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봉 5천은 기본' 개발자..어떻게하면 될 수 있나요?
[꽃직업 꿀직업] 바야흐로 개발자 전성시대입니다. 최근 넥슨에서 개발자 초봉을 5000만원으로 올리면서 화제가 됐습니다. 우수한 신입 개발자를 확보하기 위해 대대적으로 연봉을 인상하는 모습인데요. 넥슨뿐만 아니라 기업들이 앞다퉈 개발자 모시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합격하면 1억원을 준다거나, 연봉만큼 사이닝 보너스를 제시하는 기업도 있습니다.
없어서 못 구한다는 개발자, 이번 '꽃직업 꿀직업'에서는 배달의민족 20대 개발자 세 분을 만나봤습니다. 배달의민족 역시 한 해 세 자릿수 개발자를 뽑고 있을 정도로 개발자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기업입니다. '어떻게 해야 기업이 원하는 수준의 개발자로 성장할 수 있는지' '비전공생도 개발자가 될 수 있는지' '입사 시 코딩테스트가 정말 중요한지' 그리고 '향후 개발자 직업에 대한 전망은 어떤지' 등을 꼼꼼하게 물어보았습니다.
▷강경완 개발자=2016년 AI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로 개발자란 직업이 확 떴어요. '코딩'이란 말이 나오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인 것 같습니다. 이때 처우가 개선이 많이 이뤄졌습니다. 대학교 시절 제가 원했던 희망 연봉이 3000만원대 중반이었는데, 2017년 입사할 때 배달의민족에서 신입 개발자에게 5000만원을 주겠다는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다른 IT 회사에서도 초봉을 높여주겠다는 이야기가 나왔고요. 지금도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없다 보니 진짜 잘하는 사람은 더 많이 주고 데려가려는 분위기입니다. 어떤 곳은 연봉만큼 사이닝 보너스를 주겠다는 곳도 있어요.
-공급이 왜 부족한가요.
▷김민지 개발자=수요가 늘기도 했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일정 수준이 되는 개발자를 원합니다. 실제로 코딩을 배우는 사람은 많아졌지만 그 수준을 충족하는 사람은 많이 공급되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강석진 개발자=최근에 코딩이 인기를 얻으면서 흥미를 느끼시는 분도 많아지고 시도를 하시는 분들도 늘어나는데 그게 '업(業)'으로 이어지기 까지는 힘들지 않나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최근 코딩을 몇 십 시간 이수한 후에 개발자로 전직이 가능하거나 하는 광고들도 많이 보이고, 코딩 학원을 찾는 직장인들도 많아지고 있는데 가능할까요.
▷강석진 개발자=기본기가 없는 분이 그렇게 수업을 듣고 전문가가 되기는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기술을 다루는 직업이다 보니까 단기간에 습득하기는 힘든 게 사실입니다. 학원을 통해서 배울 수는 있겠지만 잘만 할 수 있는 건 전혀 별개의 일인 것 같아요.
▷강경완 개발자=언어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결국 프로그래밍 랭귀지도 언어이고, 개발이란 작업은 언어를 가지고 작문을 하는 과정입니다. 영어 학원에 가서 알파벳을 배우고, 1형식부터 5형식 문법을 배운다고 해서 모두 글을 잘 쓰는 건 아니잖아요. 학원과 별개로 본인이 개발을 꾸준히 연습해야 실력을 갖출 수 있죠.
-배달의민족에 문과 출신이나 비전공 개발자들도 있나요.
▷강석진 개발자=네, 있습니다. 경영학과·국어국문학과·디자인과를 졸업하신 분들도 배달의민족 개발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졸업 후에 개별적으로 학원이나 온라인 강의 등을 통해서 배우신 분도 있고, 학교를 다니시는 도중에 흥미를 붙여서 습득한 분도 있더라고요.
-김민지 개발자님은 제조업 회사에서 엔지니어로 일하시다가 개발자로 전직하셨어요. 당시 어떻게 코딩을 공부하셨나요.
