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는 청년 1인가구.. 주거 불안정 계층 사다리 붕괴로 이어지나
고령화 따른 독거노인보다 많아
소득 낮고 38% 월세거주
80%가 연소득 3000만원 채 안돼
월평균 소비지출도 142만원 그쳐
주거 형태도 취약.. 자가 30% 뿐
미혼 증가, 결국 인구감소 이어져
#2.김민석(36·가명)씨는 직장을 갖고 1년 만에 원룸을 얻어 독립해 8년째 혼자 지낸다. 그 사이에 김씨의 월세 미니 원룸은 역세권 전세 오피스텔로 바뀌었고, 자동차도 생겼다. 김씨는 최근 와인 동호회에 가입해 와인 마니아의 길에 들어섰다. 그뿐 아니다. 퇴근 후나 주말에는 농구 레슨을 받고, 농구 동호회에서 게임을 한다. 농구화를 수집하는 것이야말로 김씨 인생의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다. 김씨는 “현재 만나고 있는 여자친구가 있지만 결혼을 서두를 생각은 없다”고 했다. 대신 결혼을 꼭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 중이다. 그는 “결혼을 하려면 아파트 전세라도 구해야 할 텐데 엄두가 나질 않는다”며 “결혼해서 아등바등 살 바에야 그냥 연애만 하면서 지금처럼 취미생활을 즐기며 혼자 살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20∼30대 미혼 1인가구가 급증하면서 1인가구가 이제 우리나라의 ‘보편가구’가 됐다.
1인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142만6000원으로 전체 가구의 58.0% 수준이었다. 특히 주거·수도·광열 등 주거비 비중이 높았다.
1인가구가 급증한 배경에는 고령화로 혼자 사는 노인 인구가 늘어난 측면도 있지만 청년 1인가구의 증가도 큰 영향을 미쳤다. 결혼할 때까지 부모와 함께 살던 다인가족 중심의 주거문화가 해체되고, 경제적으로 온전히 독립하기 전 단계인 청년 세대가 주거비용 부담으로 근로빈곤층이 돼 ‘내집 마련’ 기회가 좁아지는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부모 찬스’를 쓸 수 있느냐로 청년 1인가구의 주거환경이 차별화되는 불평등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는 청년 여성은 범죄에 대한 두려움으로 주거안전에 대한 요구가 높고 그에 따라 상대적으로 높은 주거비용을 지불하는 데 비해 청년 남성은 경제적 취약성으로 매우 열악한 주거환경에 거주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20대 1인가구의 주택 점유 형태는 ‘보증금+월세’가 66.5%로 가장 많았고, 월세도 6.5%였다. 이에 비해 자가(2.9%)나 전세(16.0%)는 20%에도 못 미쳤다. 30대 1인가구도 ‘보증금+월세’(49.8%)와 월세(7.6%) 비중이 절반을 넘었지만, 자가(10.7%)와 전세(124.0%) 비중은 크지 않았다. 이에 비해 60대 1인가구는 자가(47.3%)와 전세(12.0%) 비중이 절반을 넘었다. 70대 1인가구(63.4%)와 80세 이상 1인가구(67.4%)는 자가 비중이 60%대였다.
청년 1인가구의 주거면적도 작아지고 있다. 20대 1인가구의 주거면적은 2008년 34.8㎡였으나 10년 뒤인 2018년 28.6㎡로 6.2㎡ 줄었다. 같은 기간 30대 주거면적도 39.4㎡에서 36.3㎡로 3.1㎡ 감소했다. 정 교수는 “사회 진입 초기의 청년 1인가구의 주거 불안정은 지속적인 사회정착 장애요소로 작동해 결국 저출산과 계층이동 사다리의 붕괴라는 사회적 위기를 재생산한다”고 지적했다.
1인가구는 청년층뿐만 아니라 모든 연령대에서 증가하는 추세다. 이는 정부의 주택 공급 정책에도 영향을 미친다. 소형 면적의 주택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올해 초 “2019년과 지난해에 여러 가지 이유로 서울의 가구 수가 급증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지금 런던, 암스테르담, 파리 등도 1인가구가 50%를 넘는 만큼 우리도 1인가구 증가에 맞는 주택을 공급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세종=박영준 기자, 남정훈 기자, 세종=우상규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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