년 삶을 안정시키고자 한다. 우선, 부산에서 출생하는 모든 아이 계좌에 1000만원씩 입금해주고 만 20세가 되면 찾을 수 있게 하겠다. 20년간 3.5% 복리를 적용하면 2000만원 가량의 종잣돈을 쥐게 된다. 또, 만 20세 청년이 되면 수급과 동시에 다시 1000만원씩을 계좌에 입금해주고 10년 후 수급 자격을 충족하면 인출하게 하겠다. 3.5% 복리 적용하면 1500만원 정도다. 20대 절반 이상을 부산에서 보내거나, 만 30세가 되기 전 최근 3년 이상 부산에 거주하면 받는 조건이다.
-현실성이 있나.
“권한대행을 하며 최근까지 구상했던 정책이다. 연간 5000억원 가량의 예산이 필요하다. 어려워도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부산은 매년 1만명 이상의 청년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간다. 비상한 조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국민의힘 측도 가덕도 신공항을 공약했다.
“국민의힘에서 공항 문제를 말하는 것은 ‘다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을 얹는 격’이다.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통과는 이미 기정사실이다. 뒷북을 치는 모양새다.”
-한일 해저터널 이야기도 나온다.
“선거를 노름판으로 만들고 있다. 가덕도 받고 한일 해저터널인가. 해저터널은 어제오늘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행정부시장을 하며 전문가들과 함께 검토한 적도 있다. 안 된다는 결론이 나왔다. 무엇보다 이런 계획은 단순히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국가 단위에서 외교적·산업적 문제를 고려해 추진할 문제다. 밑도 끝도 없이 말하면 안 된다.”
-다른 부산시장 후보들보다 나은 점은 무엇인가.
“시정의 연속성이다. 초보운전자에게 맡길 순 없다. 나는 길을 잘 아는 운전자다. 잃어버린 1년 2개월이 되지 않게 할 수 있다.”
부산|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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