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최고의 설 선물은?

2021. 2. 6.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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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참 빠릅니다. 벌써 다음 주가 설이에요.

네. 맞아요.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예년과는 다르게 좀 차분한 설 명절이 될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그래도 설 하면 왠지 모르게 설레고 기다려지는데요. 과연 북한의 설맞이 풍경은 어떨까요? 오늘 함께 하실 두 분 모셨습니다. 어서오세요.

안녕하세요.

예전에는 설을 앞두고 고향에 내려가는 표 구하려고 전쟁이 있었잖아요.

그렇죠. 기차표는 사실 하늘의 별 따기고요. 명절 대이동 그래서 고속도로는 주차장 되고 아주 난리였는데요. 김수경 박사님 올해 설 어떻게 보내세요?

올해는 사실 코로나 때문에 저희는 어떻게 하기로 했냐 하면 시누이네랑 저희랑 시간차를 두고 시댁을 방문하기로 했어요. 음식도 웬만하면 같이 나눠 먹지 않고 마스크 쓴 채로 세배하고 그 정도로 간략하게 하자.

올해 북한 달력을 보니까 우리처럼 2월 12일이 설 명절이라고 되어 있더라고요. 그런데 설 당일 딱 하루만 빨간 날이네요?

네. 북한은 딱 하루만 빨간 날이라고 해도 설 명절은 1월 1일, 신정은 이틀을 쉬어요. 지난 해는 음력 설을 3일 휴식을 줬습니다.

빨간 날 표시는 하루가 되어 있는데 사흘을 쉬었다는 거예요?

그렇죠. 북한이 2003년 민속 명절을 장려할 때 그런 지시가 있으면서 사람들한테 차츰차츰 음력 설 이런 민속 명절들을 쇠게 하고 있는데 대부분 올해도 음력 설은 3일은 쉬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군요. 근데 설 하면 무엇보다 아이들이 제일 신나는 날, 세뱃돈 때문이죠. 저는 굉장히 커서까지 세뱃돈 받았거든요. 북한에도 세뱃돈이 있어요?

북한 문화는 아침 시간에 12시 전까지 여자아이가 다른 집 문을 여는 건 원하지 않거든요.

왜 그런 걸까요?

모르겠어요. 가부장적인 문화가 오래 내려오다 보니까. 남자아이들은 가요. 오후 시간에는 (여자아이도) 자유롭게 왔다 갔다 하는데.. 초기에는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는 세배하면 떡이나 그 집에서 했던 특별한 음식 이런 걸 싸서 주거나 상을 차려서 먹게 했는데, 2007~2008년 이때는 저희 동네에서는 돈을 줬어요.

세뱃돈 받는 아이들은 신나겠지만 어른들은 빳빳한 현금을 준비해야 되고요. 설음식도 장만해야 되잖아요.

그런 재미죠.

그렇죠. 그런데 올해는 설 차례 상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합니다.

최근에 쌀 가격도 오르고요. AI확산으로 계란 한 판 가격도 껑충 뛰었죠? 요즘에 장 보면 실감 하시죠?

계란이 만만하게 반찬으로 쓸 수가 있어서 아주 많이 사놓고 자주 쓰는데 이번에 계란이 너무 비싸서 2개 살 거 하나 사고 그렇게 되더라고요.

그밖에 설 성수 품목을 조사해 봤더니 지난해보다 14%나 올랐다고 하는데요. 북한은 요즘 시장 물가 어떻다고 합니까?

북한도 코로나 대국이다 보니까 코로나19 시기에 맞춰서 무역이 다 중단되고 이러다 보니까 수입품 같은 경우는 지난해에 비해서 배로 오른 것도 있고요. 밀가루라든가 설탕이라든가 이런 게 올랐기 때문에 대부분 밀가루 같은 경우는 집에서 수입 밀가루를 쓰지 않고 집에서 농사 지은 밀을 갈아내서 쓰기도 하고요. 반면에 낮아진 물품들도 있더라고요. 남성분들이 제일 좋아하는 담배죠. 담배 가격은 엄청 내렸더라고요.

북한에서는 담배를 선물을 한다면서요?

담배는 보통 때도 선물이지만 명절 때는 더 좋은 선물이 되죠. 특별한 담배.

선물을 담배를 한다는 게 사실 선뜻 받아들여지지 않거든요.

우리도 예전에는 고급술이나 담배를 선물 많이 했잖아요.

담배라는 게 그걸 피우라고 선물해주는 것도 있지만 담배가 뇌물로도 아주 자주 쓰이고 현물이지만 현금과 바로바로 바뀌는 수준의 그런 가치가 있기 때문에 아마 담배가 그렇게 각광 받는 선물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네. 시대에 따라서 설 선물도 다양한 변화를 거쳤는데요. 어떤 선물들이 인기였을까요?