▷김민지 개발자=요즘은 인터넷에 워낙 오픈된 자료가 많아서 유튜브와 개발 블로그 등을 통해 충분히 공부할 수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공부한 건 '우아한 테크 캠프'라는 배달의민족 인턴 프로그램을 이수하면서 입니다. 이곳은 코딩을 하나도 몰라도 입학할 수 있어요. 다만 그 과정이 무척 챌린징했습니다. 이후 입사 시험을 통해 개발자로 전직이 이뤄진 사례죠.
-기업이 원하는 훌륭한 개발자는 어떤 능력을 갖춘 사람일까요. 코딩을 천재적으로 잘하는 사람일까요.
▷강석진 개발자=단순히 개발만 잘한다고 좋은 개발자는 아닌 것 같습니다. 사실 어떤 일을 하던 개발을 하는 사람은 곧 제품을 만드는 사람입니다. 어떻게 사람들한테 더 좋은 제품을 잘 제공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서 그걸 담아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팀플레이를 할 때 상대방이 생각하는 걸 이해하고, 눈높이에서 말해야 하기 때문에. 같은 개발자 안에서는 물론 다른 직군과 대화할 때도 마찬가지고요.
▷김민지 개발자=개발뿐만 아니라 어떤 시스템이나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적절한 도구를 통해 해결하는 사람일 것 같습니다. 여기서 도구는 코딩 기술일 수도 있고 기획일 수도 있고요.
-개발자 하면 화려한 개인기가 중요할 것 같은데, 말씀하신 걸 보면 팀플레이가 더 중요해 보이네요.
▷강석진 개발자=저희 회사 내부에 '송파구에서 일 잘하는 방법 11가지'라는 포스터를 붙여놓는데. 그중 하나가 '스타보다는 팀워크'입니다.
▷강경완 개발자=그런 '짤'이 있어요. 기획자가 생각한 것. 디자이너가 생각한 것, 개발자가 만든 것이 다 달라서 결과물이 엉뚱한게 나오는. 커뮤니케이션이 정말 중요하다는 의미죠. 왜냐하면 다 같은 방향을 향해 우리의 작품을 함께 만들어 가는 거니까요. 뭘 만들어야 하는지는 물론, 왜 이렇게 만들어야 하는지를 공유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개발자가 되기 위해 학벌이나 스펙이 중요한가요. 선호되는 학과가 있는지.
▷강경완 개발자=솔직히 학벌이나 학과가 현업에 나왔을 때 아예 영향이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일단 저는 컴퓨터공학과로 관련 학과를 나왔는데요. 제가 이 전공에 진학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중·고등학교 때는 인문대다 보니 저밖에 컴퓨터에 대해 공부하는 사람이 없었어요. 관련 학과에 진학하게 되면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 보니 역량을 개발할 수 있는 부차적인 기회가 많아지는 것 같아요.
▷김민지 개발자=코딩을 얼마나 잘하는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물론 우리나라에서 학벌이 플러스 요소가 아닐 수는 없겠지만 아무래도 기술이 필요로 하는 직업이니까요.
▷강석진 개발자=경완님이 말씀하신 게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아요. 관련 학과를 나와서 어떤 어드밴티지가 있다기보다는 커뮤니티가 형성된다는 장점이 있는 것 같아요. 문과 출신 개발자님들도 "석진님은 커뮤니티가 있어서 고민을 나눌 수 있는 게 좋아 보여요"라고 많이 말씀하시더라고요. 저는 마이스터고등학교를 나와서 주변에 개발과 관련된 고민이나 스터디를 할 동료들이 상대적으로 많으니까요. 하지만 입사하는 데 있어서는 결국은 학력이나 학벌보다는 실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강석진 개발자=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제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인지, 그러기 위해서 회사가 성장할 수 있는가를 많이 봤습니다. 입사 전에 '원티드'라는 회사에서 주최하는 리크루팅 행사에서 당시 CTO였던 김범준 배달의민족 대표님이 그동안 배달의민족이 어떤 성과를 이뤘으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설명해주셨는데 당시 정말 멋진 회사, 성장할 수 있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받았습니다.
▷김민지 개발자=저는 서비스를 가지고 있는 회사라서 선택했습니다. 배울 수 있는 좋은 동료들이 많은 회사이기도 했고요.
