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도심 엑소더스..미국 미친 집값, 교외-지방이 불붙였다
임대료 체납, 주택담보대출 연체 급증하면서 버블 붕괴론도 제기
바이든의 2100조원 코로나 부양책, 이민확대 정책 등 호재 많아
··차학봉 기자의 ‘팬데믹 주택 버블’ 연구 - ③끝 없이 치솟는 미국 집값
“주택시장이 미쳤다”, “올해도 집값 더 오른다”
2600만 명이 코로나에 감염됐고 대공황 이후 가장 높은 실업률(작년 4월 14.7 %)을 기록했던 미국도 버블 논쟁이 벌어질 정도로 주택시장이 화끈하게 불 붙었다.
작년 미국의 기존 주택 거래량이 564만 건으로 전년보다 5.6% 늘어났다. 버블의 절정기였던 2006년(648만 건) 이후 최대 규모이다. 작년 12월 기존 주택의 중간가격은 30만9800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12.9% 올랐다고 전미 중개업협회가 밝혔다. 정부 공식 통계로 한국의 전년도 전국 평균 상승률이 5.36%였다. 코로나로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미국의 주택시장이 불 붙은 이유는 뭘까. 미국에서도 집값 급등은 ‘코로나 미스터리’로 불리면서 ‘버블 논쟁’을 촉발시켰다. 미국의 집값은 왜 올랐고, 올해는 어떻게 될까.
◇ 코로나로 도심 엑소더스, 대도시 임대료 급락 ···교외주택과 중소도시가 집값 급등 주도
첫째, 사상 유례없는 저금리와 유동성 덕분이다. 코로나로 인한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미국 정부는 무제한 양적 완화, 4차례에 걸쳐 총 2.7조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시행했다. 30년 고정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가 2.67%로, 2년 전(5%대)의 절반 정도로 떨어졌다. 금리가 역대 최저치로 급락하면서 주택구매 붐을 촉발시켰다.
둘째, 코로나로 인한 주택 가치의 재발견이 새로운 수요를 폭발시켰다. 재택근무, 재택 교육이 일반화되면서 쾌적한 환경에 더 넓은 집으로 이사하는 수요가 만들어졌다. 이른바 ‘코로나 도심 엑소더스(대탈출)’가 발생하면서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 대도시 도심 주택은 가격이 하락하는 대신 지방 중소도시와 교외 지역이 집값 상승을 주도했다. 한국은 아파트 수요가 폭증하면서 주택 가격 상승을 이끈 것과는 정반대이다. 포브스지는 “코로나가 터지면서 대도시의 비싸고 좁은 아파트 대신 더 넓고 쾌적한 교외주택으로 이전하는 수요가 급증했다”면서 “코로나가 끝난다고 해도 재택근무가 가져온 변화는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젊은층이 좀더 저렴한 주택을 찾아 이주한 수요 탓에 중소 도시들의 집값도 강세이다. 피츠버그(30만명), 신시네티(30만명). 캔사스시티(50만명), 보이시(24만명), 인디애나폴리스(87만명), 멤피스(65만명) 등 중소형 도시들도 가격이 10% 이상 급등했다. USA투데이는 “샌프란시스코, 보스톤, 뉴욕 등의 임대료가 20% 전후로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언론들은 “팬데믹이 일과 생활의 균형에 대한 근본적인 개념, 혹은 철학을 바꿔 놓았기 때문에 주택 선호의 변화는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실업률 빠르게 회복···· 밀레니얼 세대 본격적으로 내집마련 나서
셋째, 코로나 양극화와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다. 코로나가 터지면서 미국 실업률이 작년 4월 4.4%에서 작년 5월 14.7%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8.4%(작년 9월), 6.7%(1월)로 빠른 속도로 정상화되고 있다. 코로나로 직격탄을 받은 계층은 저소득 서비스업종이다. 음식, 호텔 등 대면 근로를 하는 저소득층에서 광범위하게 실업이 발생했지만, 중산층은 오히려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주가와 집값이 급등하면서 중상류층은 자산이 늘어나고 있다.
넷째, 지난해 평균 나이가 32세가 된 밀레니얼 세대가 본격적으로 내 집 마련에 나서고 있다.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미국의 밀레니얼 세대는 7210만 명에 달한다. 한 설문조사에서 이들의 60%가 주택구매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에서 밀레니얼 세대가 신규주택대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택공급 부족으로 상승세 지속 가능성···주택재고 사상 최저치
다섯째. 주택 공급 감소와 재고 부족이다. 2006년 부동산 호황기에는 연간 227만 가구가 공급됐지만 2009년~2019년은 연간 50만~120만 가구로, 절대 공급규모가 줄었다. 리먼쇼크로 인해 집값이 폭락하는 것을 경험한 탓에 주택수요가 장기간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 모기지회사 페니매는 250만 가구의 주택이 부족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라모코 산타렐리 노라다 부동산 인베스트먼트 CEO는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연간 162만 가구의 주택 공급이 필요하지만, 매년 37만 가구가 덜 공급됐다”고 주장했다. 건설업체들이 수요가 많고 이윤이 높은 고가 주택 공급을 늘리는 대신 시장 불확실성이 큰 저가 주택의 공급을 줄인 것이 원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기존 주택 (판매) 재고의 역사적 평균이 240만 가구(1980~2018년)에서 2018년에는 155만 가구 수준으로 떨어졌다. 집값이 급등하고 있지만, 코로나와 건설 숙련공 부족, 자재난 등이 신속한 주택공급을 가로막고 있다.