1970년대 인기 설 선물은 바로 설탕이었다고 합니다.

설탕을 선물하다니 의외의 선물인데요.

60년대 70년대는 전쟁 이후에 물자도 부족하고 먹을 것들이 없는 상황이다 보니까 설탕이라든가 식용유라든가 조미료라든가 없으면 안 되는 항상 사용하게 되는 물건들, 그중에서도 먹거리 위주의 그런 선물들이 굉장히 인기를 끌었습니다.

말씀하셨던 식용유, 조미료 말고 화장품도 말고 인기 선물이었고요.

그렇죠. 70년대부터 공장 산업화가 되면서 공장에서 이런 공산품들을 찍어내게 되죠. 그러면서 화장품이라든가 치약이라든가 샴푸라든가 이런 공산품들이 굉장히 인기 있는 선물이었습니다.

그리고 80년대부터 건강 관련 선물세트가 등장했고요. 최대 히트는 참치 선물세트였죠?

그리고 90년대 들어서는 상품권이 선물로 등장 했고요. 2000년대 들어서는 기프티콘 선물도 많아졌다고 합니다.

요즘 북한에서 가장 인기 있는 설 선물 그럼 뭐가 될까요?

사실 2000년대 전, 2000년대 초반 이럴 때 까지만 해도 저도 부모님께 선물을 드릴 때는 사탕 과자가 기본이었거든요. 갈 때는 사탕 1kg, 과자 5kg 이렇게 사가지고 갖다 드렸었는데 지금은 좀 변했어요. 지금은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고 현금이 1번 순위를 차지하고 있고요. 그리고 가정의 생활력에 따라서 패딩을 갖다 드리는 부분도 있고 신발도 있어요. 겨울 같은 때는 북한은 솜신이 유명해야 되니까 솜신 같은 것도 선물하고 고급한 술, 지역에 없는 그런 특산품들 있잖아요. 그런 걸 선물하죠.

크게 다르지 않고 비슷하단 생각도 드는데 선물이란 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거잖아요. 근데 이게 뇌물로 변질하는 경우가 가끔 있고 문제가 있고 그러잖아요.

직장상사라든가 상하관계에 있는 사람이 아랫사람이 윗사람한테 고가의 선물을 하게 되면 이게 선물인지 뇌물인지 애매해지는 거죠. 그래서 김영란 법이 생겨서 5만 원 이상 혹은 농축수산물은 10만 원까지만 가능한데 특정 액수 이상의 선물은 주고받지 못하게 되어있죠. 근데 지금 코로나 때문에 그 액수가 상향돼서 20만 원까지는 가능하다고 하는데 안타까운 것 같아요. 마음을 전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는 건데 변질된 부분도 분명히 있기 때문에 사회가 부정부패가 없이 깨끗하게 돌아가려면 어쩔 수 없이 이런 법이 만들어지는 측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도 설에 북한은 뇌물 진짜 많다고 얘기해 주셨잖아요. 혹시 선물을 가장한 뇌물 이런 거 많이 주고받나요? 어때요?

대상에 따라 다르겠죠. 그리고 선물을 주는 사람의 경제력에 따라서도 다르기도 하고요. 일반적으로 고급한 사람들에게 선물을 주게 된다고 하면 식품 박스가 인기라고 합니다.

식품 박스요? 그 안에 뭐가 들어가는 거예요?

식품 박스 안에는 여러 가지 식품들이 들어가 있거든요. 기름이 들어가 있고 설탕, 사탕 과자가 여러 가지 종류가 들어가고 햄이 들어가겠고요. 통조림이 돼지고기 통조림이 육류 통조림이 2개가 들어가 있고 어류 통조림이 2개가 들어가 있고 과일이 몇 종류가 들어가 있다고 합니다.

근데 그 정도로 뇌물이라고 하기에는 좀 약하지 않나요? 그냥 일반 선물 같은데요.

근데 북한에서는 실제 돼지고기 통조림 하나가 엄청 비싸거든요. 일반 식사 때 사용하는 건 어려우니까 그럴 때 선물로 들어오는 건 정말 중요하죠.

참 별 게 다 들어가는 식품 종합선물세트 같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선물 준비를 끝내면 설음식도 준비해야 되잖아요. 설음식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떡국인데 북한 주민들도 떡국을 먹나요?

