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성과급 논란 속 상대적 박탈감.. "나완 다른 세상 이야기"

양다훈 2021. 2. 6.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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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성과급 논란 속 상대적 박탈감
"나와 상관없는 다른 세상 이야기"
SK하이닉스발 성과급 논란이 삼성전자, LG 계열사 등 재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한편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난 속에 상대적 박탈감을 토로한다. 상여금은커녕 급여조차 온전히 받기 힘든 중소·영세사업장 근로자와 생계가 막막한 자영업자들은 대기업의 성과급 논란에 ‘그들만의 리그’라며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쏘아올린 성과급 논란

논란은 SK하이닉스가 지난달 말 “성과급으로 연봉의 최대 20%를 지급하겠다“고 공지하자 직원들이 불만을 터뜨리면서 시작됐다. 직원들은 실적에 비해 성과급이 미미하다며 “산정 방식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지난해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반도체 업계 호황에 힘 입어 전년 동기 대비 84% 증가한 5조원을 기록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직접 나서 SK하이닉스에서 받은 연봉 30억원 전액을 반납해 직원들에게 나눠주겠다고 밝히고,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 역시 부랴부랴 사과했지만 불만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경쟁업체인 삼성전자로 이직하고 싶다”는 격앙된 목소리까지 나왔지만,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성과급에 대한 불만이 나왔다. 

삼성전자는 사업부문별로 초과실적성과급(OPI·옛 PS)을 차등 지급하는데, 반도체사업부(DS 부문)의 성과급이 연봉의 47%를 산정됐다. 문제는 반도체사업부가 전사 실적의 절반을 이끌었는데 스마트폰(IM) 부문이나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의 50%보다 적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DS와 소비자가전(CE), IM부문에서 각각 18조8100억원, 3조5600억원, 11조47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같은 논란은 SK텔레콤과 LG화학에서 분사한 LG에너지솔루션 등 주요 대기업으로 계속 확산하고 있다.

그동안 주로 대기업 생산직 직원들이 주도하는 노조차원에서 노사협상 과정에 사측에 연봉 인상을 요구해왔다. 사무직 근로자들이 임금 문제로 사측과 갈등을 빚는 일은 흔치 않았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사무직들은 대부분 노조 가입률이 낮은데다 수직적인 조직 분위기상 내부적으로 연봉 등과 관련한 목소리를 좀처럼 내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정보 공유가 활발해지고, 과거처럼 ‘평생직장’의 개념이 약해져 언제 나갈지 모르니 바로바로 성과에 대한 보상을 받기를 원하는 세태가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SK에서 논란이 시작된 것은 최태원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으로 나서면서 이슈가 커진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최 회장이 ‘재계 어른’이자, 대표성을 갖게 됐으니 본보기가 되어 달라는 것 같다”며 “이렇게 공정성과 투명성을 요구하는 근로자들의 목소리는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들만의 리그’에 상대적 박탈감 느끼는 직장인이 더 많아  

하지만 대부분의 일반 직장인들은 상여금을 둘러싼 노사 갈등에 대해 “딴 세상 이야기”라는 반응이다.

실험연구원인 신모(34) 씨는 6일 “우리 회사는 작년에 매출이 30% 오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상여금은 커녕 명절 떡값이 전년 대비 50% 줄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스타트업에 근무하는 박모 씨(36)는 “성과급을 받아봤어야 알지”라며 “다른 나라 이야기처럼 들려 전혀 감흥이 없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이모씨(41)는 “대기업 직원들은 내 연봉을 성과급으로 받아가니 대단한 것 같다. 은행도 수천만원 성과급으로 받던데 삼성은 수천억을 벌었으니 가능한 것 같기도 하다”며 “이걸로 트집 잡는 사람들이 많던데 억울하면 대기업에 가면 된다”고 냉소했다.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 한 익명의 직장인은 “코로나19로 자영업자는 물론 전 국민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소위 잘 나간다는 직장인들이 수천만 원씩 성과급을 받고 만족하지 못한다는 걸 기사로 접하니 씁쓸하다”고 토로했다. 한 누리꾼은 “성과급은커녕 월급도 제대로 못 받는 사람도 있다”며 “이런 기사를 볼 때 마다 진심으로 성과급 안 받아도 되니까 월급이라도 받게 취직하고 싶다”고 한탄했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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