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통방통] 외교부는 격상, 국방부는 격하..日 두고 무슨 일이?

조효정 hope03@mbc.co.kr 2021. 2. 6.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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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한 해 동안의 외교활동을 수록한 '2020 외교백서'가 발간됐습니다.

'2020 외교백서'에서 가장 눈에 띈 부분은 바로 일본에 대한 기술인데, 일본을 "가장 가까운 이웃 국가"라고 표현했습니다.

백서 내 등장 순서도 '주변국과 협력 외교'를 다룬 챕터에 제일 먼저 언급돼 있습니다.

별도 챕터인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언급된 셈입니다.

반면, 지난 해 나온 '2019 외교백서'에서는 일본에 대해 "이웃 국가"로만 표현했습니다.

"가장 가까운"이라는 말만 추가됐을 뿐이지만, 외교적으로는 지난 해에 비해 한단계 높아진 표현입니다.

[2019년엔 무슨 일이?]

문제의 '한·일 관계' 챕터는 "일본은 양국 관계뿐만 아니라 동북아 및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도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할 우리의 가장 가까운 이웃 국가이다"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2019년은 정작 한해 전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 이후 한일 관계가 본격적으로 악화일로를 걷기 시작한 해입니다.

일본은 우리 나라에 대한 경제보복의 일환으로 그해 7월 반도체 관련 3개 품목의 수출 허가를 취소하고, 우리나라를 수출우대국가목록(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단행했습니다.

한국 정부도 맞대응에 나서, 양국 간에 민감한 군사정보를 교환하는 내용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GSOMIA)'의 종료를 일본 정부에 통보했습니다.

양국 정부간 갈등은 민간 부문으로까지 확대되면서, 한국에선 대대적인 일본제품 불매운동(NO JAPAN)이 일어났습니다.

그 결과 2018년에 비해 양국간 민간교류는 15.5%, 총 교역액은 10.7% 감소하기에 이릅니다.

현실이 이런데도 일본에 대한 표현은 격상됐으니, 언뜻 보면 앞뒤가 안맞는 기술입니다.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 반영?]

언론들은 그 배경에 스가 일본 총리의 취임 이후,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우리 정부의 기대감과 의지가 반영됐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14일 이임하는 도미타 고지 주한일본대사를 접견한 자리에서 일본을 "가장 가까운 이웃이자 가장 중요한 파트너"라고 표현했습니다.

나흘 뒤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강제동원 피해자와 위안부 피해자 배상 판결과 관련해 "강제집행의 방식으로 현금화되는 등의 방식으로 판결이 실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외교적인 해법을 찾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습니다.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한다"던 기존 입장에서 크게 선회한 겁니다.

일본과 관계개선을 숙제로 안고 있는 외교부에서 일본에 대한 대통령의 언급을 외교백서에 그대로 담은 셈입니다.

이에 따라 어제(5일) 있었던 외교부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정의용 후보자도 "일본은 가까운 이웃이며,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협력해야 할 파트너"라고 말했습니다.

대통령이 임기 내에 한일 간의 현안을 타결하기 를 원하냐는 이낙연 의원의 질의에는 "그렇게 알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2020 국방백서'에선 "이웃 국가"]

그런데 외교백서보다 불과 사흘 전에 나온 국방백서에서는 일본에 관한 표현이 오히려 격하됐습니다.

국방부는 지난 해 백서에서 일본을 "동반자"라고 표현했지만, 올해 백서에서는 "이웃 국가"라고만 기술한 겁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2019년 수출규제 이후 (한일 간) 여러 가지 불편한 관계가 있어서 국방부 차원에서는 '이웃 국가'로 정의하는 게 가장 타당하다는 판단"이라고만 설명했습니다.

외교안보 유관부처라고 할 수 있는 외교부와 국방부가 일본에 대해 다르게 표현한 이유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019년 1월 일본 초계기가 구조 활동 중이던 우리 함정에 위협비행을 한, 일명 '초계기 사태' 이후 한일 군사당국 간에 갈등이 심화돼왔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지소미아 등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한일 국방 당국 간에는 국장급 이상의 교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화가 주 업무인 외교 당국과 달리, 국방 당국간에는 아직 관계를 개선할만한 특별한 계기나 의지가 없는 셈입니다.

일본 언론들은 지난 해 출간된 일본의 '2020 방위백서'에서 한일 간 "폭넓은 협력"이란 문구가 삭제된 것이 영향을 미쳤을 거란 분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2021년 한일 관계의 향방은?]

이제 관심이 가는 건 일본의 반응입니다.

일본 정부는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에 이어, 지난 달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배상 판결까지 나오면서 한국에 대해 연일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있습니다.

스가 일본 총리는 1월 18일 국회 연설에서 "한국은 중요한 이웃 국가"라고 했는데, 이는 지난 해 10월과 비교하면 "극히"라는 수식어가 빠진 표현입니다.

순서도 한국을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보다 뒤에 언급했습니다.

일본은 이에 앞서 지난 해에 나온 '외교청서(백서)'에서도 한국을 "중요한 이웃 국가"라고만 표현했습니다.

한편, 지난 3일에는 일본 외무성 대변인이 강창일 주일 한국대사의 인사에 대해 한국 정부에 항의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국제 관습상 파견국은 접수국 측의 아그레망(외교사절에 대한 사전 동의)을 받고 나서 공표하는 것이 일반 원칙"인데, 한국 정부가 지난 해 11월 이런 절차 없이 강창일 주일대사의 내정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는 겁니다.

일본 측이 두 달여 전의 일을 이례적으로, 또 뒤늦게 공개한데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최근의 한일 관계에 대한 불편한 심정을 드러낸 것 아니겠냐"고 말했습니다.

일본 자민당 내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점도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먼저 일본에 화해의 손을 내민 셈인데, 일본 측이 어떻게 반응할지가 향후 한일관계를 가늠할 수 있는 단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의 외교백서에 해당하는 일본의 '2021 외교청서'는 오는 5월쯤 발간될 예정입니다.

조효정 기자 (hope03@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2021/politics/article/6080299_3486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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