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중도는 짜장에 짬뽕 부은 것.. 서울서 '자유' 되살리겠다"

최진렬 기자 2021. 2. 6.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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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해야"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2월 1일 서울 영등포구 선거사무소에서 공약을 이야기하고 있다. [조영철 기자]
나경원이 돌아왔다. 21대 총선 이후 1년 만이다. 짧은 시간이지만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간 따라다니던 각종 의혹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친여 성향 시민단체가 고발한 그의 자녀 학술포스터 특혜 의혹 등 13개 사안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나 전 의원은 "‘이성윤 검찰'로부터 무혐의를 받았다"고 강조했다. 

바뀌지 않은 부분도 있다. 보수·우파바라기 모습은 예전 그대로다. 21대 총선 참패 후 "보수를 버려야 보수가 산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도는 분위기지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이번에야말로 시민들이 보수·우파의 가치를 찾으리라고 내다봤다. 2월 1일 서울 영등포구 선거사무소에서 만난 나 전 의원은 "서울시장을 10년 정도 해보고 싶다"며 입을 열었다.

"낙선 계기로 시민과 소통했다"

21대 총선에서 서울 동작을 주민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1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지만 지금까지 해왔던 일을 할 것이다. 서울시장에만 세 번 도전했다. 서울에서 의정활동을 쭉 하면서 서울을 떠나지 않았다. 서울시정 역시 의정활동의 연장선에 있다고 본다." 

지난해와 달라진 점은 없나. 

"낙선했다. 누군가는 여권의 네거티브가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자기반성이 먼저다. 네거티브가 먹힌 이유가 무엇인지 되물어야 한다. 국민과 소통에서 거리감이 있었던 건 아닌지 반성했다. 낙선이 낮은 자세로 시민과 소통하는 계기가 됐다. 그 덕분에 최근 1년간 시민들과 거리감을 좁혀갔다. 이성윤 검찰이 지난 총선 때 제기된 나에 대한 여러 프레임에 무혐의를 내린 것 역시 차이점이다." 

국민의힘은 서울시장 예비후보만 8명에 달한다. 여타 후보와 차별화되는 강점을 꼽는다면. 

"코로나19 사태와 부동산 대란으로 시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기의 시정을 잘 헤쳐 나가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는 결단력 있는 리더십이다. 우유부단하거나 좌고우면해서는 안 된다. 정치에 뜻을 보일 때도 마찬가지다. 둘째는 현장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의원 생활을 하며 1000번도 넘게 지역구 현장을 찾았다. 마지막으로 정치력이 필요하다. 서울시장은 때로는 국회와 정부를 설득해야 하고, 때로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이용해야 한다. 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나다." 

우유부단을 첫째로 말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조건부 출마 선언을 후회한다고 했다. 

"싸움 붙이지 마라(웃음)." 

경험을 강조했는데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반대로 나 전 의원을 '옛날사람'이라고 총평했다. 

"언론이 새 인물에도 관심을 많이 가져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렇게 말한 것 같다. 언론이 '나·오·안'(나경원·오세훈·안철수)에 대해서만 보도하니 그러지 말고 국민의힘 경선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안다."

"인권·환경이 왜 진보 가치인가"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1월 27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노후아파트인 은마아파트를 찾았다. [뉴스1]
나 전 의원은 한때 보수정당에서 중도에 가까운 인물로 평가받았다. 중앙일보와 한국정치학회가 2016년 20대 국회의원 21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책이념지수 조사에서 4.4점(새누리당 평균 5.4)을 받았다. 점수가 낮을수록 정책 이념이 진보적이다. 진보 성향 순위로는 당내 공동 5위였고, 당시 더불어민주당(민주당) 김종인 의원(4.6)보다도 진보적이라고 평가받았다. 박영선, 우상호, 안철수 의원은 당시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나 의원은 "인권, 환경 문제에 대해 진보적이라고 평가받아 나온 결과로 보인다"면서도 "인권과 환경이 왜 진보 가치로 평가받는지 모르겠다. 인권 강조는 우파 가치"라고 선을 그었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그는 재개발부터 기본소득까지 기존 좌파-우파, 진보-보수 잣대로는 획일화하기 어려운 공약을 발표했다. 모두 우파의 가치를 담은 공약이라는 게 그의 시각이다. 나 전 의원은 1월 17일 페이스북에 '(짜장면과 짬뽕을) 둘 다 먹고 싶다고 해서 큰 그릇에 짬뽕과 짜장을 부어 섞어서 주지는 않는다. 중도라는 것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며 '좌파가 짬뽕을 만든다면 우파는 짜장면을 만들어야 한다'고 썼다. 