▷강경완 개발자=개발자들은 아무래도 '성장'에 초점을 맞추는 것 같습니다. 개발은 변화가 정말 빠르거든요. 저도 계속 성장해나가야지 그걸 멈추면 도태되는 직군이고요. 저 역시 제가 성장할 수 있는가를 1순위로 두고 구직했습니다.
-채용 절차에서 자기소개서가 중요할까요. 어떤 걸 주로 묻나요. 개발자의 자기소개서는 다른가요.
▷김민지 개발자=감명 깊은 책을 쓰라고 했는데, 저는 개발 책을 썼습니다. 제목은 기억이 안 나네요.
▷강석진 개발자=신입의 경우에는 평가할 게 따로 없으니까 잠재력 등을 보기 위해서 자기소개서가 중요할 것 같아요. 자기소개서는 개발자도 다른 직군과 같았고, 당시 감명 깊었던 시나 노래를 물었어요. 저는 빈지노의 '올웨이즈 어웨이크(Always Awake)'라는 노래를 썼습니다. 가사가 '내가 좋아하는 것을 위해 달린다. 남들이 자고 있을 때도 깨어있다' 이런 내용이었어요. 당시 학교를 다녔는데 한창 열정 넘치던 시절이라 밤에 몰래 노트북을 기숙사에 반입해서 코딩을 하곤 했는데 그런 내용을 담았습니다.
▷강경완 개발자=자기소개서가 그렇게 중요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만 자기소개서에 경력기술서도 같이 있기 때문에 경력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저는 석진님과 같은 질문에서 거북이의 '비행기'를 적었었는데. 그 노래를 들으면서 개발을 했다고 쓰면서 자연스럽게 말을 돌렸던 것 같아요.(웃음)
-코딩테스트도 보는데 어려운가요.
▷강석진 개발자=사실 코딩테스트는 정말 뛰어난 코딩 능력자를 뽑기 위해서가 아니라 너무 능력이 부족한 사람을 걸러내기 위한 정도라고 들었어요. 최근에 입사한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문제는 어렵지 않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김민지 개발자=저는 그때 코딩을 정말 몰랐는데 할 만했습니다. 객관적으로 그렇게 난이도가 높지 않은 문제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채용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절차는 어떤 거였나요. 어떻게 그 어려움을 넘어 합격하셨어요.
▷강경완 개발자=기술면접이 제일 어려웠습니다. 신입이라 그런 자리가 처음이기도 했고, 실제로 잘 못 봐서 떨어진 줄 알았습니다. 제가 어느 정도 기술을 가지고 아는지 체크하는 질문을 받았는데 많은 부분을 틀렸거든요. 마지막에는 거의 포기하고 선배 개발자로서 조언을 해달라며 제가 궁금한 것들을 질문했던 것 같습니다.
▷강석진 개발자=저 역시 기술면접이 어려웠습니다. 회사 실무진에게 내 '기술'을 평가받는 과정이니까 과연 그 눈높이에 부응할 수 있을까 그런 걱정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참 어려운 게 저희 회사 벽에 붙어 있는 공자의 문구가 '아는 것을 안다고 이야기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이야기하는 것'인데요. 면접장에 들어가면 내가 아는 것 같은데 정말 맞나 하는 의심이 계속 들더라고요. 또 모르면 모른다고 말하면 되는데 면접에서 그러기가 참 힘들죠.
▷강석진 개발자=저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입학 시스템이 있는데 외주 업체를 쓰면 비용이 많이 든다고 하더라고요. 교장선생님께서 동아리 친구들하고 한번 만들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을 해주셔서 실제로 시스템을 만들어본 경험이 있었습니다. 하나의 서비스를 운영해보는 경험이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사실 개발 단계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만든 제품을 배포하고 잘 운영되는지를 확인하는 전체적인 흐름을 겪어 보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김민지 개발자=이게 나에게 맞는 길인가를 고민해보면 좋겠어요. 개발자란 직업이 단기간에 반짝 인기가 있다고 해서 선택하기에는 평생을 학습해야 하는 직업이거든요. 또 끊임없이 자기만의 학습법이나 효율적인 공부법을 찾아 연마했으면 좋겠어요.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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