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한 피해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왜? [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일본 치한은 해외에서도 악명 높다. 영국, 캐나다 정부는 일본 여행시 치한을 조심하라고 경고할 정도다.
일본 경찰은 치한이 활개 치는 이유로 ‘대중교통(지하철) 이용이 많다’는 점을 근거로 삼지만 다른 사람의 일에 관심을 두지 않는 국민성이나 범죄에 대한 낮은 인식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치한 피해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최근 NHK에는 치한 피해를 겪은 20대 여성 사연이 전해졌다.
A씨는 고등학생 때 입은 성추행 피해로 지금도 고통을 호소한다.
A씨는 지하철에서 처음 피해를 본 뒤 거의 매일 반복적인 피해를 당했다.
A씨를 괴롭힌 건 동일 인물이 아니었다. 지하철에 탄 남성들은 그를 쉽게 생각했는지 주변에 사람들이 있음에도 서슴없이 추행했다.
A씨는 “가해자는 또래 남학생부터 직장인으로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며 “노인에게도 성추행당했다”고 털어놨다.
A씨는 계속된 피해에 경찰을 찾아갔지만 되돌아온 말은 “범인을 특정할 수 없다”는 무책임한 말뿐이었다.
그러면서 “피해가 멈추기 위해서는 범인이 자수하는 수밖에 없다”면서 그를 돌려보냈다.
A씨는 피해가 계속되자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평소와 다른 인상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피해가 전보다 조금 줄었을 뿐 등하굣길 전철에서 같은 피해가 반복됐다.
그러던 어느 날 계속된 피해를 참다못한 A씨는 치한의 손을 뿌리치며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다.
A씨는 “용기 내 행동하면 누군가 반드시 도와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당시 주변에 많은 사람이 있었지만 A씨는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를 생각하면 너무 무섭다”며 “위험한 일을 당해도 주변에서 도와주지 않아 절망적인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도와주는 사람은 일부’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는 A씨의 사례가 보기 드문 사례였을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일본 경찰청이 ‘치한 피해에 대한 인식조사’를 벌인 결과 목격자의 절반 정도인 45.2%(복수응답)가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도와준다”, “범인을 잡았다”는 응답(26%, 19%)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보고도 못 본 척 피해를 외면하는 이들이 절반 이상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피해를 본 여성의 90%는 “피해를 보았어도 신고나 관련 기관과 상담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영국 정부 홈페이지에는 ‘CHIKAN’(일본어로 치한)이라는 단어를 게재하며 주의를 촉구하고 있다. 캐나다 역시 여행객들에게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치한으로 인한 피해는 일본뿐 아니라 해외 다른 나라에서도 발생한다. 하지만 선진국 중 유독 일본에서 치한 피해가 많이 보고되고 있다.
일본 경찰청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국에서 적발된 치한 범죄는 3000여 건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피해를 봤지만 심적 부담 등을 이유로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여성이 대다수라 피해는 통계를 크게 뛰어넘는 연간 10만여 건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본 언론과 경찰청은 이러한 원인이 ‘철도 이용자가 많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경찰청 연구회은 만원 전철을 ‘치한의 온상’으로 보고 있을 정도다.
이 밖에 성인 비디오에 대한 환상이라든지, 여성을 남성보다 낮게 보는 사회 분위기와 범죄에 대한 낮인 인식 등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반면 다른 사람의 일에 관심을 두지 않는 국민성도 원인 중 하나는 주장이 나온다. 실제 앞선 조사에도 “보고도 못 본척한다”는 답변이 매우 높게 나타난 것을 볼 수 있다.
다만 이런 답변은 무관심이 원인일 수 있지만 “복잡한 문제에 얽히고 싶지 않다는 속마음이 깔린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치한 피해는 단순 신체 일부를 스치듯 지나쳐 가는 문제는 아니라고 한다. 피해를 본 여성 중에는 자존감 하락이나 대인관계 불안 등으로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고 전해진다.
‘치한은 피해자의 마음 깊은 곳에 상처를 남기는 성폭력’이라는 인식이 지금 일본 사회에 필요해 보인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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