짜장면론(論)을 말했다. 후보자가 다양한 이념을 품기보다 시민들로 하여금 우파 이념을 찾게 하겠다는 건가. 

"우파와 좌파 이념이 있을 뿐, 중도 이념은 없다는 의미다. 시대에 따라 우파 원론적인 이념이 필요할 때가 있고, 반대로 좌파 이념이 담긴 정책이 필요할 때가 있다. 지금은 민주당이 헌법을 넘어선 좌파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 때문에 전보다 우파 이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이다. 부동산대책이 특히 그렇다." 

나 전 의원은 "민주당 시장이 시정을 이어가면 결국 문재인 정권의 연장선상에 서게 된다. 주택 공급 확대를 달성할 수 있겠나. 말로만 공약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 의원은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완화해 부동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종인 위원장은 정치인이 우파니 좌파니 말하는 것은 실속 없다고 한다. 

"이념을 강조하는 게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자유라는 가치를 소중히 생각하는 것이다. 현 정부가 개인의 자유를 지나치게 규제해 여러 분야에서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 자율형사립고교(자사고)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일방적으로 자사고를 없애버려 교육 경쟁력이 떨어졌다. 자유의 가치를 되살릴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이번 보궐선거에서는 중도층이 우파의 가치를 선택할 것이라고 보나. 

"그렇다. 세상은 늘 균형을 찾아간다." 

오 전 시장은 나 후보로 단일화하면 중도층이 투표장에 가지 않을 거라는데. 

"최근 한 여론조사 결과를 들었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비호감이 가장 낮은 후보가 나라고 한다. 중도층이 표를 좀 줄 것 같다. 과거 비호감 이미지는 (여권이 만든) 프레임 영향이 크지 않았을까. 프레임이 벗겨졌고, 최근 국민과 소통하며 거리감도 좁혔다."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시절, 당이 강성우파 세력과 거리를 두지 못한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강성우파, 극우라고도 하는데 일부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인 주장을 하는 분들이 있었다. 하지만 광화문광장에 나온 (모든) 분들을 무조건 매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그들에 어떻게 대처하는 게 옳다고 보나. 

"여기에는 답을 못 하겠다. 솔직하게 말하면 우리가 그분들과 같이 한 게 뭐가 있는지 모르겠다. 2019년 10월 광화문광장에 100만 명가량 나왔다. 우리만 주도한 것이 아니다. 우리당은 우리 당의 행사를 진행했고, 곳곳에서 시민들이 각자 모여 행사를 했다."

"지금은 목돈 지원 필요한 때"

시급하게 시행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정책은 무엇인가. 

"자영업자, 소상공인, 프리랜서 예술인, 특수고용근로자의 삶이 붕괴됐다. 120만 명 정도로 추산한다. 하루를 버티기조차 힘든 분들의 숨통을 틔어주려 한다. 재난지원금을 200만~ 300만 원 주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그 돈을 받아도 몇 달치 임차료를 내면 끝이다. 연말까지는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될 것 아닌가. 목돈을 지원해 이 시기를 버티도록 도와야 한다. 1% 이율로 최대 5000만 원을 3년 거치 5년 상환 조건으로 지원하겠다." 

서울형 기본소득제도를 공약했다. 빈곤층 대상 제도인데, 기본소득이라고 이름 붙인 이유가 있나. 

"기본소득 개념은 명확하게 정립돼 있지 않다. 전 세계적으로 다양하게 사용된다. 서울형 기본소득제도를 통해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수입을 거두는 사람들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어려운 분들일수록 더 많이 지원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행정비용이 많이 든다며 (보편 지급이) 더 유리하다고 하는데, 오픈 플랫폼 행정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국세청 자료만 받아도 충분히 가능하다."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이 1월 31일 출마 선언을 했다. 동시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에게 제3지대 선(先)단일화를 제안했다. 

"좋다. 야권 단일화를 이뤄가는 프로세스가 될 것 같아 나쁘지 않게 본다. 다만 왈가왈부하기에는 조심스럽다." 

여당 후보 중 본선에서 맞붙고 싶은 상대가 있나.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추려지는 분위기다. 본선에서 할 말이 많을 것 같다. 박 전 장관은 나보다 조금 먼저 원내대표를 맡았다. 헌정사상 최초 여성 원내대표라고 홍보하더라. 나는 보수정당 최초다. (맞붙으면) 재미있을 것 같다. 단점을 이야기할 때는 아니지만, 민주당 출신이라는 한계가 있다.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원인을 시민들이 알고 있다."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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