◇미 정부 리먼사태 교훈으로 대출금 상환 유예···· 극적인 반등 뒷받침
여섯째, 미국 정부의 주택 관련 각종 지원책이 주택시장을 지지하고 있다. 리먼 쇼크로 인한 주택시장 붕괴와 금융위기를 경험했던 미국 정부의 대응은 신속했다. 주택가격 하락, 담보 가치 상실, 가계 부도, 금융부실의 악순환을 방치하면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수 있다고 보고 각종 긴급 조치들이 도입됐다.
월세를 내지 못하더라도 임대주택에서 쫓겨나는 것을 막아주는 ‘임대료 체납 퇴거 유예조치’가 광범위하게 도입됐다. 연방주택기업감독청(FHA)이 작년에 국영 모기지 보증기관 패니매와 프레디맥으로부터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주택소유자를 대상으로 모기지 상환 납부유예조치를 도입했다. 모기지 원리금 상환을 하지 못하는 주택소유자에 대한 압류는 최소 60일, 최대 12개월까지 유예신청을 받았다. 주택소유자가 모기지 납부유예 금액을 집 파는 시점에 내거나 모기지 융자액을 다 상환한 후에 낼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도입됐다.
◇바이든 정부의 돈풀기 정책, 이민완화 등 주택시장 호재 많아
올해에도 주택시장이 호황을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경제전문 매체 마켓워치는 골드만삭스가 최근 보고서에서 “2021년 4.7%,2022년에 3.7% 가격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전했다.
바이든 정부가 공화당 정부보다는 주택경기에 유리한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정부와 달리 이민 규제를 완화하고 있는데, 이는 결국 주택 수요를 늘릴 수 있다. 미국 정부는 집값 규제를 위한 정책을 펴지는 않고 있다. 집값 상승이 무주택자, 젊은 세대에게 재앙이 될 수 있지만, 경기 회복에 큰 도움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신 바이든 정부는 저가주택의 공급을 확대하고 저소득층, 유색인종, 젊은 층의 주택구매에 금융혜택을 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도 돈 풀기 정책은 지속된다. 바이든 대통령이 마련한 1조9000억 달러(2100조원)에 달하는 코로나 지원안이 상원을 통과했다. 미국은 작년 3 월 2조4000억 달러(2600조원), 12월 9000억 달러(1000조원)의 코로나 경기 부양책을 실시했으며 이번 지원안이 최종 확정되면 코로나 관련 추가 편성된 예산이 5조2000억 달러( 5600조원)를 넘는다.
◇임대료·모기지 연체 급증 ····고개 드는 미국 부동산 버블 붕괴론
집값이 계속 오를 수만은 없다는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버블론의 근거는 치솟는 주택 임대료 연체율이다.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1월 미국에서 집세 연체자가 1000만명이 넘는다고 주장했다. 1인당 5600달러의 집세가 밀려 총 연체금은 573억 달러에 달한다고 했다. 월세를 내지 못하더라도 임대주택에서 쫓겨나는 것을 막아주는 ‘렌트 체납 퇴거 유예조치’로 인해 주택시장은 표면적으로 평온하다.
모기지(주택담보대출)를 상환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급증하고 있다. 미국 모기지(주택 담보 대출) 연체율이 8%를 넘어섰다. 21년만에 최고치. 그런데도 시장이 평온한 것은 미국 정부가 도입한 모기지 납부유예제도 덕분이다. 비관론자들은 미국 정부가 납부유예 조치를 무작정 연장해 줄 수 없는 만큼 결국 버블 붕괴의 뇌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낙관론자들은 집값이 상승세인 만큼, 부도 유예를 활용해서 주택을 처분해 충분히 상환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비관론자들은 경기가 회복되면 금리가 올라서 결국 주택시장이 붕괴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미국 국채 금리가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면서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오름세이다. 미국 정부 모기지 기관인 프레디맥은 최근 30년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2.65%에서 2.79%로 올랐다고 밝혔다.
가장 인기가 높은 15년 고정 금리 모기지는 2.16%에서 2.23%로 올랐다. 하지만 저금리를 활용해 고금리를 저금리로 낮추는 모기지 리파이낸싱(재융자)을 통해 부담을 낮출 수 있다. 경제에 부담이 될 정도의 급격한 금리인상은 없다는 것을 미연준(FRB)이 수차례 밝혔다. 리먼쇼크 당시에는 담보를 잡은 주택의 가격이 오르면 오른 만큼, 또 돈을 추가로 빌려서 소비에 사용했다. 하지만, 현재는 주택담보대출이 당시와 비교할 수 없는 정도로 건전하게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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