사실 북한에서는 떡국을 잘 안 먹었거든요. 설 명절에도 송편을 만들어 먹었어요. 설 명절에 떡국을 먹는 건 1~2년 전부터 북한이 광고를 많이 하죠. 떡국을 많이 먹어야 된다는 걸. 그러면서 요새는 떡국을 먹고 있다고 합니다.

지역에 따라서 차례상에 올라가는 음식이 다르긴 한데요. 북한에서 꼭 빠지지 않는 게 있나요?

어느 집이나 어느 지역이나 없이 꼭 올라가는 건 북한 말로 지짐이 올라가는 거죠. 왜냐하면 북한에서는 기름 냄새가 나야 귀신이 온다고 하거든요. 그래서 기름내를 풍겨야 돌아가신 조상이 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느 집이나 전을 부치게 되는 거죠. 녹두전이라든가 밀가루전, 두부에다 밀가루 묻혀서 두부전 이렇게 하고요. 한국처럼 동그랑땡, 산적 이런 건 안 하죠.

사실 전 부치는 게 쉽지 않거든요. 전 부치는 것 때문에 맨날 며느리들이 신경질이 나는 거거든요. 어때요?

전이라는 게 공정이 복잡합니다. 이게 간단히 부칠 수 있는 게 아니고 재료를 섞어서, 다져서 모양을 만들어서, 계란 물 입히고 아주 복잡하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여성들의 노동력이 너무 많이 들어가고 기름 냄새가 엄청 나요. 전을 부치다 보면. 그래서 어질어질 할 정도인데 여성들만 부엌에서 전 부치느라고 괜히 고부간에 갈등도 생기고 하니까 그런 부분들이 개선되어야 할 것 같아요.

노동 중에 노동이 전 부치는 건데 그래서 요즘에는 많이 사드시죠.

요즘 그래서 전 명절 직전 쯤 되면 반찬가게에서 전을 엄청 많이 부쳐놓더라고요. 근데 정말 제가 부친 것보다 훨씬 예쁘고 색깔도 훨씬 좋아서 굳이 그렇게 어렵게 만들지 말고 그냥 몇 가지 마음에 드는 걸로 사먹어야 겠다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요. 어쩌면 그게 현명할 수도 있습니다. 북한은 어때요?

북한도 요즘은 변화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순수 저희가 자재 절약, 결국 돈 절약을 한다는 의미에서 자재를 사다가 집에서 본인들이 만들어서 했었는데 지금 북한은 명절 시즌이 되면 상에 뭐가 필요한지 장사꾼들이 미리미리 알아서 전 전문하는 장사꾼들은 전을 하고 떡 장사는 떡을 해서 놓고 팔고 국수 장사는 국수를 놓고 팝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사노동이 사실 예전보다 상당히 줄어든 상태라고 합니다.

사실 남한에서도 아직도 어떻게 차례 음식을 사서 하냐. 정성이 중요한데. 이렇게 하시는 분들이 있거든요. 근데 북한에서 그런 변화가 있다는 게 상당히 의외입니다.

사실 차례음식은 정성이라고 말씀을 하시는데 그 정성이란 게 노동력이잖아요. 여성의 노동력이죠. 사실상. 여성의 노동력이 북한에서는 어쩌면 더 중요할 수도 있어요. 왜냐하면 여성이 생계를 책임지기 때문에 여성이 노동 할 수 있는 시간과 노동력이 굉장히 중요해서 그걸 전 부치는데 쓰지 말고 차라리 장마당에 가서 팔거나 경제활동을 하면서 얻을 수 있는 돈이 더 많기 때문에 오히려 북한에서도 여성의 노동력을 더 아껴서 그걸 경제발전에 사용하게 하는 그런 식의 변화가 있고, 그래서 앞으로 제 생각에는 외식 산업이라든가 반찬을 만들어서 판다거나 이런 것들이 북한에서도 굉장히 유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음식을 남성들이 한다는 건 힘든 것만. 떡을 찰떡을 치거나 힘이 드는 그런 부분만 남자들이 하고 대부분 이렇게 만들고 집에서 부뚜막에 앉아서 음식을 만드는 건 여성들의 몫인 거예요. 여성들은 사실 저희 때도 그렇지만 지금도 그렇지 않을까 싶어요. 내가 만들어서 온 식구가 다 즐겁게 먹으니까 저는 힘든 걸 모르고 북한은 고부갈등이란 것도 별로 눈에 띄지 않으니까. 그러니까 괜찮은 명절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게요. 그래도 같이 해야죠. 그 재미도 있으니까요.

다가오는 설 명절만큼은 남북한 주민 모두 시름을 내려놓고 즐겁게 보내셨으면 합니다.

네. 오늘 도움말씀 주신 두 분 고맙습니다.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unity/6080257_291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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