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리 한마디 하고 발뻗고 주무셨냐" 판사 게시판 김명수 비판 쏟아져
작년 5월 사표를 낸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게 국회 탄핵을 이유로 사표를 반려하고도 이를 부인하다 임 부장판사의 녹취록 공개로 거짓말 논란에 휩싸인 김명수 대법원장을 두고 판사들 사이에 날선 비판글이 이어졌다.
6일 현재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판사 전용 익명 게시판 ‘이판사판’ 에는 ‘대법원장님’이란 제목의 글이 올라와 있다. 글쓴 판사는 김 대법원장을 향해 “판사가 극단적 상황에서 면담 청해서 사표내며 한 얘기를 어떻게 기억 못하느냐”며 “이제 법조 선배, 조직과 수장과의 대화도 녹취하지 않으면 도리어 거짓말쟁이로 몰릴 위험을 무릅쓰고 살아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어떻게 언론에 거짓말을 하느냐”며 “필부필남 피고인처럼 명백한 증거가 없으면 내면의 진실도 없느냐. 증거를 들이대야 실토하느냐”고 했다.
김 대법원장은 국회 탄핵을 이유로 임 부장판사의 사표를 반려했다는 3일 본지 보도 직후 일부 언론과 국회에 “그런 말을 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다 임 부장판사가 4일 해당 발언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하자 “부정확한 기억에 의존해 발언했다”고 사과했다.
이 판사는 “대법원장이 허위사실 명예훼손으로 (임 부장판사로부터) 고소 안 당하면 다행”이라며 “설령 이 국면을 모면하더라도 판사들에게 드러난 민낯은 어떡하실 건가요”라고 했다.
◇'속이 후련하다' ‘나라도 녹취록 공개했을 것' 동조댓글 이어져
이 글에는 “속이 후련하다”는 등의 동조 댓글이 이어졌다. 한 판사는 “대법원장의 민낯을 보았다는 게 충격일 뿐이다. 게다가 대법원장은 사과를 한 게 아니라 또다른 거짓말로 덮으신 것”이라고 했다. 또다른 판사는 “탄핵때문이라는(이유로 사표를 수리하지 않았다고 말한) 기억이 안 난다면 9개월간 무슨 명목으로 아픈 사람의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고 갖고 있었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설마 사직서를 받은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할 정도의 치매상태는 아니실 텐데”라고도 했다.
여당 일각에서 임 부장판사의 녹취록 공개를 비난하는 데 대한 반박도 있었다. 한 판사는 “대법원장이 가만히 있었으면 공개는 안 했을 것”이라며 “그런데 아니라고 거짓말까지 하는데 어떻게 하느냐”고 했다. 또 다른 판사도 “저라도 녹취록 있으면 공개했겠다”고 했다.
◇‘대법원장님 2’ 글도 등장 ..’릴레이' 조짐
한 판사는 ‘대법원장님 2’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앞선 게시글에 이어 김 대법원장을 저격한 내용으로 이번 사태에 대한 판사들의 비판이 ‘릴레이’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그는 이 글에서 “어제(4일) 일어난 일들로 저는 새벽에 잠이 벌떡 깨고 아침부터 화가 치밀어 오르는데 대법원장님은 쏘리 한마디 하고 발뻗고 주무셨느냐”고 했다. 이어 “지금이 정녕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보다 더 정치세력에서 독립됐고 인사는 더 공정해졌다고 말할 수 있느냐”고 했다.
그는 “어제 인터넷에서 본 윤석열 총장 반의 반이라도 닯으라는 댓글이 자꾸 생각난다”며 “이렇게 울분이 가득찼는데 실명으로 글하나 못 올리는 저도 대법원장보다 나을 게 없다. 저에게도 국제인권법이나 우리법 같은 든든한 조직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2018년 소위 ‘사법농단’사태에는 이들 조직 소속 판사들이 법원 내부게시판인 ‘코트넷’에 실명으로 양승태 대법원 비판 글을 왕성하게 올렸던 것과 대조적으로 현 사태에는 조용한 상황을 꼬집은 것이다.
◇판사가 거짓말을 했는데 큰 문제가 아니라니
이 글에도 “동감한다””양대(양승태 대법원장)시절에는 지금처럼 편가르기를 노골적으로 하진 않았던 것 같다”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한 판사는 “(김 대법원장이)30년 재판하신 분이라서 기대했는데 위증죄 재판은 안해봤느냐. 쉽게 거짓말하고 송구하다 죄송하다 하는 것을 보면”이라고 꼬집었다. 또다른 판사는 “거짓말 우리나라니 이게 대충 넘어간다. 판사가 거짓말을 했는데도 큰 문제가 아니라니”라고 했다. “대법원장이 전국민 상대로 뻥치다 걸렸는데 아무일 아닌 건가. 재판 어떻게 하나. 무너진 신뢰와 양심 복구하려면 100년은 걸릴 것 같다”등의 댓글도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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